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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정적 영향에 공감'…미국은 얼마나 움직일까?

미국 다녀온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1문 1답

[취재파일] '부정적 영향에 공감'…미국은 얼마나 움직일까?
▲ 지난 24일, 미국을 다녀온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상 당국의 총책임자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섭니다. 당장 뚜렷한 성과 보따리를 들고 오지는 못했지만, 빈손으로 온 건 아니었습니다. 그간 침묵하던 미 경제계가 "이번 조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체감한다"면서 전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전달한 겁니다.

유 본부장은 지난 23일부터 3일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내 제조업과 수출통제를 총괄하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정부와 의회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방미 결과를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면서 유 본부장은 "미 정부와 의회, 업계, 싱크탱크 등 전문가 집단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무역 질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9일, 방미 결과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유명희 본부장
그러면서 특히 미 IT 업계는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제품 출하가 지연되거나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24일에는 반도체 산업협회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6개 산업 단체가 공동으로 작성한 서한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유명희 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등 한일 양국의 통상 수장 앞으로 보낸 이 서한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양국이 조속한(expeditiously) 해결책을 찾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 조처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르면 오는 금요일 예상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유 본부장은 서한을 쓴 6개 단체 중에 IT나 반도체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체를 담당하는 곳(전미제조업협회)도 들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미국 산업계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해당 문서는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 SIA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링크 : https://www.semiconductors.org/resources/)
이런 상황에서 로스 상무장관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국 정부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나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입장이나 대응 방향을 밝힌 건 아니어서, 이 정도의 반응으로 미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상황입니다.

그런데 서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문장이 있습니다.

"More broadly, we also urge all countries to rely on multilateral approaches to ensure that changes to export control policies are based on national security concerns and implemented in a transparent, objective, and predictable manner."
(우리는 모든 국가가 수출 통제 정책의 변경이 국가 안보의 관점에 기초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행되도록 다자간 접근법에 의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일본처럼 수출 통제 정책을 자의적으로 바꾸지 말고 세계 무역기구 같은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조정할 것을 촉구한 겁니다. 오는 8월과 9월에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ARF(아세안 지역안보포럼), WTO(세계무역기구) 이사회와 UN 총회를 줄줄이 앞둔 지금, 미국이 다자간 협의체 테이블 위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강조하며 한 나라의 독단적인 사슬 끊기 시도를 중재하고 나설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유 본부장은 다음 달 2일 중국 정저우에서 열리는 RCEP 장관회의에 참석해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회의에는 일본의 세코 경제산업상도 참석하지만 두 통상 수장의 만남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우리 측은 일본 측에 장관급 만남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늦게 도착해서 일정상 만나기 어렵다"며 거절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일본의 무단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해 동료집단으로부터의 압력, 이른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일 양국이 모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교·통상 파트너 가운데 하나인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일 것입니다. 오는 8월 1일부터 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ARF에서는 한미일 3국의 외교 장관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RCEP에서 기대한 통상 수장 간의 만남은 일본의 여전한 '철벽'으로 불투명해졌지만, RCEP과 달리 미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인 ARF에서는 상황이 좀 달라질까요?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습니다.

[1문 1답]
Q.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 같은가?
A. 미국 상무부도 일본 정부 내지는 경제산업성과 여러 대화 채널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계기에 무슨 계기와 채널로 하겠다는 것은 제가 밝히긴 어려운 점이 있지만, 미국 상무부로서는 노력하겠다는 걸로 이해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미국 정부의 역할을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로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미국 산업에도 직접 영향 미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상무부로서도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일본과 어떤 채널 통해서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는 얘기하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미국 상무부와 관련 논의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Q. 미국 업계에서 영향을 체감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인가?
A. 서한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한일 간 관련된 문제에 다른 나라가 목소리를 낸다는 게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업계나 단체의 입장에서 한일 양국의 기업이 회원사이거나 고객이거나 그렇기 때문이다. 어쨌든 6개 단체가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해서 냈고 그 6개 단체 중에서는 IT나 반도체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체를 담당하는 곳도 들어가 있다는 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전혀 IT나 반도체 업계가 아닌 일반 제조업계의 사람도 어느 날 전문가 중의 한 사람으로 저를 만났을 때 자기한테도 그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하기도 했다.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물건이 없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도 스마트 홈이며 전등에도 칩이 다 들어가 있고 집에 들어갈 때 모든 것을 핸드폰에 있는 앱으로 조작하고 하고 있어서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주는 조치는 미국 산업 전반,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저에게 먼저 다가와서 얘기하기도 했다.

Q. 미국 업계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게 있나?
A. 일일이 저에게 공유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업계로서도 관련되는 정관계 인사들이나 산업 쪽 인사들을 만날 때 그런 서한에 나와 있던 내용을 공유하면서 이런 조치들이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업계 이외에 미국 정부나 싱크 탱크 등에서 기존보다 한국 측에 좀 더 우호적 입장 표명한 내용이 있나?
A. 사실 저희가 만난 사람이 20여 명이라고 하지만 어떤 경우는 상대방이 비공개를 원해서 다 밝히지는 못한다. 상대(일본)가 있는 상황이라서 입장을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는 밝히지 못한다. 지난 2주 전과의 차이는 미국 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점을 공감했다. 일본의 조치가 한일 양국뿐만이 아니라 자국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미국 사람들 시각에서도 발언하고, IT 업계나 반도체 업계뿐만이 아니라 일반 제조업계에서도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그러다 보니 산업 전체 총괄하는 상무부 장관도 미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 미치는 것을 충분히 공감했고 그에 따라서 상무부로서도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 부정적 영향을 체감하면서 여기에 대해서 목소리 보태겠다고 하는 입장을 여러 분야에서 밝혀왔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나아간 점이라 할 수 있다.

Q. 우리나라가 외교적인 압박 수단을 쓰고 있는데 그 정책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일본의 조치가 2가지다. 3개 품목에 대해서 강화된 수출규제가 있고, 두 번째는 의견 수렴 마친 화이트리스트에서의 배제 관련한 움직임이다. 기존의 수출규제 조치는 철회되어야 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이고 방향이다.

우리가 이번에 미국 측에 특히 강조한 건 이렇다. 과거사 문제, 이 부분은 계속 양국 간에 대화를 통해서 시간이 걸릴지라도 해결하는 노력을 하겠지만,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국 간의 긴밀한 경제 협력관계를 활용해선 안 된다. 경제문제에서의 부당한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

Q. 세코 경제산업상과 만남 요청은 어떻게 되었나?
A. 현재 진행 중인 RCEP 양자 협의 채널을 통해 면담을 요청했고, 일정상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일본 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100%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RCEP 장관회의가 2~3일간 있는데 아마 좀 늦게 도착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참석은 하는데 일정상 어렵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우리로서는 지금까지도 밝혀왔듯 언제든지, 언제 어디서든 대화에 대해서 열려있다는 입장이고 RCEP 현장에서도 그러한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Q.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될 경우, 시나리오별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대응책은?
A.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의견서 제출 기간에 우리 정부 입장을 일본 측에 충분히 전달했고 국내외 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 내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일본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정부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다. 양해해 달라.

Q. 너무 강하게 압박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A. 이번 조치는 각국이 지금까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분업 구조하에서 세계 경제 발전의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그런 걸 활용해서 생산해왔는데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걸 활용한 굉장히 위험한 선례라는 점에서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고. 저는 일본에 대해서 대화가 열려있고 언제 어디서든 협의할 용의가 있고 의연하지만 차분한 자세를 가지고 일본에 대해서 계속 노력하면서 국제적으로도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이다.

Q. 최근 김승호 신통상질서 전략실장의 발언들은 너무 감정을 자극하는 수사라는 지적도 있는데, 청와대나 통상 본부에서 조율해 나온 발언인가?
A. 사실 귀국해서 오늘 김승호 실장을 못 봤다. 그 워딩에 대해 제가 어떻게 표현하기는 그런데,, 소송과 분쟁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소송과 분쟁에서의 분명한 법리로 봤을 때 이 조치가 부당하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얘기한 것 같고. 저는 통상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 이 조치의 철회를 해나가기 위한 과정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더 종합적으로 차분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가 위에서 어쩌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의 분야에서 보는 시각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간 게 아니겠는가.

Q. 외신에서는 우리 측의 논리가 설득이 안 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은데 어떻게 보는가?
A. 외신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겠지만,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가 한일 양국 간의 경제 관계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이나 미국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는 없는 것 같다. 통상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인만큼 이번에 가서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얘기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고 대표적인 게 업계의 서한이었고, 제가 갔던 시기에 그 업계의 서한이 워싱턴 DC 내에서도 확산이 되고 있었다. 그런 것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제가 거기 가서 조금 더 설명함으로써 분명한 인식을 하게 돼서 적어도 경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외신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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