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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월급 올랐는데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 이유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소득은 느는데 우리 국민들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었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만약에 제가 한 달에 100만 원씩 벌다가 월급이 올라서 120만 원씩 받게 됐다고 해보죠. 그러면 언뜻 봤을 때는 살림이 좀 나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빚이 늘어서 이자가 한 달에 30만 원씩 새로 나가기 시작했다고 치면 사실 제가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10만 원이 줄었겠죠.

예를 들면 외식하고, 영화 보고, 소비할 돈이 전보다 더 없습니다. 이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황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통계청 계산을 바탕으로 최근에 정리해 봤더니, 올해 1분기 가구당 한 달 평균 소득이 482만 6천 원이었습니다.

너무 많죠. 그런데 이건 통계 내는 방법상 1인 가구는 제외한 숫자입니다. 최소한 가계를 꾸린다고 보는 건 2인 이상이라서 거기서부터 통계를 냅니다. 2003년부터 그렇게 쭉 해왔습니다.

거기다 평균이니까 고소득, 저소득층 다 합쳐서 본 거라서 절대 숫자를 보고 놀라지 않으셔도 되고, 추세를 보는 용도로 보시면 됩니다.

아무튼 482만 6천 원이고, 1년 전보다 6만 3천 원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내역을 뜯어봤더니 소비할 수 있는 돈은 374만 8천 원, 오히려 작년보다 1만 9천 원 정도 줄었습니다.

만약에 딱 평균치 집이라면 "오늘 치킨 시켜먹을까?"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한 달 한 번 정도 줄어든 셈이죠.

<앵커>

"대출이 없어서 난 괜찮아. 난 이자 안 내니까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이게 꼭 대출만의 문제도 또 아니라면서요?

<기자>

여러 항목이 있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돈, 나가는 돈을 분해를 해봤었습니다. 일단 들어오는 건 임금도 좀 늘었지만 많이 늘어난 게 보시는 것처럼 대부분 나라에서 주는 돈, 이전소득입니다.

14% 넘게 늘었습니다. 기초연금이나 실업 수당 같은 돈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줄었는데도, 이게 많이 늘어서 전체 소득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돈, 편하게 가처분소득이라고 하면,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이자, 세금, 사회보험료 같은 이른바 비소비지출 항목들을 뺀 겁니다.

소비에 쓸 수 있는 여력을 알려면 이걸 빼야 합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가계가 소비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든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물가 반영 안 했습니다. 오늘(3일) 딱딱한 말을 좀 많이 쓰게 되는데, 이걸 명목 가처분소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명목 가처분소득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게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9년 3분기 이후로 10년 만입니다.

소득이 늘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느리고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서 가계가 소비할 돈이 줄어드는 데까지 온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부터 물가를 반영해 보겠습니다. 가계 소비 여력을 보려면 이게 진짜입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최근 10분기, 그러니까 2년 반 동안 9번, 전년 같은 시기보다 줄어들었습니다.

플러스였던 게 작년 4분기 한 번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뿐만 아니라 보험연구원도 최근에 이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비소비지출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7년 1분기부터 사실상 계속 마이너스인 겁니다.

<앵커>

쉽게 말해서 직장인 같은 경우에 월급에서 공제되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2017년 1분기 전의 14년 동안이랑 그때 평균 증가율이랑 그 후를 비교했을 때 일단 이자 비용 증가율이 뛰었고, 그다음은 세금입니다.

이자 비용 증가율은 기준금리가 2017년 11월부터 두 번 다시 올랐잖아요. 그것도 있지만, 가계 빚이 늘어난 탓도 큽니다.

그래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한 지난해 3분기, 9월 이후에는 사실 이것의 증가속도는 늦춰졌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앞으로 좀 봐야겠고요.

그리고 세금이죠. 그런데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긍정적인 면은 정부가 세금 걷어서 분배에 초점을 맞추면서 올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좀 줄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있는 집과 없는 집 격차도 좀 줄었습니다. 이거랑 겹치는 신호 하나가 60대 이상은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올해 가처분소득이 늘었습니다. 10%나 늘었습니다.

노인 빈곤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분배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자 비용, 세금이 늘면서 다른 연령대 가처분소득은 모두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분배를 통해서 민간의 소비를 늘려서 경기를 살린다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게 저성장, 경기 부진 상황에서 이렇기 때문에 이건 앞으로 정말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숙제입니다.

[이태열/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리나라가 획기적인 가계소득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조세나 사회보험료 같은 부담을 지우는 부분에 대해 더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가계 실질 구매력이 계속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고민을 해봐야 될 문제인 것 같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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