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①] '200억 체납' 회장 재산의 비밀…옥중 영상 입수

SBS 뉴스

작성 2019.07.19 10: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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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끼리 감정이 얽혀버리면 법은 뒤야. 나하고 싸우려 들면 내가 누구한테 지겠냐고. (저 회장님한테 싸우자 그런 적 한 번도 없어요.) 너는 지금 곤란해. 내가 누군지를 네가 몰라.]

이 목소리 주인공은 4년 전 방송인 클라라를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입니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재판에 넘겨졌었는데 클라라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었습니다. 무기 중개상 출신으로 방산 업체와 연예 기획사를 가지고 있는 이규태 회장은 탈세와 횡령 혐의로 3년 넘게 복역하다 지난해 말 출소했는데 지금까지 세금 약 200억 원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이 회장은 수입차를 타고 또 고급 저택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이규태 회장이 어디서 그 많은 돈을 마련해서 호화롭게 살고 있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먼저 어렵게 구한 이규태 회장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푸른 수의를 입은 남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인번호도 선명합니다.

거물 무기 중개상,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입니다.

촬영 시점은 2018년 8월 17일 오후, 당시 수감 중이던 안양교도소에서 면회 도중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 녹화돼 있습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A야. 내가 지금 기획홍보실 예산 때문에 너하고 D한테 동시에 내가 이야기한다.]

A 씨는 이 회장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직원.

학교 예산 편성 문제로 뭔가 지시를 내립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인쇄 비용이라든지 차량 비용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기획홍보실로 예산을 편성해 놓으면 기획홍보실이 예산을 많이 쓰네 이런 이야기만 들리더라고.]

첫 번째 지시로 기획홍보실 예산을 드러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차량 임대료에 홍보비까지 기획홍보실이 쓸 돈을 마치 학교의 다른 예산인 것처럼 포장하라는 겁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차량이나 광고 선전비나 이런 것들 있잖아. 이런 것들도 학교 입장에서는 홍보비라던지 이런 걸 예산 항목에 못 잡을 거야. 그걸 적당하게 학교 예산에 맞게끔 올려봐. A 네가 앞장서서 좀 만들어봐봐. 그걸 흩어서 하는 게 제일 좋아.]

기획홍보실은 이때 초등학교에 새로 신설된 부서입니다.

이 부서의 직원들은 이 회장 업체인 일광공영 출신으로 회계와 비서 업무를 담당했던 이 회장 측근 그룹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학교 관계자 : 이규태 회장이 원하는 그런 걸, 비서가 하는 말이 곧 내 말이니까 그걸 따르라고 해서 저희한테 지시를 하는 거죠, 오히려. 기획홍보실이라고 직원들이 있으면서 학교에서 제대로 근무를 안 했어요.]

이 회장 측근들이 쓰는 돈을 학교의 다른 예산에 넣어야 하는 이유, 이 회장 스스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뭐 차량도 필요하고 나도 좀 이용하려고 그렇고 그러니까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이제 다 하라고 한 거니까.]

학교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방산 비리 혐의로 구속된 뒤 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나 학교 운영에 개입할 아무 권한도 없지만, 이렇게 인사와 예산 등 주요 업무를 옥중에서 지시하고 있는 겁니다.

예산 집행의 최종 결정권자가 본인 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결국 내가 다 원하지 않으면 예산을 백날 잡아놔도 못 쓰니까.]

영상을 촬영한 변호사에게 촬영 이유를 물었습니다.

변호사는 이규태 회장의 지시로 영상을 촬영했고 이 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 메시지 외에도 이 회장은 자신을 면회 온 변호사를 통해 학교 측에 수시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SNS 문자를 이용해 기획홍보실 직원이 근무할 자리를 준비해 놓으라고 하고 이메일로는 일광공영 직원을 학교로 발령내고 교재 제작 공고까지, 옥중에서도 학교 행정에 사사건건 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이 회장은 이미 6억 9천만 원의 학교 돈을 빼돌린 혐의 등이 법원에서 인정돼 죗값을 치르던 중이었습니다.

[학교 관계자 : 비리의 근원이죠. 학교는 사업하는 장사하는 데가 아니잖아요.]

이규태 회장 측은 교도소에서 영상을 녹화해 지시사항을 학교 측에 전달한 사실이 없고 아내를 통해 학교 상황을 전해 들은 정도라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예산과 행정 전반에 걸쳐 이 회장이 전횡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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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방금 보신 리포트에서 이규태 회장이 언급했던 그 학교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6년 전 그 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학교가 교비 처리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고 이규태 회장이 권한도 없이 학사 업무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또, 학교를 일광그룹의 계열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지, 저희 끝까지판다팀이 취재해 봤더니 이 회장이 출소한 이후에도 나아진 것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이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규태 회장이 출소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자신이 설립한 학교에 보낸 SNS 메시지입니다.

성북동이나 본사 일도 있으니 학교 직원에게 출장을 구체적으로 통제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학교 관계자 : (성북동 업무라는 건 뭡니까?) 성북동이 이규태 회장님 자택이에요.]

학교 직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일을 시켰고 학교에서는 출장 처리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입니다.

[학교 관계자 : 성북동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학교 직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불러서 얘기를 했더라고요.]

이 회장이 출장 온 학교 직원에게 문자로 보낸 지시들입니다.

자택 정원의 전등을 점검하고, 건물 전체 페인트 견적을 알아볼 것을 지시합니다.

[학교 관계자 : 전구도 교체하고, 시설 보수도 하고. (근무 일지 같은 건 있을 텐데?) 그건 없죠.]

2층 방의 전동 커튼이 고장 났다며 처리를 지시하고, 심지어 지하에 있는 노래방 기계도 점검하고 신곡도 추가해 놓으라고 말합니다.

학교 직원은 노래 저장 시간 3시간, 비용은 24만 원이라며 점검 내용을 이 회장에게 상세히 보고합니다.

학교 직원이 이 회장 집 관리인처럼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택의 각종 관리비로 개인 돈이 아니라 학교 돈을 쓰려던 정황도 있습니다.

지난 3월 이 회장이 학교 직원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성북동 새장 견적이 840만 원이 들어왔다며 수족관과 새장 전체를 합쳐 1,300만 원에 견적서를 받아와라 또, 조경과 페인트 비용은 각각 750만 원, 950만 원을 청구하겠다고 말합니다.

끝까지판다팀은 당시 공사 업체가 학교에 제출한 2가지 견적서를 입수했습니다.

순수하게 학교 공사에만 드는 비용은 1,400만 원 정도.

하지만 새장 수리 등 이 회장의 자택 공사비용이 포함되자 2,800만 원으로 2배 늘었습니다.

자택 공사비가 노출되지 않게 학교 공사의 액수를 항목별로 조금씩 부풀린 것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회삿돈과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재산이 압류된 상황.

그래서인지 직원에게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당분간 신경 써서 처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이런 은밀한 시도는 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학교 돈으로 개인 주택 관리 비용을 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냐는 끝까지판다팀의 질의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준호, CG : 이준호·최진회)

(SBS 비디오머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