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1만 받고 끝내자"…허위 문서 요구한 하나투어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19.06.12 02: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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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들에게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주지 않았던 돈의 일부를 주면서 나머지는 받지 말라고 합의서를 강요했다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유럽에서 십 년 넘게 하나투어 여행객을 받아온 여행사 사장 김 모 씨를 현지에서 만났습니다.

여행사 사장은 취재진에게 서류 한 장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에 있는 하나투어 유럽법인과 체결한 합의서입니다.

김씨 회사가 5년간 하나투어 본사와 거래하면서 생긴 미지급금 가운데, 12만 유로, 우리 돈 1억 6천만 원을 하나투어 유럽 법인이 김 씨 회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눈에 띄는 건 '총 금액 중 일부를 탕감합니다.'는 문구입니다.

탕감 액수를 물어봤습니다.

[김○○/유럽 현지 여행사 대표 : 이 각서 쓸 때 내가 약 38만 유로인가 45만 유로인가, 다 탕감하고 내가 이 액수 받기로 하고 사인한 거예요.]

받아야 할 돈의 3분의 1만 받고, 나머지는 없는 걸로 합의한 겁니다.

[김○○/유럽 현지 여행사 대표 : (그래도 어떻게 3, 4억 원을, 적은 돈도 아닌데 포기하신 거예요?) 일을 하려니까 (이거라도 받으려고?) 이걸 받고 내가 일을 해야 되니까. 제가 그 다음에 몇 년을 더 했잖아요.]

하나투어로부터 손님을 계속 받으려면 서명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나투어에 확인해봤습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2009년 4월에 하나투어 런던지사가 유럽의 한 여행사랑 미지급금에 관해서 합의서 작성한 사실 알고 계세요?) 아니오. (12만 유로만 받고 끝내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더 진행되자 하나투어도 사실이라고 시인했습니다.

하나투어가 미지급금을 털어 없애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한 현지 여행사 대표는 "하나투어 담당자가 미수금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만들어 보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받을 돈이 있는데도, 받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내용의 허위 문서를 요구한 겁니다.

하나투어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나투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