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안전장치 없는 '소방관 생명줄'…'독점 폐해' 조사 (풀영상)

탐사보도팀 기자 panda@sbs.co.kr

작성 2019.07.15 22:09 수정 2019.07.15 22: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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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판다①] 안전장치 없는 '소방관 생명줄'…'독점 폐해' 조사

<앵커>

끝까지 판다 오늘(16일)은 소방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방관에게 공기호흡기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화염과 유독가스 가득한 화재 현장에서 공기를 공급해주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소방관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세 가지 안전장치를 반드시 갖추도록 하는 규정이 이미 7년 전 마련됐습니다.

그 세 가지를 말씀드리면 먼저 허드라고 하는 전방 표시 장치입니다. 불 끄고 있는 소방관이 자신의 공기통에 산소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입니다. 또 하나는 급속 충전 장치입니다. 화재 진압이 예상보다 길어져 갖고 있던 공기가 모두 떨어질 경우, 현장에서 곧바로 산소를 충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비상 사이렌입니다. 혹시 소방관이 현장에 혼자 남게 됐을 때, 지금 내 위치가 어딘지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써 온 것들입니다.

그런데 저희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팀이 확인해봤더니 일선 소방 현장에서는 안전장치를 달도록 법령이 바뀐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안전장치 없는 공기호흡기가 일선 소방서에 납품되고 있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종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역 소방서를 찾아 공기호흡기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기자 : (공기호흡기) 마스크에 허드(HUD/전방표시장치), (공기량이) 표시되는 장치를 쓰고 있다고 하셔서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러자 담당자가 신입 소방대원에게 되묻습니다.

[소방관 : 공기호흡기 최신형 받아왔어? (네.) 최신형 가지고 와 봐.]

소방관이 '최신'이라고 표현한 것은 필수로 부착해야 할 안전장치 세 종류를 장착한 소방관용 공기호흡기입니다.

[소방관 : (공기가 떨어지면) 경고 벨이 울리는데, 대원들이 다 똑같이 울리잖아요. 누구 건지 모르잖아요. (마스크에서) 공기량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 나한테 빨간불이 들어왔구나, 나가야지' 하고 (벗어날 수 있는 거죠.)]

규정을 맞춘 장비지만 이 소방서에 해당 공기호흡기를 지급받은 직원은 신입 소방관뿐이었습니다.

의무 규정이 생긴 이후에도 줄곧 안전장치 없는 제품이 일선 현장에 납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판다 팀이 공기호흡기 구매 과정을 추적해 봤습니다.

지난달 소방관용 공기호흡기 장비 200여 대를 구매하겠다고 공고를 낸 경남 창원소방본부.

제품 품평회를 먼저 하겠다며 업체들에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그런데 공문을 살펴보니 허드와 급속충전기, 사이렌을 빼고 납품하라고 돼 있습니다.

이 품평회에 직접 가봤습니다. 필수 안전장치인 허드를 이 품평회에서 처음 보는 소방관도 있습니다.

[소방관 공기호흡기 품평회 (지난달, 경남 창원) : 직원들께서는 세 군데 업체에서 비치해놓은 공기호흡기를 착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기능이에요?) 마스크에 보시면 불빛 들어오는 거 있죠? 보시면 (공기량에 따라) 불이 들어와요.]

진행자는 품평회를 시작하면서 공정성을 위해 안전장치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만 설명하라고 안내합니다.

공문과 같은 내용입니다.

[창원소방본부 품평회 담당자 : 허드(HUD/전방표시장치) 없는 공기호흡기로 한정해서 설명해 주세요. 공정해야 해서.]
소방 안전장치소방청 고시에는 세 가지 안전장치가 없으면 치명적인 결함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소방 당국이 나서 치명적 결함이 있는 제품을 납품하라고 안내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0년간 소방서에 공기호흡기를 제조해 납품한 회사는 산청이라는 회사 단 한 곳.

산청의 전직 직원들은 안전장치가 포함된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결함이 있었다고 끝까지 판다 팀에 증언했습니다.

[전직 산청 관계자 : 공기호흡기 급속충전 연결구에서 공기가 새버립니다. 이거는 산청 내부도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었어요. 가끔 (소방서에서) 전화 올 때가 있어요. '우리가 허드(전방표시장치)란 제품을 10대 가지고 있는데 4대가 샌다. 이건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소방관들이 화재 진화할 때) '내가 앞으로 (공기를) 어느 정도 쓸 수 있겠구나', 계산을 하고 들어갔었는데 그거보다 빨리 공기가 소진되는 거죠. 그러면 미처 현장에서 못 나오고 호흡을 못 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거죠.]

독점 업체가 필수 안전장치가 포함된 신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소방 당국이 경쟁 업체들에 공정성을 이유로 들며 필수 안전장치를 떼라고 요구한 것이 독점 업체의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는지 감사할 것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산청 측은 신제품에서 공기가 새는 결함은 발견된 적도, 보고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또, 의무 규정과 달리 안전장치가 없는 공기호흡기가 일선에 납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산청의 의도한 바가 아니라 소방 당국이 단가가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기덕,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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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공기호흡기▶ [끝까지 판다②] 20년 독점 깨고 계약했지만, 석연찮게 막판 퇴짜

<앵커>

방금 보신 독점 납품업체 말고도 현재 국내에는 바뀐 기준에 맞게 3가지 안전장치를 모두 장착한 공기호흡기를 만드는 다른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업체들이 규정대로 만들고 또 인증까지 다 받았는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마지막에 불합격 처리돼서 납품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이 중소기업은 7년 전에 바뀐 기준에 맞춰 3가지 안전장치가 장착된 공기호흡기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이 제품으로 경기소방본부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20년간 국내 공기호흡기 시장은 산청이라는 업체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산청이 아닌 다른 업체가 소방 당국과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소방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대표 : 돈을 주고 장비를 구매했지만, 기존업체로부터 항상 홀대당해왔고 신규업체가 나타나서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방 담당자가) 몇 번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납품을 앞두고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추가 검사에 나섰습니다.

이미 전문기관에서 인증을 통과한 제품인데 내시경을 이용해 내부를 검사하거나 공기호흡기를 수조에 담그는 시험까지 했습니다.

다른 소방본부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던 검사들이었습니다.

[소방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대표 : (밸브를) 이렇게 빼서 분리해서 이렇게 탕탕 쳤을 때, 이 가루가 나왔다. (많이 나오는 건 아니네요?) 그렇죠. 아주 극소량이 나왔죠. 1그램도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기호흡기 50개에서 하얀 A4 용지 위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가루가 검출됐다며 경기소방본부는 결국 이 업체 제품을 불합격 처리했습니다.

가루의 성분이 무엇인지 성분 분석 결과조차 경기소방본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소방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대표 :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윗선 지시에 의해서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트집을 잡았다고 저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업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았고, 권익위원회는 조사 끝에 불합격 처리 과정에 부당한 부분이 있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3가지 안전장치를 달기로 고시까지 개정해놓고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전장치가 없는 산청 제품을 계속 납품받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담당 조사관 : 현행법을 위반해서 납품된 제품들이 지금 불법적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건데 이걸 아무런 조치 없이 다 그 흠결을 덮어줘 버리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건데요.]

하나의 업체가 소방 공기호흡기 시장을 독점하고 다른 업체의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되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담당 조사관 : 소방관의 안전과 직결된 장비를 산청이라는 업체가 지금까지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는데 그럼 뭐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산청만 공급해야 하는 것인가.]

권익위원회는 소방청장에게 소방 공기호흡기 계약 전반을 감사하라고 권고하고 공정거래위원장에게는 산청이 지난 20년 동안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조창현,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