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난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까지…

정우성|배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저자.

SBS 뉴스

작성 2019.08.09 09:15 수정 2019.08.14 10: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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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난민 문제는 오랫동안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로 통했다. 우리와 다른 말을 쓰고 다른 생김새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늘 연민의 대상이었지만 위협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그랬던 우리 사회 속 '난민에 대한 인식'에 균열이 목격된 건 지난해의 일이다. 자국의 내전을 피해 500여 명의 예멘인이 한꺼번에 제주도를 찾자, 우리 사회에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높아졌다.

그 즈음 나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내 SNS 계정에 '이해와 연대로 난민들에게 희망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난민 지위 신청자에 대한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긴 시간 유엔난민기구 활동을 해온 나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인터넷이 뜨거워졌다.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양의 댓글이 달렸다. 공감과 격려의 내용도 있었지만, 비판과 비난의 내용이 더 많았다.

그러자 주변 분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배우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괜찮겠느냐고, 난민과 같이 민감한 이슈는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걱정도 하고 조언도 해주셨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도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다.

나 또한 대중의 오해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이해를 앞세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방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난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그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선 글 속에 담긴 마음들을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댓글을 읽으며,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이 난민 그 자체를 향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은 난민 그 자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국가가 국민의 생계와 안전을 제대로 돌봐왔는지 묻는 것 같았다.

등록금, 취업, 결혼 뭐 하나 쉽지 않은 20~30대에겐 낯선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의도치 않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여성들이 느낀 불안과 두려움에는 성범죄나 안전 문제를 안일하게 처리해 온 국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시점 대한민국에서 난민 문제는 난민 문제만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사회를 향해 "난민만 챙기지 말고 우리도 좀 챙기세요. 여기 우리도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이해를 강요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다. 관련 이슈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을 두고 어느 한 편을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해의 간극을 줄이는 건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경험이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되길 바란다.

누구라도 난민촌에서 난민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과 유엔난민기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을 하면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은 분명 드문 행운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나누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지난 6년간 난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난민에 대한, 난민 문제에 대한 내 의식이 조금씩 확장되어 감을 느꼈다.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내게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제다.

하지만 내가 이런 확신을 갖기까지는 특별한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을 알기에 이런 내 생각을 섣불리 강요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이해를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 각자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할 것이고, 또 그에 맞는 자신만의 실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언론 인터뷰나 대중 강연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늘 부족한 느낌이어서 책까지 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SBS 인-잇 팀의 제안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인터뷰나 기고문, 그리고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통해 이미 이야기했던 내용과 다소 중복될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들을 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이 글을 통해 난민들 역시 우리와 닮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난민은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인-잇 #인잇 #정우성 #경계에선사람들

(사진=©UNHCR/Jordi Ma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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