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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안고 익사한 아빠와 아기…멕시코 국경비극 담은 사진 '충격'

꼭 안고 익사한 아빠와 아기…멕시코 국경비극 담은 사진 '충격'
▲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의 사진

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익사한 중미 이민자 아버지와 어린 딸의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3살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처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진으로 평가받습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엔 한 남성과 아기의 시신이 강가에서 머리를 땅에 묻고 나란히 엎드려 있습니다.

아기는 아빠의 가슴까지 말려 올라간 검은 티셔츠에 함께 몸을 넣고 한쪽 팔로 아빠의 목을 감싼 채였습니다.

이 사진은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가 찍은 사진입니다.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사진 속 주인공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딸 발레리아입니다.

지난 4월 3일 엘살바도르를 떠난 이들 가족은 멕시코 남부 국경 타파출라의 이민자 보호소에서 2개월가량을 머문 뒤 23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아빠 마르티네스는 리오그란데강을 헤엄쳐 미국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딸 발레리아를 안고 강을 건넌 후 딸을 강둑에 앉혀놓고 건너편에 있는 아내를 데리러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멀어지는 아빠를 본 딸이 다시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빠는 얼른 돌아와 가까스로 딸을 붙들고 자신의 티셔츠 안에 넣어 단단히 고정했지만, 급물살에 함께 휩쓸려가고 말았습니다.

맞은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21)는 눈물과 비명 속에 경찰에 이 장면을 진술했다고 사진기자 레두크가 AP에 전했습니다.

부녀의 시신은 이튿날 아침 휩쓸려간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강가에서 발견됐습니다.

여전히 아빠 목에 팔을 감은 발레리아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비극적인 이 한 장의 사진은 지난 2015년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의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지중해에서 익사해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온 세 살배기 쿠르디의 사진은 국제사회에 시리아 난민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진이었습니다.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에서 빈곤과 폭력 등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이민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으면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도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경의 강과 사막에서 목숨을 잃은 이민자는 283명에 달한다.

올해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비극적인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전날엔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영아 2명과 유아 1명, 젊은 여성 등 일가족으로 보이는 이민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폭염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도달해 미국 영사관을 찾았던 마르티네스 가족이 왜 망명을 신청하는 대신 강을 헤엄치기로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경마다 망명 대기 행렬이 너무 긴 탓에 신청 일정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라고 AP는 설명했습니다.

이곳 영사관에선 매주 40∼45건의 망명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대기 명단은 800∼1천700명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망명 허가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씩 기다리는 동안 이민자들은 국경의 열악한 수용시설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이민자인권운동가인 모린 메이어는 AP에 "이 사진은 망명 신청자들을 멕시코로 돌려보내고 미국 입국자 수를 제한하는 미국의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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