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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비가 급격하게 사라진다…연평균 2%씩 21년 동안 1/3이나 사라져

[취재파일] 나비가 급격하게 사라진다…연평균 2%씩 21년 동안 1/3이나 사라져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 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누구나 수없이 부르고 들고 자란 동요 '나비야'다.

나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곤충 가운데 대표적인 곤충이다. 나비는 봄의 전령이다. 이른 봄 나비는 숲을 돌아다니며 잠을 자고 있는 생명체를 깨운다. 꽃가루를 옮겨 생명체가 열매를 맺게도 한다. 또 스스로는 다른 동물의 먹이가 돼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만약 지구상에서 나비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야생 생태계의 꽃가루받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먹이사슬에도 큰 구멍이 뚫리는 등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나비를 보며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나는 모습을 그리던 많은 사람들의 상상의 나래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
나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비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나비 개체 수가 매년 2%씩 급격하게 감소해 지난 21년 동안 총 개체 수가 1/3이나 줄어들었다는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등 미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

연구팀은 지난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1년 동안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나비 개체 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는 훈련을 받은 시민 과학자와 나비 연구자 2만 4천여 명이 참여해 오하이오주 전역에 퍼져 있는 104개 관측 지점에서 매주 한 차례씩 나비의 개체 수를 조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멸종위기종 같은 1~2개 특정 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81개나 되는 다양한 종을 대상으로 동시에 조사를 한 것으로 나비 전체의 개체 수가 최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 지 그 경향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 결과 나비 81개 종 가운데 40개 종은 개체 수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32개 종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정도로 개체 수가 크게 감소했고 9개 종은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 수가 감소한 종(32종)이 늘어난 종(9종)보다 3.5배나 많은 것이다. 개체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종은 표범나비(Aphrodite Fritillary, Speyeria aphrodite)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오하이오주에 서식하는 나비의 총 개체 수는 연평균 2% 정도씩 줄어 21년 동안 3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나비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단지 미국 오하이오주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비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많이 발표됐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발표된 영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도시 지역에서는 나비 개체 수가 무려 69%나 감소했고 시골에서도 4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과 목포대학교 등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강원도 영월군의 한 석회암 지대에 서식하는 나비는 최근 15년 동안 3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

▶ [취재파일] 나비가 급격하게 사라진다…15년 새 34% 감소

미국 오하이오주뿐 아니라 영국과 우리나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나비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나비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어느 특정 지역, 특정 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통의 나비를 사라지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최근 전 세계에서 나비가 급격하게 사라지는 이유를 도시 팽창과 개발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 같은 기후변화, 그리고 살충제나 제초제, 비료 사용으로 상징되는 최근 농업 형태의 변화 등에서 찾고 있다. 모두가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이다. 결국 인간 활동으로 인해 나비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비가 살기 어려운 지구촌, 나비가 점점 사라지는 세상에서는 사람도 살기가 어렵다.

*참고문헌

1) Tyson Wepprich, Jeffrey R. Adrion, Leslie Ries, Jerome Wiedmann, Nick M. Haddad, Butterfly abundance declines over 20 years of systematic monitoring in Ohio, USA. PLOS ONE, 2019;14(7):e0216270

2) Emily B. Dennis, Byron J.T. Morgan, David B. Roy and Tom M. Brereton, 2017: Urban indicators for UK butterflies, Ecological Indicators, 76, 184-193 http://dx.doi.org/10.1016/j.ecolind.2017.01.009

3) Sei-Woong Choi, Sung-Soo Kim, Tae-Sung Kwon and Haechul Park, 2017: Significant decrease in local butterfly community during the last 15 years in a calcareous hill of the middle Korea. Entomological Research. doi:10.1111/1748-5967.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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