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로 온 이주 여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2년 전에 인권위가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920명에게 물었는데 10명 중에 4명 넘게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먹, 발길질, 욕설, 심지어 흉기에 피해를 입은 사례도 적지 않았는데 폭행당한 뒤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셋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몰라서, 또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는 겁니다.
전연남 기자가 이주 여성들의 가정 폭력 피해를 자세히 전합니다.
<기자>
[인종차별 철폐, 인종차별 철폐, 인종차별 철폐.]
오늘(8일) 오전 이주민·난민 단체가 청와대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물건이 아니라고 외쳤습니다.
[우다야 라이/이주노조 위원장 :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밥해야 하냐, 왜냐라고 해서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주여성들이 물건입니까?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고 이런 존재입니까?]
이주 여성의 절반 가까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레샤 페라라/이주 여성 자조단체 '톡투미' 대표 : 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너는 여기 애가 아니니까 마지막에는 아이 데리고 나가라는 말까지 나와서 한 번 심하게 맞아서 찾아왔(었어요.)]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겁니다.
긴급 핫라인 '다누리 콜센터'와 이주 여성을 위한 상담소 4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언어 장벽으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 남편의 보복이 무서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현서/변호사 : 주변에 어디서 무슨 센터가 있고 어디에서 어떤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들이 일단 제공이 되어야 (합니다.)]
이주 여성들이 법과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가정폭력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박정삼)
▶ '베트남 아내 폭행' 구속 순간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