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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세관 공무원 비리 담긴 녹취…무사 통과 대가로 '뇌물에 성접대' (풀영상)

▶ [끝까지판다①] 무사 통관 대가로 '뇌물 · 성 접대'…비리 녹취 입수

<앵커>

여러분도 많이 보셨을 영화 '범죄와의 전쟁'입니다. 여기에는 지난 1980년대 세관 공무원들의 비리를 묘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업자 : 이게 얼마 안 되는데 이거 뭐 식사라도….]

[최민식 (세관 직원 역) : 아이 이러지마이소, 뭐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게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지, 실제로 지금도 이런 일이 있는지 SBS 탐사리포트 끝까지 판다 팀이 관세청을 취재해 봤습니다. 저희는 대한민국의 관문을 지키는 그래서 스스로 관세국경의 수호자라고 부르고 있는 세관 공무원들과 수입업자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와 대화 내용을 여럿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인지 오랜 시간 확인하고 또 검증했습니다.

나랏돈을 받는 공무원으로서 국경의 관문에 균열을 내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고 있는 실태를 지금부터 하나씩 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2017년 1월, 김포공항 세관 직원, 일명 '김 반장'이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김 반장 (세관 직원, 2017.1.9 오후 2:46) : 수입 신고 있어요?]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중국에서 신발과 의류 등을 국내로 수입하는 업자 '오 사장'입니다.

[오 사장 (수입업자, 2017.1.9 오후 5:03) : 목, 토 수입 신고 있어.]

오 사장은 물건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신고할 것인지, 그리고 화물 일련번호까지 세세하게 알려주고 세관 김 반장은 수입 신고에서 처리 결과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김 반장 : 신고 들어왔고요. 처리하라고 할게요.]

[김 반장 : 3건 다 결재됐습니다.]

다른 문자에서 김 반장은 자신의 근무 날짜를 오 사장에게 미리 알려주면서 그 날짜에 맞춰 화물을 많이 보내라고 합니다.

그래도 날짜가 맞지 않을 때 오 사장이 김 반장에게 근무를 바꾸라고도 합니다.

날짜를 맞추는 이유, 전직 세관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전직 세관 직원 A씨 : (김 반장이) '토요일도 저예요' 하잖아요. (자기가) 당직이라는 거죠. 당직 때 그때 오면 자기가 그냥 무조건 통과해주겠다 그 말이에요. (문제가 있어도 통관해준다?) 그렇죠. 통관 업무가 서류로 하고 어쩔 땐 나가서 하는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있거든요. 서류로 할 경우에는 그냥 패스, 패스 눌러버리면 끝나요. 검사도 그냥 보는 척 마는 척하고 형식적으로 끝나는 거예요.]

수입 제품이 국내로 반입되는 절차는 엄격합니다.

제품이 공항이나 항구에 들어오면 관세청은 수입업자가 신고한 내용과 제품이 일치하는지, 반입 금지 물품은 아닌지 검사합니다.

문제가 없으면 세금을 매기고 반입을 허가하는데 이 과정에 구멍이 뚫린 것입니다.

[전직 세관 직원 B씨 : 사전에 어떤 물건이 들어오고 어떻게 정리해주고 다 각본을 짜서 정리를 해준 내용이네요. 엄청나게 심한 케이스네요.]

세관 공무원 김 반장이 눈 감고 통과시킨 중국산 신발과 의류 제품은 가짜 제품, 이른바 짝퉁으로 추정됩니다.

김 반장이 동료와 나눈 대화 영상입니다.

[김 반장 : 솔직히 오형이 갖고 오는 게 진품이라고 생각해, 가품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얘기해.]

[황 반장 (김 반장 동료) : 또 가품일 것 같아.]

구멍 뚫린 통관 심사 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김 반장 : 얼마 전까지 회사 재미도 없고 외국이나 나갈라고 했는데 형님 만나서 좋네요.]

[오 사장 : ㅋㅋ 이거 살짝살짝 스릴 있고 용돈 좀 벌고 재밌지]

통관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화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음성 파일도 입수했습니다.

[김 반장 녹취 : 내 마음을 움직인 상품권? 원래 미스터 오(오 사장)가 40만 원 주려고 했는데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20만 원 줬다고 나중에 그러더라고. (처음에) 거부감 느낄까 봐. (원래는) 현금 박치기지 무조건.]

수입업자 여러 명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돈을 받지 않는 것이 탈 나지 않는 비결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합니다.

[김 반장 : 다른 사람들하고는 접촉을 아예 안 해. 그러다가 이제 탈 나는 거야. 돈맛에 빠져서… 여기저기 그냥 무분별하게 하다가 그러다 사고 나는 거야. 다. 한 사람이랑만 이렇게 서로 입 맞추고 잘하면 걸릴 일이 없어요.]

김 반장과 오 사장의 관계를 잘 안다는 한 제보자는 김 반장이 통관 편의를 봐줄 때마다 건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씩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금품을 받은 세관 공무원은 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반장 : 나는 오형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거든 사실.]

[황 반장 : 나, 나, 나도 좋아.]

[김 반장 : 나는 그런 사람 없으면 싫어, 얼마나 좋아. 우리 코드 잘 알잖아.]

[황 반장 : 편하잖아.]

[김 반장 : 편하고, 코드도 잘 알고.]

수입 업자로부터 성 접대받았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김 반장 : 난 얻어먹은 게 많아서 (절차대로) 못 할 거 같아. 성매매도 시켜주지. 돈도 줘요. (그런데도 물건에 이상 있는지) 감정 올릴 거예요?]

관세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직무관련자와 사적 접촉, 지위를 이용한 영리 행위, 금품 수수 및 성 접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소지혜, CG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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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②] "결속력 다지려고"…원정 성매매에 온라인 후기까지

<앵커>

일부 세관 공무원들이 금품을 받고 문제가 있는 제품을 맘대로 통과시켜주는 실태를 보셨습니다. 관문을 엄격히 지켜야 할 책임자가 그 문을 활짝 열어준 셈입니다. 이뿐 아니라 저희 취재 결과 몇몇 세관 공무원들은 외국에 나가 성매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세청이 감찰에 들어갔습니다.

이어서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김포공항 세관에 함께 근무하던 김 반장과 동료 공무원들의 SNS 대화 내용입니다.

대화 주제 가운데 하나는 태국 원정 성매매.

성매매 업소와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성매매 여성을 호텔로 데려가는 요령을 알려주거나,

[정○○ : 맥주 가볍게 한 잔. 한국 아이돌 가볍게 썰 풀어주면 게임 끝.]

휴가 사유를 거짓으로 둘러대겠다는 공무원도 있습니다.

[신○○ : 극비 여행입니다. 과장님, 계장님께는 유학 전에 미리 경험해 보고 싶어서 다녀올 거라고 하려고요.]

대화방 공무원들은 실제로 원정 성매매를 떠났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을 호텔 방으로 불러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습니다.

[제보자 : 그런 비밀을 지켜야지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해서 세관 사람들을 그걸로 같이 결속력을 다진 거죠.]

공무원이 성매매로 적발될 경우 파면이나 해임까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세관 공무원들의 대화에서 죄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김 반장은 태국 성매매 정보를 공유하는 폐쇄 커뮤니티에 성매매 후기라면서 여러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대놓고 세관에 근무한다고 밝히면서 성매매하러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반장 : 올 10월경에 총알 두둑이 장전하고 한번 갈까 합니다. 혹시나 세관 관련 궁금하신 분은 문의 주세요.]

SBS의 취재가 시작되자, 관세청은 지난 7일 김 반장 등 세관 직원 4명에 대한 공식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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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③] 취재 시작되니 잠적…입 꾹 다문 관세청 공무원들

<앵커>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취재 결과 의혹이 있는 관세청 공무원들의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서 직접 찾아갔습니다만, 그들의 이야기를 끝내 듣지 못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거나 아예 길게 휴가를 떠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현직 공무원들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이 내용은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원정 성매매 등의 의혹이 있는 관세청 공무원 김 모 씨의 근무지를 찾아갔습니다.

[김 모 씨/관세청 공무원 : (저희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찾아뵌 거고요.) 반론권 보장요? 무슨 말인지. (네, 그래서 내용을 좀 설명 드리려고 하는데 이 자리가 좋은지, 다른 자리가 좋은지.) 이 자리는 안 되죠.]

김 씨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김 모 씨/관세청 공무원 : 아니, 생각 좀 해볼게요.]

사무실 문이 잠겼습니다.

[김00 반장님이십니까? 저희가 지금 두 시간 반째 이렇게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요, 문이라도 좀 열어주시면 어떨까요?]

[김 모 씨/관세청 공무원 : ……]

퇴근 시간이 지나도 김 씨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관세청 공무원 : (반장님.) 응대 안 하겠습니다, 오늘요. 돌아가십시오. (문을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네, 곤란합니다.]

원정 성매매를 떠났던 다른 관세청 공무원은 아예 자리를 비웠습니다.

[관세청 공무원 : (오늘 출근하셨다는 말 듣고 왔는데.) 네, 출근은 하셨는데.]

곧이어 다른 공무원이 나와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관세청 공무원 : 나가세요. (들어오면 안 되는 겁니까?) 나가십시오. 공무상 들어오십시오. 공무 아니잖아요? 나가세요 얼른.]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취재진과의 만남을 미루다가,

[신 모 씨/관세청 공무원 : 이번 주에 지금 심장이 좀 안 좋아서 어제 제가 응급실에 다녀왔는데….]

[김 모 씨/관세청 공무원 : 어후, 지금 심장이 아파서, 부정맥이 있는데 심장이 아파서….]

만남 직전에 연락이 끊긴 공무원도 있습니다.

일부 공무원은 휴가를 내고 취재를 피했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되자 한 공무원은 문자로 50일 넘게 휴가를 신청하고, 병원 진단서는 팩스로 보냈지만, 관세청은 이를 받아 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관세청 관계자 : 나오라고 강제로 할 수가 없죠, 아파서 못 나온다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조직 측면에서는, 그건 기본적이라서 개인 인권이라고 봐야…. (휴가는 그럼 어떻게 냈어요?) 문자로. (문자로 처리가 돼요?) 문자로 그렇게 하는 거 같아요. 진단서는 아마 팩스로 넣어서 받았겠죠.]

감찰 조사대상 공무원들은 의혹을 부인하거나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관세청은 밝혔습니다.

<앵커>

저희가 오늘(19일) 전해드린 내용 보시고 관세청 일부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일탈일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끝까지 판다 팀은 내일부터는 관세청 직무와 직결된 비리, 그리고 그런 비리들이 관세청의 고위직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준호, CG : 이준호, 구성 : 탁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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