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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해마다 1%씩 오른 임금…'못 버는 구조' 깨려면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 월급, 임금을 장기간 추적 조사해 봤더니 최근 10년 동안 정말로 이 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았더라, 이 얘기가 맞는 거죠?

<기자>

네.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부터 임금 정체 현상이 확 두드러집니다. 실질 임금이 대체로 해마다 평균 1% 정도씩만 올랐습니다. 어떠세요. 최근 몇 년간의 주머니 사정과 비슷한가요.

고소득자들도 그렇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버는 순서대로 한 줄로 세운다면 딱 가운데에 설 사람들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던 KDI의 고영선 위원이 국가 통계를 가지고 1980년대 이후를 장기 분석한 결과입니다.

나오는 표에서 맨 오른쪽에 있는 시기가 2008년 이후죠. 중위임금이란 게 딱 전체 가운데 수준 임금입니다.

그나마 저소득층은 3% 정도씩,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빨리 임금이 오른편이어서 소득불평등은 약간 해소되는 추세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냥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돼서 다 같이 별로 안 오르니까 불평등은 줄어드는 그런 구조인 겁니다. 실제로 상위 20%의 고소득자들과 하위 20%의 저소득자들 임금 차이가 나는 정도의 변화를 보면요.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줄어들다가, 94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불평등이 커지는 거죠. 그리고 2008년부터는 다시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앵커>

과거에는 지금처럼 다 같이 임금이 별로 안 올라서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거죠?

<기자>

네. 방금 보신 표들을 다시 같이 보면서 말씀을 드리면 90년대 중반까지는 임금이 많이 오릅니다. 당연히 전반적으로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하면 월급이 쑥쑥 올랐다는 거죠.

고소득자나 저소득자나 마찬가지여서 불평등도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모두 다 같이 점점 더 잘살게 되는 시기였습니다. 그야말로 상향평준화입니다.

95년부터 IMF 거쳐서 금융위기까지는 다릅니다. 80년대처럼 임금이 빨리 오르진 않아도 꾸준히 오르는데 불평등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고소득자랑 저소득자 차이가 커지죠. IMF 이후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 그래프에서도 그 느낌이 맞았다는 게 보이고요.

사실 이건 임금만 보고 그린 그래프지만, 자산소득, 그러니까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에서 오는 불평등도 이 그래프랑 대체로 일치합니다.

[고영선/KDI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 : 왜 이런 식으로 인구 소득 분포가 처음엔 개선되다가 좀 악화하다가 다시 개선됐는지에 대해 늘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차에, '임금을 통해서 소득분배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했고요. 임금분배의 어떤 추이가 전체 소득분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런 문제는 어쨌거나 우리 경제 구조가 변화하는 그런 부분이랑 맞물리는 거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시기별로 요소요소를 분해를 해봤습니다. 학력, 연령 이런 것들이요. 그걸 좀 해봐야 어떻게 해야 우리가 앞으로 임금도 좀 더 오르고 불평등도 나아질까, 지금까지로부터 미래를 유추할 수가 있잖아요.

80년대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임금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졸 프리미엄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고졸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았습니다.

이건 우리 경제가 당시 중화학 공업에서 많이 성장하다 보니, 고졸 노동자들의 일이 많았던 게 컸다는 겁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불평등이 심화한 시기는 대졸 수요가 늘었습니다.

이때가 2000년대 초반의 IT, 그리고 금융 같은 사무직 서비스업의 수요가 늘어날 때니까 안 그래도 돈을 좀 더 받는 대졸자들 수요가 늘면서 저소득과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이 구조는 최근 몇십 년간 미국이 꾸준히 보이고 있는 모습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런데 지금 임금이 정체된 세 번째 시기는 대학 졸업자는 계속 많아지는데 고졸자 대비 대졸자에 대한 수요가 0%입니다.

한 마디로 고학력자는 계속 느는데, 그들이 필요한 일이 추가로 생기지 않고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라는 거죠. 그러면서 그나마 차이가 보이는 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금융위기 전에는 대졸이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대기업이냐가 임금에 더 중요합니다.

생산성은 안 늘면서 파이가 그렇게 나뉘었다는 겁니다. 결국, 저소득층에게 분배를 더 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첨단산업이 더 발달하도록 노력하고, 생산성이 늘어나서 고 숙련자들이 더 필요해지는 구조가 돼야 다 같이 못 버는 상황이 깨진다는 거고요.

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 저소득층과 격차가 또 벌어지는 건데요, 이것을 분배로 메꾸는 걸 병행하는 거다.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산업 발달, 생산성 향상이라고 본 겁니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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