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장·통장 처우 개선에 때아닌 '원조' 논란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19.06.14 13: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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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장·통장 처우 개선에 때아닌 원조 논란
"더불어민주당의 당정협의를 평가하자면 한 마디로 졸렬하고 치사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떤 것은 야당 공 가로채기 당정협의를 하고 있다."
-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2019년 6월 13일(어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당정의 '이·통장 수당 인상' 발표, 우리당 의원들이 근본적 처우 개선 법안 발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2019년 6월 14일(오늘)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국회에 '원조'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3일(어제) 정부와 당정 협의를 열고 이장과 통장의 기본 수당을 현행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우리가 먼저 주장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입니다.

당일 오후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 의장은 최근 열린 가업상속공제 개편안, 외교통일위원회 관련, 정무위원회 관련 당정을 잇달아 비판한 뒤, "우리 당이 그동안 앞장서서 이·통장 수당 인상을 위한 법률적·제도적 정비를 요구해온 것을 마치 자신들이 선거를 앞두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공을 가로채려 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주장한 것인데, 정부와 협의가 원활한 여당의 지위를 이용해 공을 가로챘다는 것입니다.

하루가 지난 14일(오늘) 아침에는 바른미래당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수당을 정부 여당이 무슨 권한으로 결정한다는 말이냐"면서, "김중로, 권은희, 정병국 의원이 이·통장 근본적 처우 개선 법안을 발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직후 나온 논평에서는 직접적으로 "원조"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년 넘게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가 30만 원 수당 인상을 공약한 바 있다"는 것입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이런 '원조' 주장에 "아,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이 먼저 저런 고민을 했구나"하고 감동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열을 낼 일인가"하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유는 우선 각 당에서 하는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용기 의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당정협의를 하는데, 한 마디로 졸렬하고 치사해 보이기까지 한다"면서 "새로운 것 전혀 없는 재탕이거나, 야당 압박용이거나, 총선용이거나, 야당 공 가로채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말이 좋아 정책 협의지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야당과 단 한 마디 상의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국회 파행을 빌미 삼아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서 민주당 총선 선거운동을 사실상 돕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총선이 다가오기는 다가온 모양입니다.

이번 기본수당 인상은 2004년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된 지 15년 만에 이뤄진 '이·통장 숙원사업'입니다. 지방에서 주택 간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반드시 자동차를 몰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는 등 여건은 안 좋아지는데, 수당은 계속 제자리라는 불만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인상된 수당을 받을 전국 이·통장은 모두 9만 5천198명입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그리 많은 인원이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들이 담당하는 세대 수가 평균 약 220세대에 달합니다. 선거를 앞둔 정당으로서는 잘 보이는 것은 물론, '찍히지 않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회 협상 무산각 당이 말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현재 국회 상황입니다. 선거법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한 달 넘게 국회가 공전하면서 여야 모두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것들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의원들 마다 지역 숙원사업들 처리에 열을 올리고, 여기서 나온 성과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 성과를 홍보했을 텐데, 이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들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됐고, 그것이 '원조 경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쟁의 끝은 전혀 밝아 보이지 않죠. 서로 원조라며 싸우다 결국 모든 식당이 파리만 날리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얼른 제 모습을 찾아야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