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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①] '200억 체납' 회장 재산의 비밀…옥중 영상 입수

<앵커>

[사람끼리 감정이 얽혀버리면 법은 뒤야. 나하고 싸우려 들면 내가 누구한테 지겠냐고. (저 회장님한테 싸우자 그런 적 한 번도 없어요.) 너는 지금 곤란해. 내가 누군지를 네가 몰라.]

이 목소리 주인공은 4년 전 방송인 클라라를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입니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재판에 넘겨졌었는데 클라라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었습니다. 무기 중개상 출신으로 방산 업체와 연예 기획사를 가지고 있는 이규태 회장은 탈세와 횡령 혐의로 3년 넘게 복역하다 지난해 말 출소했는데 지금까지 세금 약 200억 원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이 회장은 수입차를 타고 또 고급 저택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이규태 회장이 어디서 그 많은 돈을 마련해서 호화롭게 살고 있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먼저 어렵게 구한 이규태 회장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푸른 수의를 입은 남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인번호도 선명합니다.

거물 무기 중개상,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입니다.

촬영 시점은 2018년 8월 17일 오후, 당시 수감 중이던 안양교도소에서 면회 도중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 녹화돼 있습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A야. 내가 지금 기획홍보실 예산 때문에 너하고 D한테 동시에 내가 이야기한다.]

A 씨는 이 회장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직원.

학교 예산 편성 문제로 뭔가 지시를 내립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인쇄 비용이라든지 차량 비용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기획홍보실로 예산을 편성해 놓으면 기획홍보실이 예산을 많이 쓰네 이런 이야기만 들리더라고.]

첫 번째 지시로 기획홍보실 예산을 드러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차량 임대료에 홍보비까지 기획홍보실이 쓸 돈을 마치 학교의 다른 예산인 것처럼 포장하라는 겁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차량이나 광고 선전비나 이런 것들 있잖아. 이런 것들도 학교 입장에서는 홍보비라던지 이런 걸 예산 항목에 못 잡을 거야. 그걸 적당하게 학교 예산에 맞게끔 올려봐. A 네가 앞장서서 좀 만들어봐봐. 그걸 흩어서 하는 게 제일 좋아.]

기획홍보실은 이때 초등학교에 새로 신설된 부서입니다.

이 부서의 직원들은 이 회장 업체인 일광공영 출신으로 회계와 비서 업무를 담당했던 이 회장 측근 그룹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학교 관계자 : 이규태 회장이 원하는 그런 걸, 비서가 하는 말이 곧 내 말이니까 그걸 따르라고 해서 저희한테 지시를 하는 거죠, 오히려. 기획홍보실이라고 직원들이 있으면서 학교에서 제대로 근무를 안 했어요.]

이 회장 측근들이 쓰는 돈을 학교의 다른 예산에 넣어야 하는 이유, 이 회장 스스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뭐 차량도 필요하고 나도 좀 이용하려고 그렇고 그러니까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이제 다 하라고 한 거니까.]

학교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방산 비리 혐의로 구속된 뒤 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나 학교 운영에 개입할 아무 권한도 없지만, 이렇게 인사와 예산 등 주요 업무를 옥중에서 지시하고 있는 겁니다.

예산 집행의 최종 결정권자가 본인 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결국 내가 다 원하지 않으면 예산을 백날 잡아놔도 못 쓰니까.]

영상을 촬영한 변호사에게 촬영 이유를 물었습니다.

변호사는 이규태 회장의 지시로 영상을 촬영했고 이 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 메시지 외에도 이 회장은 자신을 면회 온 변호사를 통해 학교 측에 수시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SNS 문자를 이용해 기획홍보실 직원이 근무할 자리를 준비해 놓으라고 하고 이메일로는 일광공영 직원을 학교로 발령내고 교재 제작 공고까지, 옥중에서도 학교 행정에 사사건건 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이 회장은 이미 6억 9천만 원의 학교 돈을 빼돌린 혐의 등이 법원에서 인정돼 죗값을 치르던 중이었습니다.

[학교 관계자 : 비리의 근원이죠. 학교는 사업하는 장사하는 데가 아니잖아요.]

이규태 회장 측은 교도소에서 영상을 녹화해 지시사항을 학교 측에 전달한 사실이 없고 아내를 통해 학교 상황을 전해 들은 정도라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예산과 행정 전반에 걸쳐 이 회장이 전횡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       

▶ [끝까지 판다②] 집사처럼 부린 교직원…횡령 시도 정황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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