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비 와도 일단 나가요"…여행객 안전은 뒷전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9.06.12 20:47 수정 2019.06.13 08: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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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팀은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외국에 있는 현지 여행사에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 이틀 동안 전해드렸습니다. 여행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투어의 사례를 통해서 짚어본 것인데 본사와 현지 여행사의 거래 방식 같은 여행 산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는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오늘(12일)은 이런 대형 여행사들의 갑질로 실제 투어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광객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여행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강청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광객들을 태운 요트가 절반쯤 기울어진 채 점점 바다에 침몰하고 있습니다.

거친 파도가 덮치자 관광객들이 비명을 지릅니다.

2년 전 태국 푸켓에서 발생한 사고 영상입니다.

관광객들은 모두 구조됐지만,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동남아 지역에서 일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이 영상을 끝까지 판다 팀에 보내왔습니다.

이 가이드는 사고 요트에 한국인 관광객은 없었지만, 한국 현지 여행사들도 위험한 운항에 나서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여행가이드 A : 일단 비가 와도 일단 출발을 해요. 가면 갈수록 파도가 심해지더라고요. 결국엔 파도가 심하다 보니까 요트에 안에 물이 들어와 버린 거예요. 태국 가이드가 엄청 무서워하더라고요. 자기 도저히 못 가겠다고 배를 돌리자고. 결국에 저는 배를 돌렸어요.]

미리 정해진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면 대부분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가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행가이드 A : (일정이 펑크 나면 어떻게 되나요?) 가이드가 다 물어내야 해요. 한마디로 본사가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패키지 여행의 특성상 새벽부터 밤까지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곳곳에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여행가이드 B : 진행하다 보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이건 너무 무리다' 이런 것도 많아요. 하루가 24시간이잖아요. 그런데 하루에 무리한 스케줄 잔뜩 넣어놓고 이거 안 하면 클레임이에요. 그러다 보면 속력도 많이 올려가야 하고….]

지난 2014년 10월, 푸켓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쾌속정이 대형 어선과 충돌한 사고도 비가 많이 내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궂은 날씨에 배를 띄운 게 원인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사고로 한국인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2013년에는 파타야에서도 쾌속정이 다른 배와 충돌해 한국인 관광객 1명의 다리가 절단되기도 했습니다.

[여행가이드 A : 너무 많은 인원을 태우다 보니까 앞 좌석까지 사람들이 다 타버린 거예요. 그쪽을 들이받아 버리면서 그게 박살 나면서 앞에 있는 사람들 다리를 보트가….]

대형 여행사가 돈을 제대로 안 주다 보니 현지에서는 더 싼 이동수단과 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도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여행가이드 C : 예를 들어서 제트스키도 상태가 좋은 게 있고 상태가 안 좋은 게 있고, 배도 A급, B급, C급이 있는데 무조건 다 B급, C급, D급 그런 것밖에 쓸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안전사고 날 수 있는 확률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거고요. 단가를 맞추기 위해선 차량 같은 경우도 15년, 20년 된 차량 쓰고. 2군 저가 패키지들은 어쩔 수 없거든요.]

[윤지환/경희대 관광경영학부 교수 : 여행자들도 어느 정도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어야 할 것이고 또 여행사에서는 무조건 싼 상품만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는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대형 여행사가 정당한 비용을 현지에 보내지 않고 대신 모든 책임은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가 떠안고 있는 구조.

이런 여행의 구조에서는 여행객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태,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