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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 남은 산불, '화병'까지…'외상 후 울분장애' 호소

<앵커>

강원도 속초, 강릉, 고성에 큰불이 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복구가 더딥니다. 그런데 그 피해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도 또 쌓여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치권, 정부, 지자체가 원하는 건 다 해줄 것처럼 말을 하더니 왜 되는 게 없냐, 주민들 마음에 화병이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등 우리 사회에서 큰일이 벌어진 뒤에 제대로 처리가 안 돼서 이렇게 피해자들이 울분 장애를 겪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현장에 가서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홍경애 씨는 당시 불타는 집에서 손자를 안고 탈출했습니다.

[홍경애 (강원 고성군 이재민) : 정말 불이 막 굴러다니는 상황에서 저희가 나왔어요. 나와보니 차 한 대는 불이 붙어 있었었고, 같은 마당에 있는 (다른) 차는 다행히 불이 안 붙어서 간신히 대피했습니다.]

속초 의료원에 입원했던 145명의 환자에게도 산불은 공포로 기억됩니다.

[김진백/속초의료원장 :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을 했어요. 그러면서 한 500m까지 불이 들어왔다, 불이 접근했다고 그래서 이 상태에서는 더 안 되겠구나 싶어서 (환자) 후송 결정을 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불길의 검은 흔적은 거의 사라졌지만 집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습니다.

[함준식/속초의료원 기획지원과 : (집이 다 타서 없어진 자리인가요?) 네, 지금 다 타고 이제 다시 이제 건물 짓기 위해서 지금 터 닦기 공사 시작하려고…]

30년 살던 집을 잃은 탁주만 씨는 두 달째 출근하듯 집터를 찾고 있습니다.

[탁주만 (강원 고성군 이재민) : 마음이 그냥 허전하죠, 그냥. 어떻게 갈피를 못 잡는 달까, 참 그래요. 만날 와보니 만날 그렇고…]

피해 보상을 둘러싼 정부, 지자체와의 협상이 늦어지고 있어 이재민들은 당분간 기업 연수원 건물이나 일곱 평 남짓한 컨테이너 방에서 살아야 합니다.

'화병'이 생겼다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진창학 (피해자) :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동네가 싹 탔으니 생각해봐요.]

[탁주만 (피해자) : 뭐 이게(복구가) 좀 빨리 되어야 할 텐데 성질이 납니다.]

[홍경애 (피해자) : 지금 스트레스 지수가 굉장히 높아지고, 갈수록 어떻게 해야 하지, 대책도 빨리 안 나오는 거 어떻게 해야되지…]

외상 후 울분 장애, 사고 공포감이 떠올라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달리 사회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울분과 분노,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것을 말합니다.

자연재해 등의 트라우마가 불공정하게 처리된다고 생각하면 외상 후 울분 장애에 빠지기 쉽고 오래 지속되면 중증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조성명/속초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처음에는 놀랬다, 불안하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 이런 것들을 호소하셨다면 지금은 무기력하다, 우울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하는 증상 등을 주로 호소하고 계십니다.]

빠른 주거시설 복구와 보상이 이뤄져야 이재민의 울분장애가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원형희, 화면제공 : 속초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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