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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담배 구입' 업주만 처벌…위조 감별기까지

<앵커>

편의점에서 담배 사려고 어른인 척하거나 아예 신분증을 위조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거기에 속아 담배를 팔다가 적발되면 가게 주인은 얼마 동안 담배를 팔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준호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제도 보완의 필요성까지 짚어봤습니다.

<기자>

서울 관악구에 있는 이 편의점은 담배 판매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담배 손님들을 모두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A 씨/편의점주 : (아르바이트생이 신분증을 보자고 하니) 신분증이 분실됐다고. 지금 재발급 중이라면서… 더군다나 신용카드를 내니까 (담배를) 줬는데. 알고 보니 그게 도난 카드였고.]

대가는 뼈 아팠습니다. 청소년에 담배를 판 죄로 구청으로부터 6월 한 달 동안 담배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겁니다.

[A 씨/편의점주 : 황당하죠, 뭐. 좀 가혹하다 싶죠. 그거(담배 판매)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는데 그런 거 한 번 당하면 진짜 엄청난 타격이죠.]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주성태 씨. 7년 전 위조 신분증을 내민 중학생에게 속아 자신을 포함해 일대 편의점 세 곳이 한꺼번에 담배 판매 정지를 당했습니다.

[주성태/편의점주 : 승복할 수가 없어서 변호사 비용 한 1천만 원 가까이 돈을 투자하면서 (소송했지만)… 결국에는 결과는 똑같았고.]

주 씨는 이 때문에 수천만 원의 돈과 1년가량 시간을 날렸지만 정작 위조 신분증으로 담배를 산 중학생은 기소유예, 즉,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업주들도 있습니다.

점주들이 미성년자를 가리기 위해 사비를 들여 도입하는 신분증 위조 감별기입니다.

이렇게 신분증을 넣고 지문을 대면 1초 만에 위조 여부가 가려집니다.

하지만 설치비 거의 대부분을 점주가 부담해야 하다 보니 보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술의 경우 최근 법이 개정되면서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조한 사실 등이 입증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지만, 담배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5월 담배 판매자도 위조 신분증에 속았을 경우 행정처분을 면해 주자는 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중입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분은 처벌보다 계도 위주여서 신분증 위조 같은 중범죄라 해도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사실상 모든 법적 책임을 업주에게 묻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법 적용이 청소년의 재범 위험은 높이고 속은 점주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입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청소년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단은 엄벌주의는 분명히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최근 10년간 공문서 위조죄로 검거된 청소년은 1만 6천800명.

애꿎은 피해를 막고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살릴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김남성,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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