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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자사고 점수 논란? 시비 걸지 말고 시·도교육청에 자율권 줘야"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6월 28일 (금)
■ 대담 :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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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는 자사고 몇 개 없어
- 마치 '재수 종합반' 처럼 '수능 위주 수업' 운영하는 자사고도 있어
- 최근 대입 모집 전형은 '수시'가 대세…입시 환경 변화
- 상산고, 자사고 평가 항목 반발…부분적으로 일리 있어
- 자사고 폐지 기준 점수, 정부가 교육청에 자율권 준 것…존중해야
- 탈락 점수 받은 자사고, 2년 뒤 조건부 재지정 가능성도


▷ 김성준/진행자:

부산 유일의 자율형사립고인 해운대고에 대해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전주 상산고, 안산 동산고에 이어서 세 번째 지정 취소입니다. 지금 상산고 학부모들 같은 경우에 검은 상복을 입고 항의 집회까지 열고, 이제 정치권까지 거들고 나서면서 자사고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한 편에서는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교육의 다양성을 침해한다. 이렇게 자사고를 놓고 교육당국과 교원단체, 학부모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입니다. <오늘의 인터뷰>에서 이범 교육평론가 전화로 연결해서 이 논란에 대해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저희가 자사고,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이러면 다 아는 것 같은데. 정작 또 보면 정확하게 일반 고등학교나 외고, 과학고와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 이해는 못하거든요. 간단하게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 이범 교육평론가:

보통 특목고로 많이 알려진 곳이 과학고, 외고, 체육고, 예술고 이런 학교들인데요. 이런 학교는 특정 분야별로 수월성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진학하도록 만든 곳입니다. 자사고는 설립 취지가 조금 달라서요. 자사고는 일반고에서 다양한 교육을 하기 어려우니까 사학에 그 만큼의 자율권을 줄 테니 학생도 뽑을 수 있고, 교육과정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줄 테니 좀 다양한 교육을 해봐라. 그래서 사학의 건립이념이나 여러 가지 우리 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일종의 보완재로서 지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특정 분야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목고와 조금 다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자사고 정책을 처음 시작한 게 김대중 정부 때죠?

▶ 이범 교육평론가:

예. 이명박 정부 때로 이해하시는 분도 많지만, 실제로는 김대중 정부 말기에 6개 자사고가 처음 설립 인가됐고요. 6개가 유지되다가 이명박 정부 때 이것을 대폭 늘렸죠. 그래서 50개 이상의 자사고가 지정돼서 운영되다가. 지금은 12개 자사고가 중간에 재정난 등의 이유로 다시 일반고로 전환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건 자진해서 전환한 건가요?

▶ 이범 교육평론가:

대부분 자진해서 전환한 것이었고요.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한 경우는 서울의 광역자사고인 미림여고 하나가 있었는데. 이것도 그렇게 트러블이 있는 가운데서 전환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12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됐기 때문에 지금은 42개가 남아 있고요. 그 중 10개는 전국 단위 자사고라고 해서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는 권한도 상당히 강하게 가지고 있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가죠. 상산고를 포함한 학교들이고요. 나머지 32개 자사고는 광역자사고라고 해서 시·도 단위로 학생들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는, 이런 자사고가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자사고가 속해 있는 광역자치단체 안에서 학생들을 모을 수 있는.

▶ 이범 교육평론가:

그런 게 32개 있고, 전국적으로 모집할 수 있는 곳은 10개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상산고를 비롯해서요. 그런데 어쨌든 최근에 벌써 해운대고까지 포함해서 세 군데 재지정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데. 실제로 보시기에 재지정 취소가 된 학교들이 그렇게 자사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학교 운영을 해왔다고 판단이 됩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

사실 고입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자사고도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자사고의 인가 취지 자체가 공식적으로 정부가 밝힌 것은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학교 만족도를 높여라. 이것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자사고는 예를 들면 서울의 하나고라든지, 충남에 있는 충남삼성고라든지. 이런 몇 개의 자사고가 있고요. 이런 학교들은 실제로 상당히 교육 과정도 다양하고, 학생들에게 굉장히 많은 선택권을 줘서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게 만들고. 또 토론형 수업, 참여형 수업 이런 비율도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반대쪽 극단에 마치 재수종합반 아닌가 하는 분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능 위주 교육을 아주 강하게 시키는 학교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사실은 상산고죠. 한쪽 극단에 하나고, 반대쪽 극단에 상산고가 있고. 그 중간쯤 되는 학교가 용인에 있는 외대부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자사고도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학교도 있고. 이것은 사실 이런 식의 교육이라면 재수종합학원이 더 잘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류의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도 있고요. 다양하다고 보실 수 있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지금 아예 하나고와 충남삼성고는 자사고의 취지에 완전히 부합하는 학교고. 용인 외대부고는 중간쯤에 있고. 전주 상산고등학교 같은 경우는 재수종합반 같은 학교라고 아예 찍어서 말씀하셨는데.

▶ 이범 교육평론가:

제가 방송에 나와서 노골적으로 말하니까 좀 그렇기는 한데. 고입 전문가들은 너무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 정도면 예를 들어서 상산고에 다니는 학생들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건 굉장히 반발할 문제일 것 같은데요.

▶ 이범 교육평론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걸 다 알고 가신 겁니다. 상산고는 주로 수능으로 대학을 진학한다는 것을 알고.

▷ 김성준/진행자:

제 얘기는 우리 이범 평론가님 말씀에 굉장히 반발할 것 같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게 사실상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현실에서 제1 목표가 되어 있는. 이게 맞든 틀리든 간에. 그런 상황에서 재수종합반 같이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을 하는 것을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 이범 교육평론가:

물론 그렇죠. 그 분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고요. 그것을 저도 잘 이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자 입장을 한 번 보자는 거죠. 평가를 하는 주체는 바로 정부 또는 시·도 교육청입니다. 시·도 교육청의 입장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겠습니까? 학부모들의 염원인 입시 성적을 잘 낸 것을 기준으로 평가하겠습니까, 아니면 자사고의 원래 공식 설립 취지인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학교 만족도를 높인다. 이런 등의 지표를 가지고 평가를 하겠습니까? 결국 공식적인 평가는 후자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부산 해운대고등학교 (사진=연합뉴스)
▷ 김성준/진행자:

그렇다면 지금 전주 상산고만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에 인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 안산 동산고와 부산 해운대고도 전주 상산고와 마찬가지 환경이었다고 보시는 건가요?

▶ 이범 교육평론가:

아실 만한 분들은 다 아실 텐데 비슷한 유형의 학교라고 보고 있고요. 물론 세부적인 지표를 보면 이런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각종 학교 운영이라든지, 사회통합전형 운영의 충실함 이런 것들을 다 평가하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떨어졌다고 한 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고입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상식은 어쨌든 이런 유형의 학교들은 자사고의 공식적인 설립 취지와는 별로 부합하지 않는 학교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사실상의 과거 입시명문 고등학교의 부활이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 이범 교육평론가:

그렇죠. 사실 자사고 중에서도 아까 말씀드렸던 서울 하나고가 특이한 케이스인 게. 수능 문제를 안 풀어주는 학교입니다. 수능 문제를 안 풀어주는 학교인데 최근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상당히 높아지다 보니까.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학종을 통해서 인정받아서 입시 실적을 잘 내는. 그런 학교가 돼 있기도 하죠. 수능 위주 교육이라는 것과 명문대 입시 실적을 잘 낸다는 것은 지금은 꼭 함께 가야 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서로 분리되는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더군다나 요즘 대학 입시가 소위 정시 모집보다는 수시 모집 중심으로 가면서 수능의 비중은 훨씬 더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

지금 정시 모집 전형의 비율은 20% 초반. 물론 정부가 지금 고1이 대학에 갈 때는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대세가 수시고. 수시에는 아시다시피 내신 성적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상산고 학부모들, 또는 지지자들이 얘기하는 논리 중에. 어쨌든 지역 학생들 중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상산고를 통해서 명문대에 가지 않았느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지금과 같은 입시 지형에서라면 그 학생들이 차라리 전북 지역 곳곳의 일반고에 퍼져서 좋은 내신 성적을 받고. 그 밖에 추가적인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수시로 명문대를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명문대 진학 전략일 수도 있는. 지금 입시판이 과거 기성세대가 생각하던 입시판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다만 상산고 쪽 주장을 들어보면 말이죠. 교육청에서 평가항목과 배점을 바꾸고, 커트라인을 교육부가 70점으로 정했는데 이걸 80점으로 올렸다. 그래서 결국 80점에서 아슬아슬하게 모자라는 바람에 결국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고 주장을 하는데. 이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이범 교육평론가:

일단 세부적인 평가 항목에 대해서 반발하는 부분은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것은 너무 디테일한 것이어서 방송을 통해서 소개해드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만. 사실 누구나 원하지 않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게 만약 법정으로 간다면 그런 다툼을 통해서 결론이 날 부분이 바로 이런 세부적인 평가항목과 관련된 부분이고요. 그러나 어쨌든 평가 기준점수를 70점에서 80점으로 올린 것. 사실 이것에 대해서 반발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게. 5년 전에도 서울과 전북교육청이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평가기준으로 평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70점이라는 점수, 이 점수는 교육부의 권고안이지 모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면 전북교육청이 나름의 철학과 교육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10점 올려서 평가하겠다고 했을 때. 이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만약 다른 시·도에서 우리는 75점으로 하겠다, 73점으로 하겠다. 그러면 그것도 일일이 시비를 걸 겁니까? 어쨌든 이 기준점수는 시·도 교육청에 정부가 자율권을 준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그것을 우리가 존중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 김성준/진행자:

결과가 그렇게 나왔습니다만. 일단 교육부의 동의 문제가 있고. 사실 이것을 정치적인 문제로 보지 않을 수도 없는 게. 당장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전라북도 지역이라든지 부산 지역에서 자사고 없애는 것이 굉장히 부담이 될 것 같단 말이죠.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부가 동의를 할까요?

▶ 이범 교육평론가:

제일 확률이 높은 결론은 이런 겁니다. 이를테면 재지정 기준점수와 많이 차이나는 자사고, 그래서 탈락 점수를 받은 자사고는 그냥 일반 자사고로 전환을 시키고. 재지정 기준점수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 간발의 차이로 탈락 점수를 받은 자사고들은 정부 입장에서 2년 뒤 조건부 재지정을 할 수 있습니다. 2년 뒤 재심사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부동의를 할 수 있는데. 물론 이것은 조심스러운 예측이기는 합니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자사고 탈락 여부는 결론이 난 것은 아니라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범 교육평론가:

고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이범 교육평론가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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