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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등생 문 대형견…정부 "대응방안 검토 중"

초등생 문 대형견 '맬러뮤트'
● 일상 속 도사린 위험 '대형견'

지난달 25일 저녁 7시 반쯤, 초등학교 2학년인 문 모 군은 친구와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던 문 군에게 갑자기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달려들었습니다. 순식간에 달려온 개는 문 군을 덮치고, 얼굴과 머리를 물었습니다.

비명 소리를 듣고 뛰어온 견주는 "개가 아이의 어깨를 짚고 서 있어 급하게 막아섰다"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문 군은 얼굴 곳곳에 상처를 입었고, 정수리 부분이 찢어져 봉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날 문 군을 덮친 건 대형견 종인 '알래스칸 맬러뮤트'였습니다. 맬러뮤트는 썰매를 끄는 견종으로 알려져 있고, 다 자란 성견은 성인 남성만큼 크기도 합니다.

넓은 아파트 단지에서 어떻게 견주를 만날까 하는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동네에서 맬러뮤트는 이미 '유명견'이었습니다. 만나는 주민들마다 목격담을 늘어놓고, 불안함을 쏟아냈습니다.

견주 40대 이 모 씨는 맬러뮤트와 또 다른 대형견인 그레이트 데인을 함께 키우고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평소 산책을 할 때 주인이 개 두 마리에게 끌려다녀 늘 불안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씨를 만나 물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하는데 입마개를 하거나, 한 마리씩 산책시키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법적으로 입마개를 해야 하는 개는 맹견 몇 개 종으로 구분돼 있다"며 "입마개를 하면 개들이 땀 배출을 못 해 답답해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대형견 '맬러뮤트'에 물린 초등생은 얼굴 네 곳과 귀밑,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 빈번한 '개 물림' 사고, 시민들의 이유 있는 불안

사실 대형견이 사람을 무는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4월 경기도 한 요양원에서 도사견에 물려 60대 여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같은 달 부산의 아파트에서 대형견이 30대 남성의 급소를 물어 크게 다쳤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에 물려 다친 사람은 모두 6천883명에 달합니다. 매년 약 2천 명 이상이 사고를 당하는 셈입니다. 소비자원은 전 세계에서 반려견을 가장 많이 기르는 미국에서는 한해 약 400만 건 이상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개에 물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법을 도입하고 있을까요. 올해 3월 시행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맹견 5종류를 지정해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맹견을 소유한 사람은 매년 3시간 이상 교육을 받게 합니다. 맹견 5종류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드 와일러가 있습니다.

정부는 잦은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몸높이 40cm 이상 대형견에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의 반대로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광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체고 40㎝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방침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열고 있다.
● '개별 견종'에 대한 제재 미비…정부 "대안 마련하겠다"

물론 이런 처벌 방안엔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개마다 성향이 모두 다른데 단순히 견종으로 위험성을 판단할 수 없단 겁니다. 맹견으로 분류된 모든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아니고,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개라고 사람을 안 물지 않습니다.

맬러뮤트도 통상 순한 종으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견종 별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각 반려견 별로 성향을 판단해 규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대형견에 물려 다치고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자 농림축산 식품부는 공격성이 강하다고 판단되는 개체에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씌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을 문 개에 대해서도 먼저 중성화 조치를 하고, 교육을 하되, 심할 경우 안락사 명령도 내릴 수 있게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반려견 놀이터 '송도 도그 파크'에서 반려견들이 뛰어놀고 있다. 이날 개장한 이 시설은 인천지역 최대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로 5천500㎡ 규모로 조성됐다.
● 모든 견주의 세심한 '관심'도 필수적

이른 '개통령'으로 유명한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는 맬러뮤트가 초등생을 문 사고를 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맬러뮤트가) 어린이를 작은 짐승으로 생각하고 달려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글을 썼습니다.

그는 "이전부터 이런 징후들은 분명 있었을 것이고 주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몰랐다면 둔감한 것이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주인이 주의 깊게 관찰했다면 반려견의 공격적 성향을 미리 알아챘을 것이라는 겁니다.

대형견이든 소형견이든 자신이 기르는 반려견의 성향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대형견의 경우 한 번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리 개는 순하고, 안 문다'는 확신보다 '내 개도 누군가를 물 수 있다'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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