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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삶 끝" 섬을 떠나는 사람들…영산도의 미래는

[SBS 스페셜] 이장과 사무장 ③

마을 주민 20명 남짓 남은 영산도의 삶이 공개됐다.

11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이장과 사무장' 편으로 작은 섬 영산도에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흑산도 옆 영산도는 배를 두 번 갈아타야만 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최성광 씨와 구정용 씨는 그곳에서 나고 자란 50년 지기 이장, 사무장이었다.

최성광 씨는 "일할 사람이 없다. 나와 사무장 빼고 다 70대 80대다. 우리 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섬도 마찬가지다"며 "종신 이장도 생각 중이다. 지금 15년 했다"고 말했다.

최성광 씨와 구정용 씨는 어린 시절 함께 보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섬을 떠났다. 육지에서도 두 사람은 단짝이었다. 그리고 2000년, 두 사람은 나란히 다시 영산도로 돌아왔다.

영산도 만의 특별한 삶의 방식은 '만보'였다. 모두 함께 미역을 채취하고 제비뽑기로 나눠 갖는 것이었다. '많이 캔 사람은 아쉬워서 어떡하냐'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아쉬우면 어떻게 사냐"고 농담했다.

섬 사람들은 마을 숲속에 있는 큰집을 가리키며 "귀신 모시는 큰집이다"고 제작진에 가지 말고 궁금해하지도 말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성광 씨와 구정용 씨는 마을 사람들이 가리킨 큰집으로 향했다. 소자애기씨를 모신 당산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최성광 씨는 "옛날에는 나무도 못 만지게 했었다"고 밝혔다.

마을 사람들은 영산당제를 지내며 마을 지키는 신들에 제사를 드리고 있었다. 구정용 씨는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은 법이다. 그래서 올라왔었다"고 말했다.

태풍이 북상한 날, 최성광 씨는 구정용 씨와 함께 바닷길이 막히기 전에 안전한 흑산도로 향했다. 두 사람은 "태풍 때면 주변 작은 섬이 모두 흑산도로 피항을 온다. 연례행사다. 배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섬의 할머니들은 이른 아침부터 바다의 갯바위로 나가 홍합을 땄다. 그렇게 힘들게 따온 홍합은 손질을 마친 뒤 마을 공용 냉동고에 들어갔다. 영산도 홍합이 알이 굵고 좋은 것으로 유명해지면서 제값을 받기 시작했다.

최성광 씨는 "옛날에 1년 내내 땄을 때보다 지금은 많이 따야 28일 정도만 따는데 값은 지금이 더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주변 섬에서는 바보라고 그런다. 1년 내내 따면 부자될 텐데 그렇게 안 한다고"라고 덧붙였다.

영산도가 바보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또 있었다. 관광객을 받아도 낚시꾼은 받기 앉는 것. 이에 대해 "낚시꾼들은 갯바위에 나가서 음식 해먹고 쓰레기 버리고 추우면 불 피운다. 그러면 갯바위가 다 죽는다"고 전했다.

영산도 이장 최성광 씨는 "영산도를 보존하면 사람이 없어서 무인도가 되고, 개발을 하면 영산도에서 지켜온 것들이 다 없어져버린다. 딜레마다"며 "아직까진 답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해결된다. 살다보면 답이 생길 것이다"고 자신의 고민을 밝혔다. 

(SBS funE 조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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