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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017 등 쓰게 해 달라" 번호 소멸에 저항하는 이유

<앵커>

벌써 옛날이 됐죠. 휴대전화로 인터넷 안 되고 통화하고 문자만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G 시절인데 그때 앞자리 번호는 011, 017 그랬습니다. 대부분 이제는 010으로 바뀐 상태죠. 그런데 여전히 이 번호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50만 명 가까이 있습니다.

통신사들한테 소송까지 걸었는데 정혜경 기자가 만나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016 번호를 20년 가까이 쓰고 있는….]

[017을 한 21년 정도 사용을 했고요.]

[011 번호를 17년째 사용하고 있는….]

세대도, 성별도, 직업도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

2세대 이동통신, 2G 가입 당시 받은 010이 아닌 번호를 아직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2G 서비스 종료 계획이나 번호전환 시 보조금 제의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통화 품질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여보세요? … 예? 잘 안 들리는데 전화가 지직거리는데요.]

010이 아닌, 이른바 01X 번호는 분신과도 같습니다.

[OOO/40대·'011' 22년째 사용 : 정말 소중한 사람한테 10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그분 연락을 제가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번호를 유지하고 싶어요.]

[구본찬/40대·'018' 21년째 사용 : 영업을 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거든요. 1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 이렇게 연락 오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고 하면 저한테는 굉장히 손해기 때문에.]

번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시간과 비용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고장 난 2G 단말기를 국내에서는 고치거나 구하기 어려워 해외 직구로 찾았습니다.

빠른 데이터 통신을 포기할 수 없어 3G나 4G 요금제에 이중 가입하기도 하고 기술적 문제도 스스로 해결합니다.

[박상보/01X통합반대운동본부 매니저 : 기계가 고장 났다고 하면 밤새 세팅하고 만들고 출근하는 거죠.]

식별번호, 즉 앞번호 3자리가 달라 통신사 간 과열경쟁을 부추긴단 지적에, 정부는 2004년 010 번호 통합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들은 이 정책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630여 명이 뭉쳐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2년 뒤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3G나 4G 통신을, 01X 기존 번호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통신사도, 정부도 난색입니다.

[정재훈/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자원정책과장 :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기술적 (가능) 여부를 떠나서 정책적 일관성 문제 등을 고려해서 저희가 010 통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01X 번호를 사용 중인 2G 가입자들은 전체의 1% 수준인 48만 명.

KT가 가입자 비중이 1% 아래로 줄자 정부승인을 거처 서비스를 종료한 것처럼 SK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도 2G 서비스 폐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5G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소멸 되지 않을 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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