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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빨강'과 '연분홍' 사이…한국당, 관건은 '진정성'

[취재파일] '새빨강'과 '연분홍' 사이…한국당, 관건은 '진정성'
● "기자님, 명함 새로 나왔어요"

여의도연구원은 자유한국당의 대표 싱크탱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원장이 부임한 민주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정책 연구기관이라면, 한국당에는 여의도연구원이 있습니다. 한국당의 기본 정책 마련은 물론이고, 특히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행사가 있어 여의도연구원에 방문했는데, 그곳 직원분들이 "새 명함이 나왔다"면서 명함을 줬습니다. 길지 않은 정치부 생활을 하면서 적지 않은 명함을 받아왔는데, 그 가운데서 단연 눈에 띄는 명함이었습니다.
밀레니얼 핑크 명함
"이게 밀레니얼 핑크라는 색깔이에요. 이제 막 받아서 기자님들 중에는 처음 드리는 거예요. 아직 예전 명함 쓰는 사람도 있는데, 많이 다르죠?"

정말 많이 달랐습니다.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명함, 특히 한국당의 명함과는 특히 천지차이였습니다. 한국당 색을 강조하기 위한 진한 빨강색이 가득하고, 어르신들이 봐야한다는 이유로 큼직한 글씨가 고딕체로 들어가 있던 명함과는 달리 아주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르는데, 한국당이 앞으로 공략해야하는 세대기도 하거든요. 마침 '밀레니얼 핑크'와 이름이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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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빨강 대신 연분홍…파스텔 빛 무대

6월 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지 100일이 됐습니다. 별다른 행사는 하지 않고, 5일 저녁 <황교안 X 2040 미래찾기>라는 이름의 토크콘서트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앞서서는 장외투쟁 기간 소회를 담은 에세이집을 발간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책은 물론이고 토크콘서트에서도 장외투쟁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새빨갛기만 한 점퍼나 티셔츠, 넥타이에 새빨간 깃발이 휘날리던 모습과는 정 반대습니다. 파스텔 톤의 색을 중심으로 무대가 꾸며졌습니다. 황 대표가 출간한 에세이집 표지에도 분홍색 셔츠를 입은 황 대표와 분홍색 가방이 일러스트 형식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 얼굴 사진을 큼직하게 넣는, 그런 식은 아니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 (사진=연합뉴스)
● 속보이는 '태세전환'일까, 진정성 있는 '심기일전'일까

일단 겉모습 만은 확실히 상전벽해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당선됐던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5·18 망언'. 이후 '세월호 망언'과 '달X', '김정은이 낫다', '헝가리 골든타임' 등 계속된 망언과 솜방망이 징계. 그리고 항상 그 망언들의 '배경화면'이 됐던 황교안 대표의 장외투쟁 모습. 이런 것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함축하는 메시지가 달라진 것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동안은 '보수층 결집'을 위한 '집토끼 관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중도층에도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잇딴 망언에 대한 징계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황교안 대표도 "또 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명확히 이약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여성, 청년 친화 정당이 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황교안 대표 관계자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이 '터닝 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당권을 장악하고 당내 안정과 보수 재결집이라는 1단계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했으니, 이제는 2단계 작업을 시작할 때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공략해야 할 목표가 있다고 거기에 걸맞는 모습만 그때그때 보여주는 것은 진정성 있는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 '당의 확고한 소신 같은 것은 없는 것인가'하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제 당내에서도 "진정성이 없어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우려가 들려 옵니다. 행사에서 부드러운 색깔을 사용하고, 청년이나 여성을 많이 만나기만 한다고 해서 국민이 진정성을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당이 확장하려고 하는 '중도층'이 납득할 수 있는 과거에 대한 자기 반성과 이에 따른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착수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황 대표 취임 100일을 앞둔 6월 5일, 한국당을 제외한 국회 원내 여야 4당 의원 151명이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의 징계는 '자문위 파행'을 이유로 몇 달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청년과 여성에게 소홀했다며 손을 내밀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사실 자유한국당이 강조하는 가치는 이미 그들도 공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입니다. 자유, 공정경쟁 등입니다. 그럼에도 실제 공감과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이런 가치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면서 개인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반대한다',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하거나, '교과서를 국정으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것, 징계로 당원권을 박탈당한 인사가 박탈 기간만 지나면 최고위원에 복귀할 수도 있는 상황, 이런 것들 말입니다.

한국당이 청년과 여성을 강조한 것은 비단 이번 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어설픈 손내밀기는 지금까지도 숱하게 있었습니다. 빨간색 대신 분홍색을 택한 행사같은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지한 고민부터, 고개를 가로저을 일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습니다. '취임 100일'을 터닝포인트로 삼은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그동안과 어떻게 다를지 기대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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