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회장님의 수상한 주말 출근…감사 전 '증거 없애기' (풀영상)

탐사보도팀 기자 panda@sbs.co.kr

작성 2019.07.22 22:05 수정 2019.07.23 08: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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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①] 손수레에 자료 싣고 어디로?…CCTV에 찍힌 회장님

<앵커>

200억 원 넘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여전히 고급 저택에서 비싼 수입차 타며 호화롭게 지낸다는 소식 지난주 전해 드렸었는데, 이번 주도 끝까지 판다 팀이 취재한 내용 이어가겠습니다.

이규태 회장이 한 때 이사장을 지냈던 한 초등학교가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감사를 앞둔 주말에 이규태 회장이 그 학교에 가서 여러 자료를 밖으로 들고나가는 영상을 저희 취재팀이 확보했습니다.

이미 이사장을 관둔 이규태 회장이 휴일에 직접 가서 가져간 자료는 무엇이고 또, 무엇을 숨기려 하는 것인지 먼저 박재현 기자가 취재한 내용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수업이 없는 토요일, 사립 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여성 2명과 함께 나타납니다.

이 초등학교 설립자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회장의 측근들이 주로 일하는 기획홍보실로 향합니다.

여성이 비밀번호를 누른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고 이 회장도 따라 들어갑니다.

[학교 관계자 : (이분들은 누구입니까?) 다 기획홍보실 직원들입니다.]

학교 직원인 여성들은 분주하게 종이가방과 사무용 손수레를 가지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학교 관계자 : (이규태 회장의) 비서였고 (일광공영)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었죠.]

이 회장은 사무실 앞에서 서성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곧이어 남성이 나타납니다.

이 남성이 여성 교직원들과 함께 무언가를 담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잠시 후 여성들은 커다란 가방을, 남성은 상자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나갑니다.

[학교 관계자 : 학교 기사님이 왔다 갔다고 해서 저희가 이상해서 찾아보니까 (서류를) 들고나간 기록이 있더라고요.]

학교의 기획홍보실뿐 아니라 행정실 자료도 밖으로 나갔다는 게 학교 직원들 얘기입니다.

손수레 3대 분량입니다.

학교 측은 스마트 스쿨 관련 자료가 사라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스쿨 사업은 이 회장의 지시로 기획홍보실이 추진해 왔습니다.

[학교 관계자 : (기획홍보실에서) 한 일이 스마트스쿨 건 밖에 없어요. 그런 관련된 자료를 다 갖고 나간 것 같고…]

이 사업에 학교 예산 2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학교 전체 교비 55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거액의 사업입니다.

자료를 외부로 반출한 시점도 절묘합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학교 관계자 : 감사 통보를 했으니까요 교육청에서. 공문 온 걸 알고 (서류를) 치운 거죠.]

교육청의 감사 정보를 미리 알고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스마트스쿨 관련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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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회장▶ [끝까지판다②] 반대 속 강행한 '23억 사업'…목적은 비자금 조성?

<앵커>

이번 서울시교육청 감사의 핵심은 방금 들으셨던 이규태 회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23억 규모의 사업이었습니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모두 강하게 반대하는 데도 이규태 회장이 그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유덕기 기자가 취재해봤습니다.

<기자>

지난 3월, 일광학원 산하 초등학교는 23억 규모의 사업을 하겠다며 공개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 모집에 나섰습니다.

사업 명칭은 스마트스쿨 환경 구축 사업.

태블릿 PC와 로봇을 활용해 첨단 교육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 사업의 출발점에 학교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이 회장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입찰 공고를 내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 9일, 이 회장이 한 교직원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이 사업을 언급하면서 "학교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홍보에 결정적 이슈가 되는 것이니 2월 말 전에 계약까지 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합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규모가 큰 사업을 이 회장이 무리하게 밀어붙여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학교 관계자 : (스마트 스쿨 사업이면) 2~3억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너무 많은 예산이 배정된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반대를 많이 했죠.]

반대 의견에도 사업은 계속 추진됐고 학교는 업체 한 곳과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 내역서입니다.

전체 사업비 23억 가운데 스마트 스쿨로 분류된 비용은 약 4억 2천만 원에 불과하고 로봇 활용과 영어 디지털 컨텐츠 등 컨텐츠 개발 비용이 14억 원, 절반이 넘습니다.

사실상 영어 컨텐츠 개발 사업인데 관련 교사들과는 협의 한 번 없었고 그래서 학교 운영위 등 학부모들의 반대도 이어졌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 들어가는 돈이 교비라는 거예요. 재단(돈으로) 해 주는 것 도 아니고, 아이들과 엄마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왜 이걸 교 비 를 써서 진행 하나?" (항의했죠.)]

학교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이 사업을 빌미로 비자금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회장은 출소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측근들과의 자리에서 일광학원 산하 학원을 이용해 교재 구입 명목으로 뒷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해 12월) : 옛날부터 출판사 거기서 돈을 만들어 오더라고. (출판사에는 수수료로) 15퍼센트를 줬다는 거야.]

[○○초등학교 기획홍보실 직원(측근) : 여태까지는 실질적으로 교재를 구입 안 했는데 세금계산서만 처리만 해준 거예요.]

학원 측이 특정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이 대가로 출판사에는 계약금의 15%의 수수료를 주고 나머지 85%의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해 12월) : (계약금이) 2천만 원이면 (수수료가) 300만 원이잖아. 1500만 원을 만든 것 같아 보니까. 나한테 준거야 그걸.]

문제의 스마트스쿨 사업도 언급합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해 12월) : 스마트 교육 교재를 하는 업체가 와서 어차피 포괄적(내용과 금액으로) 학교랑 낙찰해서 로봇에도 들어가면 저걸 활용하는 게 스마트 스쿨 하고 많이 연결되지.]

이 회장은 사업 진행이 더뎌지자 학교 직원들에게 막말도 퍼부었습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 3월 18일 학교관계자 통화) : 너희들이 나를 갈구는데, 내가 학교 좋은 거 하자는 거지 내가 돈 빼먹으려는 거야 스마트 스쿨 사업에서? 이 XXXX들. 너희들 그 자리 있나 봐라.]

해임 협박까지 하며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증언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저를 따로 불러서 "해임안이 의결됐다."며 이사회 회의록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단 이사들 사인은 안 받고요. 그러면서 "해임 안 할 테니 스마트 스쿨 사업 그걸 해라"….]

[학부모 : (이 회장이 학교를) '장사하는 곳으로 생각한다'고 생각하죠. 이제 이 회장 자금줄이 없잖아요. 여기서 정말 자금줄의, 마지막 수단이거든요. 그래서 '25억을 한 번에 (빼돌리자)' 그렇게밖에 안 보였어요.]

이 회장이 시작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이 사업.

결국, 교육청 민원으로 이어졌고 감사 돌입 2주 만에 교육청 명령으로 중단됐습니다.

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학교 자료를 외부로 반출한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은 압수수색 권한이 없는 교육청 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숨겨야 할 자료가 어떤 게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자료를 은닉했다는 것인지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3억 규모의 스마트스쿨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재단 이사회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