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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의원 선거 · 한일 갈등, 왜 日 청년들은 무관심할까?

이홍천|일본 도쿄도시대학 사회미디어학과 준교수

[인-잇] 의원 선거 · 한일 갈등, 왜 日 청년들은 무관심할까?
일본 생활 20년 만에 이번처럼 이슈가 되지 않은 채 치러진 선거는 처음이다. 정책 논쟁, 선거 쟁점, 선거 보도가 사라지고 투표율마저 낮아 3無1低의 선거라 불릴 만하다. 선거 당일에도 투표 속보보다는 윔블던 테니스 중계나 일본의 유명 연예 프로덕션 요시모토흥업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 기자회견 중계로 선거 속보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선거 무관심은 뉴스에서 더욱 눈에 띄게 나타났다. 뉴스 프로그램만으로는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부족했다. 선거 방송 뉴스를 보면 2016년 참의원 선거에 비해서 방송시간은 평균 30% 감소했고, 선거 공지 다음날엔 전국 방송의 간판 뉴스에서 참의원 선거 관련 뉴스가 단 한 건도 보도되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언론의 무관심과 이로 인한 선거 보도의 정보 부족은 자연히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참의원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48.8%로 절반을 밑돌았고, 2016년 선거 때보다도 6%p이상 떨어졌다. 일본 선거 사상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이다.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20대의 투표율은 총 투표율보다 20%p쯤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 적용하면 젊은 층의 투표율은 28.8% 정도라는 얘기다. 선거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투표율보다 더 낮다. 아사히 신문이 선거 기간 중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레이와 시대에 처음으로 치러진 참의원 선거는 한국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한국이 일본 의원 선거 결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다. 이런 이례적인 현상은 일본의 국내 정치에 한일 관계가 이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베 정권은 보수적인 지지층을 결집시켜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선거 전에 사용되는 카드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은 '다테마에'(겉으로는 말하는 이유)로는 이번 조치가 안전보장상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혼네'(본심)로는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항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신문인 산케이 신문은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산케이는 관련 보도에서 한국 정부가 징용공 소송과 관련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은 것'(혼네는 '일본이 원하는 제안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항조치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출 통제가 실시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압박성 전망도 덧붙였다.

현재 일본이 화이트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27개국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처음 올라간 것은 한일간 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열렸던 2004년의 일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는 선거용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철회되거나 완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번 형성된 보수층의 반한 감정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한국에 양보했다간 아베 정권이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아베 정권이 앞장서서 조성한 갈등 분위기는 언론 보도에도 쏠림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벌써 작년 대비 5% 정도 감소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LCC운항이 취소되는 등 지방 경제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이를 쉽게 보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일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엽적인 문제로 대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서인지, 이런 소식들은 일부 지방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런 문제들이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대화 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거나 화제로 삼는 것은 보통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선 금기에 가깝다. 서로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대나 비판도 가능할 텐데,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에선 그게 쉽지 않은 거다.

한일간 고조된 갈등은 언젠가는 다시 낮아지겠지만, 현실이 이렇다 보니 그 이후가 걱정이다. 내 눈에는 당장의 한일 갈등보다 젊은 층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말문을 닫게 하는 일본 내 사회적 분위기가 장기적 외교 관점에선 더 큰 문제로 비쳐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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