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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①] "하나투어, 7억 미지급…돈도 안 주고 여행객 떠넘겨"

<앵커>

헝가리 유람선 사고 이후 여행사들의 외국 패키지 관광 상품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광객들 안전보다 가격을 먼저 따지는 것 아닌지 전반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이 그동안 업계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내부 관계자들이 털어놓은 패키지 관광상품의 실태를 오늘(10일)부터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최고운 기자가 홍콩에서 취재한 내용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를 고소한 현지 여행사가 있다는 말에 끝까지 판다 팀은 밤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SBS입니다.]

새벽 2시를 넘긴 시간, 현지 여행사 사장의 입에서는 그간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소송 안 하려고 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돈도 많이 들고, 고생도 하고. 저도 생계를 이어가야 되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다들 말리는 소송을 결심한 이유.

한 마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최소한 돈은 줘야 할 거 아니에요. 너무 오랫동안 미수를 두니까.]

사장 부부는 2010년부터 하나투어와 계약을 맺고 여행객을 받았습니다.

도매상 격인 하나투어가 한국에서 여행객을 모아 보내면 사장 부부가 홍콩에서 각종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입니다.

하나투어는 그 대가로 현지 여행사에 '지상비'라는 명목의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초창기에는 지상비가 제대로 들어왔는지 따져보지 못했지만,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처음엔) 정말 몰랐었어요. 9천 명, 5천 명 너무 큰 행사를 하다 보니까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갈수록 못 받은 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 현지 사장의 주장입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몇 개월 지나니까 (못 받은 돈이) 몇천만 원 되고 1년 되니까 1억이 넘어가고. 계속 미수를 깔게 된 거죠.]

사장 부부가 따져보니 2010년부터 2018년까지 7억 원 넘게 못 받은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현지 여행사들은 매달 많게는 수천 명의 여행객을 하나투어로부터 받았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것은 이들의 생계가 하나투어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지 여행사가 하나투어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하나투어와의 합의 없이는 다른 국내 여행사와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갑의 위치에 있는 하나투어는 지상비를 덜 주다가 아예 지상비를 깎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장 부부는 이미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상비를 더 깎으면 적자가 감당이 안 된다며 하나투어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하나투어가 보내주는 여행객이 몇천 명씩 줄더니 지난해 말에는 협력사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현지 여행사가 하나투어에 보낸 메시지 : 저희는 서울에서 보낸 팀(여행객)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수도 미수지만 팀이라도 있어야 가이드한테 면이 설텐데.]

[방 모 씨/홍콩 현지여행사 사장 : (홍콩에서) 1등 했던 회사였는데 지금은 초라한 회사가 됐어요.]

하나투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홍콩 현지 여행사에 줄 돈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 차원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팀장 : 해당 팀에서 공유했던 내용은 맞는 것 같아요. 회사는 모르는 상태에서 홍콩 일이 있었던 거죠. 전문 조사인이 조사하면 그걸 가지고 저희가 조치하고.]

또 여행객 배정이 줄어든 것은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 다른 업체와 균형을 맞추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이면에는 패키지여행이 줄어드는 데 따른 손해를 현지 여행사에 떠넘기려는 본사의 갑질이 자리 잡고 있다고 여행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현지 사장도 누군가 제기해야 할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여행사 사장 : 하나투어가 1등을 하면 1등의 나쁜 짓을 뒤에 있는 사람이 따라가요. 여기서(본사) 못하니까 해외에서 자꾸만 쥐어짜는 거예요. 그걸 다른 2군 패키지 여행업체들이 따라가고 있다는 거예요. 나쁜 걸 따라간다고요.]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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