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부잣집서 태어나야 부자 된다" 사실일까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8.16 10:04 수정 2019.08.16 12: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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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6일)도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흔히들 먹을 복, 돈복은 타고 난다고들 하는데 이 가운데 돈복, 평생 버는 소득의 차이를 구조적인 원인에서 접근한 연구가 최근에 발표됐죠?

<기자>

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물어봤더니 부자가 되려면 일단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답이 80%를 넘기도 했고요.

한편으로는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하면서 자녀를 애타게 다독이고 있는 부모님들 지금 뉴스 보시는 분들 중에도 많을 겁니다.

우리의 소득 차에는 정말 뭐가 제일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KDI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을 쪼개 보고 여러 가지 영향들을 계량화해서 책으로 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입견이 좀 강화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올 때 좋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게 일단 일을 시작한 다음에 평생 동안 내가 일하면서 생기고 변하는 다양한 조건들보다 훨씬 더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자산을 쌓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여성들은 임신, 출산, 육아 기간이 경력단절에 영향을 너무 많이 미친다고 보고 일단 남성, 그중에서도 임금근로자들로만 그동안 나라의 연구기관들에 쌓여온 다양한 데이터들을 모아서 30세에서 60세까지 평생을 쪼개 보고 나온 결과입니다.

구체적으로 사회에 진입할 때 조건이 평생 소득을 결정 짓는 데서 차지하는 비중이 66.9%였습니다.

이 얘기는 30세부터 30년간 내가 일을 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들로 만들 수 있는 그 후의 차이는 33.1% 수준이라는 겁니다.

자산, 재산에 미치는 영향은 역시 비슷한 수준이긴 했지만 초기 조건이 조금 더 중요했습니다.

<앵커>

너무 뻔한 얘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다수일 것 같은데 다른 나라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지가 않아서 제가 이 얘기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런 연구를 먼저 한 선진국보다 사회초년생 때 조건이 더 중요했습니다.

비슷한 연구를 2011년에 미국에서 했을 때는 사회초년생 조건의 비중이 61.3%거든요. 우리랑 5% 포인트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런 연구는 모델이나 수식 같은 걸 다양하게 짜서 계산을 하는 건데 이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어렸을 때 인생이 더 결정되는 사회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보면요, 사회초년생이 가진 조건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인적자본, 자산, 그리고 그 사람의 학습능력입니다. 인적자본은 그냥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학력 수준이나 기술 수준 같은 거죠.

가장 영향이 큰 게 인적자본, 교육이었습니다.

내 교육 수준이 좀 딱딱한 말이긴 한데 이 모델을 산출한 수식 안에서 표준편차로 1씩 더 높은 수준일 때마다 평생 소득이 42.2% 더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사회초년생 때 자산이랑 학습능력은 지금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그렇게 영향이 크지 않았습니다. 교육수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내놓은 KDI의 김지운 박사도 얘기하는 게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30살 남성들부터 30년을 본 거잖아요.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대학가고 군대 다녀와서 취직하는 경우라면 사회 나온 지 2, 3년쯤 됐을 때입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하는 시기를 몇 년 앞으로 당긴다면 집에 돈이 많으면 아무래도 교육 더 잘 받기 쉽고, 학습능력이 뛰어나면 배우던 걸 잘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면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더 어릴 때로 이 연구를 가져갈수록 나머지 두 요인의 영향이 더 클 수도 있겠다.

이런 단서는 달았습니다.

<앵커>

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까 지금 나이 든 사람들의 이런 결과가 앞으로도 적용이 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 어쨌거나 어릴적에 교육 잘 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런 얘기인 거죠?

<기자>

네, 그래서 정책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말 저소득층 학생들이 좀 더 공평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해서든 다양하게 마련해 줘야 한다는 걸 새삼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학자금 지원이나 대출 제도를 예로 들었는데요, 대학 전 단계부터 저소득층 학생들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더 줄 수 있는 방법을 공격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결과는 또 한편으로는 초기 조건이 이렇게 중요한 거라면 사실 이제 우리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잖아요.

교육의 양으로 어떻게 더 해보려는 거는 큰 의미가 없겠다는 걸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도 결론 내기를 우리 교육의 양보다 질을 끌어올리고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겠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임금 격차는 결국 생산성 격차로 이어지는 점을 생각할 때 결국 우리 사회의 생산성도 이제 교육의 양적 성장으로는 벽에 부딪쳤고 앞으로는 질적 성장에 달려 있다고 좀 더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교육이 좋은 회사원, 모범생 회사원을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몸값을 키워나갈 수 있는 그런 학생을 키워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