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암흑으로 아니 어쩌면 빛으로" -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조지현 기자 fortuna@sbs.co.kr

작성 2019.06.16 07: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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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94 : "암흑으로 아니 어쩌면 빛으로" -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암흑으로 아니 어쩌면 빛으로"
<시녀 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우리는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첩이나 게이샤나 창녀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를 그 범주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우리들에게서 쾌락의 요소를 철절히 제거했고 은밀한 욕망이 꽃필 여지도 전혀 없다… (중략)…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시녀 이야기> 中

2019년 6월 16일, '골라듣는 뉴스룸'의 일요일 책방 '북적북적'에서는 캐나다의 저명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인 <시녀 이야기> (김선형 옮김, 황금가지 펴냄)를 읽습니다.

이 책은 갓 나온 책은 아닙니다. 1985년 출간되어 지난 30여년동안 4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됐고
영화, 오페라, 발레, 그래픽노블 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미국에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고 여러 주에서 잇따라 낙태를 강력하게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시녀이야기의 현실화냐'는 비난이 일었죠. 이런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녀이야기>속 시녀들의 빨간 옷과 하얀 얼굴 가리개를 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 2017년부터 Hulu에서 드라마로 나오고 있고, 최근에도 시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 출산을 국가가 철저히 통제하는 전체주의 정권 '길리어드'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길리어드'는 구성원을 계급으로 나누고, 지배계급의 가정으로 '시녀'라는 여성을 배급합니다. 이들 남성에게는 '아내'가 있지만, 아이를 낳는 건 '시녀'만이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인류가 만든 생화학 무기들, 원자로 사고, 화학물질 남용 등으로 인해, 건강한 아이를 낳기가 어려워지고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길리어드'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여성들(시녀)을 통해 아이를 낳도록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시녀들은 자신의 원래 이름을 빼앗기고 배속된 가정의 남성 이름을 따 '오브000' (오브프레드, 오브글렌…) 등으로 불립니다. 프레드의 시녀, 글렌의 시녀인 것이죠. '길리어드'에서 출산은 그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일 뿐 '생명'이나 '행복'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내 이름은 오브프레드가 아닌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금지된 이름이라 아무도 불러주지 않지만. 나는 상관 없다고 스스로 타이른다. 이름이란 건 전화번호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나 쓸모 있는 거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일 뿐 사실이 아니다. 이름은 중요한 문제다. 나는 그 이름의 기억을 숨겨놓은 보물처럼 언젠가 돌아와 다시 파낼 나만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 이름이 묻혀 있다고 여기고 있다. 나의 진짜 이름에는 마력이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이 아득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부적 같은 마력이. -<시녀 이야기>中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고,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시스템, 모두가 그저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부속품일 뿐인 사회. <시녀 이야기>는 이런 시스템에서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와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모두 빼앗긴 주인공 '오브 프레드'가 남긴 목소리, 누군가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고 전한 이야기입니다. 화자인 '나'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회고와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진술, 그리고 등장인물간의 위험한 거래…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는 꼭 편지 같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하고 나는 말할 테다. 이름 없는 당신에게라고. 이름을 붙이면 '당신'을 실제 세계에 연루시키게 될 텐데, 그러면 훨씬 더 위험해지고, 훨씬 더 부담이 커진다. 저 바깥 세상에, 당신이 살아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당신, 옛날의 고리타분한 사랑노래들처럼 그냥 당신이라고 부르련다. 당신은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당신은 수천 명일 수도 있다. -<시녀 이야기>中


저자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트럼프 시대에 시녀 이야기가 의미하는 것'이라는 글에서 '이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예측인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이 이야기는 예측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히 씀으로써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요.

<시녀 이야기>는 조지오웰의 <1984>와 함께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히기도 합니다.
<1984>는 앞서 지난 2016년 북적북적에서 낭독하기도 했는데요, 아래 주소에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북적북적] 조지 오웰 '1984'

*낭독을 허락해주신 출판사 '황금가지' 측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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