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고시원살이 10년 차…일주일간 '간헐적 가족'을 체험하다

[SBS 스페셜 ] 간헐적 가족 ③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타인?

14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간헐적 가족'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 조명했다.

서울 도봉구 안골마을에 위치한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대저택에는 수많은 이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같은 부족"이라고 칭했다. 특히 이들은 가족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친 가족같이 가까운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함께 떠난 산행. 이 곳에서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이가 있었다. 아이들의 엄마라기에는 다소 젊어 보이는 정영경 씨. 그는 "이모다. 오늘 하루 유치부 4명을 데리고 다닐 거다"라고 말했다. 이와 반해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아이들과 떨어져 자유를 즐겼다. 이에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도 엄마보다는 이모, 삼촌을 더 좋아한다. 이런 일이 있으면 오늘은 누가 날 돌봐줄 거야 라고 물어본다"라고 했다.

14가구, 50명이 모여 이룬 대가족, 가끔씩 서로에게 가족 역할을 하는 이들은 간헐적 가족, '공동체 은혜'이다. 그리고 이들은 총 4 부족이 모여 살고, 싱글 여성들은 하나의 부족을 이뤘다. 이들은 옥상에서 여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아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님보다 이모를 더 따르고 좋아했다. 그리고 싱글 여성들에게 아이를 다루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이들의 시작은 일주일에 한 번,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발전해 함께 모여 살기 시작했고, 결국 이 공동체는 직접 집까지 짓게 되었다. 이들은 평소에는 각자의 삶을 살지만 가끔씩 서로의 가족이 되어 주는 것.

이에 싱글 여성 정영경 씨는 "같이 삶도 나누고 공부도 하면서 지내오다 관계가 깊어졌다. 그러다 보니 함께 모여 사는 바람이 생겼고, 함께 살아보는 실험을 시작했다"라고 "외로움이 삶에 깔려있다 보니 일상 자체가 무기력했다"라며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즐거웠고,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인연이 이어지고 한 부모 연합 가정, 싱글 남성 연합 가정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교류를 시작했고 2016년 공동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에 싱글 여성 정현아 씨는 "아이들과 함께 같이 산다고 했을 때는 새로운 세상에 열리는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아이들을 봐줘야 하는 상황이 원치 않게 오면 어떻게 하나. 부담감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먼저 소수로 모여 살던 연합 가족을 배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부족으로 묶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공용 공간이었다. 지하에 마련한 전체 홀은 공동체의 상징이다. 만들어 놓고 보니 기대 이상의 혜택이 돌아와 모두가 만족했다.

모두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만들어진 건물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스스로 깨우치며 성장했다. 그리고 이에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기 위해 규칙에 대한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든 밤이 되면 어른들의 취미 시간이 펼쳐졌다. 공동의 공간에서 크고 작은 취미 수업을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이에 공동체 은혜 2 부족 환희 엄마는 "이 시간은 천국이다.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더 건강하다"라며 공동체 생활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6년 5월 공동체 은혜 주택의 건축이 시작됐다. 지하 1층에 지상 3층에 공동체의 생각을 담았다. 각 층마다 색다른 거실을 두고 세련된 카페까지 만들였고, 여기에 큰 비용을 투자했다. 또한 4 부족인 싱글 여성들이 사는 공간에는 파우더룸도 따로 설치했다. 이에 침실은 더욱 좁아졌다.

싱글 여성 이지연 씨는 "입주할 사람을 모집했다. 신청한 사람들 중에는 자산이 어느 정도 있어서 그것을 처분하고 들어와야 했다. 그런데 정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들어오기가 힘든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공동체 생활을 하고 싶었던 부족원들은 다 함께 살기 위해 힘을 모아 공사비도 아꼈다. 그리고 자산이 없는 사람들은 월세 개념으로 돈을 지불하고 지냈다.

싱글 여성 이지연 씨는 변호사로 서울 서초구의 한 로펌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그는 편도에만 1시간 30분의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고 공동체에서 지내고 있다. 이에 이지연 씨는 "혼자가 편했다. 그런데 그 틀이 많이 깨졌다. 같이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부족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너무 즐겁다고 했다. 지연 씨는 "아이들이 너무 밝아요. 같이 있기만 해도 힘을 받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지연 씨는 아이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연습도 하고 춤도 함께 배웠다. 그리고 작년에는 영화까지 함께 촬영했다. 함께 살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던 것.

2011년 코어 하우징형 주택, 소행주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소행주 대표는 "각각 2천만 원 씩을 투자해서 주택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이 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민수 씨는 함께 지낸 삼촌들에 대해 "누군가가 막연하게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되게 든든한 거 같다. 이유 없이 응원을 해주신다. 어렸을 때 사고도 많이 쳤지만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다"라며 삼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공동체 은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임과 동시에 대안학교에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다. 큰 아이들은 알바 부족을 만들어 집안일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는 10월에 함께 떠날 여행 자금을 벌기 위함이었다. 이에 아이들은 "차곡차곡 쌓이는 맛이 있는 거 같다"라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돈을 벌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도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고유진의 부모는 공동체 생활을 하던 중 이혼을 했다. 이에 고유진은 "이혼을 하면 난 어디로 가야 하나, 그리고 둘 중 한 명이 집을 나가면 얼마나 허전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울했다"라며 "그런데 이모, 삼촌 덕분에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동체의 이모, 삼촌들은 유진이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에 유진은 "이모, 삼촌들이라는 버팀목이 되게 컸고,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도 난 이모, 삼촌들이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시원 생활을 10년 동안 했던 최미정 씨가 '공동체 은혜'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그는 지금까지 남들과 함께 사는 것과는 동 떨어진 생활을 했다. 앞서 그가 살던 고시원은 화재가 났고, 이에 현재의 공동체 은혜로 오게 된 것.

미정 씨는 남들과 마주하고 하는 식사도 어색하다고 했다. 그리고 고시원과 너무 다른 환경에 그저 감탄만 했다. 미정 씨가 온 후 한 달에 한 번 있는 바비큐 파티가 진행됐다. 늘 새로운 콘셉트로 진행되는 이들의 파티의 이번 주제는 '태국 여행'.

미정 씨는 공동체 생활을 보며 어느 순간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 속에 어우러졌다. 이에 미정 씨는 "편하게 바라봐주고 말도 걸어줬다.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과 너무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미정 씨는 이들과 진짜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았다.

이어 미정 씨는 "혼자 사는 삶이 가장 좋고 나라는 존재가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여기에 오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다, 나를 이렇게 소중하게 대해주는데 싶었다. 마음이 열렸다"라고 했다.

일주일의 체험이 끝나고 고시원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미정 씨. 그는 "여기에 너무 동화가 되어 버려서 나도 사람들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구나, 나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겠구나 싶은 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별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진짜 가족이 아니라도 나를 염려하는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느끼게 된 것.

타인과 가족을 이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공동체 은혜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에 대안 학교 교사 이주현은 "저희는 모든 기준을 가장 못하는 사람한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더 처지는 사람일수록 친구가 되어 줘야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다고 경험을 통해 가르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조건이 다른 사람들이 진짜 가족보다 더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이에 최윤미 씨는 "처음 시작부터 계속 성장을 같이 해왔다. 이미 언니가 되고 동생이 된 상태인데 내 조건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진다고 해도 선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가족과의 경계에서 어디까지 책임질까에 대한 것은 그 상황이 닥쳐왔을 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끔 만나던 관계에서 함께 집을 지어 사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함께 멀리 가고자 하는 그들의 도전이 새로운 가족의 완성을 기대케 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 시작은 일주일에 한 번…타인이 모여 부족 이룬 '간헐적 가족'
▶ 부모의 빈자리 메운 '이모'…아이 돌보미가 된 싱글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