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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진짜 고기 같은데?"…'비거노믹스'가 뜬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오늘(24일) 아침에는 비거노믹스 이야기를 한다면서 햄버거 매장을 다녀오셨네요?

<기자>

비거노믹스 단어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리면요. 채식을 비롯해서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전반적인 산업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달 중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밀과 콩으로 만든 가짜 고기, 대체 고기 버거가 시범적으로 출시됐습니다.

그림 보시면 오른쪽이 진짜 소고기 버거고 왼쪽이 밀과 콩을 원료로 해서 소고기 맛을 흉내 낸 대체 고기 버거입니다.

취재를 나가면서 제일 궁금했던 게 아무리 그래도 고기 맛이 비슷하게 날까 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매장에 온 일반 소비자분들께 소고기 버거랑 같이 드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어느 쪽이 진짜 고기 같으세요? 이게 진짜 고기예요.]

[신동화/소비자 : (이게 진짜 고기예요.) 식감이 똑같은데….]

[김지언/소비자 : 이게 보기에 딱 표시가 나서. 맛은 그런데… 모르겠어요. 똑같은 거 같아요.]

예상보다 더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빵을 열어보지 않고 맞춘 테이블들은 1대 1이 반복됐고요. 속을 열어본 테이블은 "보니까 좀 달라서 알겠다. 그런데 그냥 맛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겠고, 햄버거 고기는 빵이나 채소 같은 거랑 같이 먹잖아요, 그렇게 먹어서는 정말 구별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

<앵커>

대체 고기를 따로 구워서 먹어도 실제로 구별이 잘 안될지 좀 궁금하기는 한데, 대체 고기를 드시는 분들이 요새 많은가 봐요?

<기자>

업체는 일단 서울의 몇 개 매장만 골라서 시범 출시를 한 거고, 따로 마케팅도 하지 않아서 하루에 매장당 10개 정도 나갈까 예상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매장당 하루 30~40개씩 꾸준히 나가서 지난주에 계획했던 것보다 패티를 추가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런 식물 고기, 대체육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맛, 그리고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맛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진짜 고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식물 고기라는 게 그냥 콩을 갈아서 굳히는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고기 맛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육즙, 고기 특유의 씹는 맛, 그리고 냄새, 이것을 모방하는 기술이 상당히 발달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기름을 넣어서 육즙은 재현을 하고요. 고기 맛은 효모 분말로, 냄새는 향을 넣어서, 그리고 밀과 콩의 식물 단백질을 고온 고압으로 변형을 시켜서 살코기에만 있는 근섬유와 비슷한 재질을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도 냅니다.

<앵커>

맛은 일단 그렇고요. 가격은 어떻습니까? 고기도 아닌 게 고기만큼 비싸다. 그런 부정적인 인상이 강했잖아요.

<기자>

앞서 보신 식물 고기 버거는 같은 경우는,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같은 사이즈의 소고기 불고기 버거보다 100원 싸게 맞춰서 내놨습니다.

그렇지만 네, 맞습니다. 대체 고기가 가격 측면에서는 아직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개발하고 생산하는 비용 자체가 아직 꽤 듭니다.

그런데도 이 시장에 관심이 커지고 우리 대기업들도 올해 들어서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게 앞으로 이런 대체 고기뿐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동물성 재료를 안 쓰면서 지금처럼 제한 없이 동물성 재료를 쓸 때만큼의 품질을 내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 그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작년 연말에 이코노미스트라는 영국 시사지가 올해 경제전망으로 '2019년은 비건의 해다.' 예언을 했는데요, 실제로 세계적으로 이 시장에서 뒤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뉴욕증시에 기업공개를 한 모든 회사 중에서 제일 실적이 좋았던 게, IT 회사 같은 곳이 아니고, 이 대체 고기를 맛있게 만들어서 자리를 먼저 잡은 것으로 소문이 난 회사였습니다.

화장품, 옷, 자동차 무궁무진합니다. 세계 4대 패션위크 중의 하나는 런던 패션위크거든요, 여기는 앞으로 모피 들어간 것은 아예 출품을 못합니다.

그런데 해외 브랜드들 중에는 이 기준에 맞춘 곳들이 벌써 많습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계산에 따라서 곡식은 8~16kg 정도, 물은 1만 5천 리터를 써야 합니다.

콩이랑 비교해 보시면 차이를 확 느끼실 수 있는데요, 일단 선진국들 중심으로 "이미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향해가는데, 지금까지처럼 고기를 먹고 쓰고 이런 세상이 앞으로도 가능할까"라는 위기감이 먼저 번지고 있습니다.

품질 좋은 식물성 100% 식품,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가격도 낮추려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내가 채식을 지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비거노믹스가 요즘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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