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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19 IRE 참관기 ② - '천조국'의 기자들은 무엇이 다를까?

'경쟁'과 함께 '협력'도 한다.

2019 IRE 컨퍼런스의 또 다른 키워드는 '트럼프'였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트럼프와 관련된 탐사보도가 상도 받고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비판이 탐사보도장이들의 손끝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래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서로 격려하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권력에 한 명만 대항하면 외롭고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면, 연대가 형성된다면 권력은 함부로 자신의 비판하는 세력에 총구를 겨눌 수 없다. 미국 탐사보도장이들은 그렇게 서로 연대하며 권력을 향해 펜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었다.

IRE에는 'Investigating Trump world, 2019 IRE Show Case'라는 세션이 있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탐사보도를 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종의 'show case'를 하는 세션이었다.
Investigating Trump world, 2019 IRE Show Case -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IRE 2019 콘퍼런스에서 트럼프를 탐사 보도한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한 곳에서 같이 일한다면, 탐사보도의 어벤져스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언론사의 탐사보도 분야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거칠게 연출한 헤어스타일에 중저음 보이스와 뛰어난 전달력을 가진 뉴욕타임스의 Susanne Craig. 자수성가했다고 떠벌리고 다닌 트럼프에게 '아니잖아, 아빠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잖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탈세를 비롯한 불법도 저질렀잖아'라고 한 방 날린 기자다. 2018년 풀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가운데 앉은 그녀 옆에는 20년 이상 부패만 취재하며 IRE 상을 비롯해 50여 개의 상을 휩쓸고 지금도 트럼프의 부패를 취재하고 있는 Andrea Bernstein이 노장의 여유를 가득 품은 채 앉아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럼프의 자선 기부의 민낯을 밝힌 워싱턴포스트 탐사보도팀의 David Fahrenthold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2017년 플리처상 수상자다. 트럼프의 형사 사건 등을 집요하게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Micheal Rothfield, 탐사보도 매체인 DCreport의 설립자이자 IRE 회장을 역임한 David Cay Johnston, 그리고 2018년 전국 흑인 기자협회의 올해 저널리스트로 선정된 ABC뉴스의 Pierre Thomas까지 모였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IRE 2019 콘퍼런스에서 트럼프를 탐사 보도한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트럼프를 취재했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금도 취재하고 있고, 앞으로 취재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인 그들에게서 '내가 이런 기사를 쓴 기자'야 라는 우월감도, 자만감도 느낄 수 없었다. 속된 말로 어깨에 뽕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주는 기자는 없었다. 항상 그들은 '팀'을 강조했고,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했다. 단독이 난무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경쟁만 하는 국내 언론환경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다른 회사지만 기자라는 것만으로 '전우애', '동료애'가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탐사보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각 언론사들마다 탐사보도를 강화하기 위해 팀도 만들고 투자도 시작했다. 그날 일어나는 일만 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좀 더 깊이 있는 뉴스, 좀 더 많은 정보와 내용이 담겨 있는 뉴스를 만들고자 하는 언론사의 움직임은 분명 독자나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만큼 양질의 기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탐사보도 디플로마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기자들은 IRE에서 찾고 싶었던 답이 있었다.
"탐사보도는 어떻게 하면 잘하는 거지?"
다녀왔는데도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최소한 이 정도 대답은 할 수 있을 거 같다.
"우리가 믿는 옳음을 위해 믿을 수 있는 동료와 부딪혀가며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최소한 이런 생각을 가진 많은 우리나라 기자들이 양질의 탐사보도물을 생산하고 있고, 앞으로도 생산할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적잖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로 불리고 있다. "기레기들이 만드는 기사가 뭐 별수 있겠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상당수 기자들의 노력이 빛이 바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대형 포털 중심의 왜곡된 뉴스 유통 구조의 한계로 가십성 기사만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정작 양질의 기사는 아예 전달조차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기자들의 노력이 빛이 바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취재파일] 2019 IRE 참관기 ① - '천조국'의 기자들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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