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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년도 최저임금 1만 원" 노측 vs 사측 "업종별 차등 단초 마련"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7차 전원회의도 불참

사용자 측이 두 차례 연속 불참한 가운데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두 번째입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하는 방안이 부결되자 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사용자 위원들이 지난 6차 회의에 이어 7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도 불참했습니다. 오늘(7월 3일)로 예정된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측 위원들이 불참하면 최저임금법에 따라 사용자위원들 없이도 공익위원과 노동자 측 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지난해처럼 말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사용자 위원 9명의 자리는 모두 비어있었습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사용자 위원의 불참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을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께 위원장으로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무한정 참여를 지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노동계는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근로자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주말에 어렵게 어렵게 운영위까지 소집해서 일정 합의를 했는데 그것조차도 지키지 않고 불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런다고 해서 여기 위원들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측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안' 자료를 보고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5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임금 삭감 효과가 빚어지고 있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에는 이런 불이익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제민주화 제도개선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우리 자영업자·소상공인들 대단히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재벌,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조정해야 하고 로열티, 가맹 수수료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최저임금 동결이 아닌 '경제 민주화'를 통해 풀자는 겁니다.

근로자위원은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첫 요구안으로 시급 1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8천350원보다 19.8%의 인상된 액수로 월급으로 따지면 209만 원 수준입니다. 지난해 최초 요구안이었던 10,790원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는 무리한 요구도 아니라 한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회의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사용자위원 간사 2명이 공익위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세종청사에서 공익위원들을 만나 경영계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별도의 회의를 소집해 위원들과 입장을 조율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사용자위원 내에서도 입을 맞추는 것이 녹록지 않습니다. 회의 복귀 문제부터 최저임금의 수준까지 조율해야 할 이견들이 상당합니다. 특히 이번에 업종별 구분 적용, 즉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부결된 데 대해 소상공인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태희 본부장은 복귀 조건에 대해 "(나머지 위원들의) 전향적인 입장을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내년에 벌어질 2021년 최저임금 논의에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 더 나아가 사업 규모별 구분적용까지 논의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최임위가 업종별 구분 적용에 필요한 통계 인프라 등 사전 정보를 구축하고 법적으로 최임위 권한 밖인 규모별 구분적용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 근거를 마련토록 위원회 명의로 권고안을 내는 등의 방안입니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런 논의가 되풀이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미 표결로 결정된 업종별 구분 적용이나 월급 환산액을 병기하는 사안을 뒤집고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사용자측의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복귀할 명분을 달라는 사측. 이에 대해 공익위원 측은 "이미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반응입니다. 박준식 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가 끝나면 제도개선 위원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다루겠다고 오래전에부터 계속 얘기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노동계에서도 제도 개선안을 냈다. 그런 식으로 참석해서 제안해야지, 참석 조건을 다는 건 맞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예정된 8차 전원회의에서는 사용자 위원이 전원 불참한 채로도 최저임금 의결이 가능합니다. 최저임금법 17조를 보면 의결은 재적 위원의 과반수 참석과 과반수 찬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데,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예외로 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당장 최저임금 표결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미루어 보면, 서둘러 결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최임위는 사용자 위원의 참석 여하와 관계없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쓸 것으로 보입니다. 8월 5일까지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해야 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이런저런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주 말까지는 위원회의 표결이 끝나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때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용자위원이 오늘 회의에 복귀하더라도 갈 길은 구만리입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사측 최초 제시안은 최소한 동결부터 마이너스, 즉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향까지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하안에서부터 19.8% 인상까지의 간극을 줄이는 데는 많은 논의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최임위는 언제쯤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안을 놓고 표결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한발 다가갈 8차 전원회의는 오늘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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