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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꿈의 극장' 데뷔 후 6년…박지성의 후계자 손흥민이 오를 '꿈의 무대'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보비 찰튼 경은 그곳을 '꿈의 극장(Theatre of Dreams)'이라 불렀다. 2013년 9월 16일. '산소탱크'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지 1년이 지난 뒤였지만 올드트래포드 기자회견장 앞 복도엔 여전히 붉은 유니폼을 입은 그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2013년 9월. 올드 트래포드 기자회견 장 앞 복도엔 여전히 '산소탱크' 박지성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바람이 제법 불던 날이었다. 그날 거기 꿈 많은 스물 한 살의 손흥민이 있었다. 석 달 전 레버쿠젠에 입단한 그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데뷔 준비에 한창이었다. 박지성의 사진 앞에서 기자는 사미 히피아 레버쿠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화제는 박지성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손흥민이었다.

"내일 손흥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나?"

사미는 한국인 유망주의 출전을 바라는 기자의 마음을 바로 눈치챘다.

"쏘니가 뛴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하하"

그는 기분 좋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아직 어린 선수지만 클래스를 갖춘 선수다. 물론 아직 배울 게 많다. 나는 언제나 발전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참 좋다. 내일도 이곳에서 그 마음을 유지하길 바란다."

손흥민은 '꿈의 극장'으로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왼쪽 위)에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히피아 당시 레버쿠젠 감독(왼쪽 아래)은 손흥민을 베스트 11에 포함했다.
이튿날 손흥민은 자신의 우상, 박지성이 7년간 누볐던 꿈의 극장에서 꿈의 무대 초연(初演)에 나섰다. 결과는 아쉬웠다. 1대 0으로 끌려가던 후반 9분 롤페스의 동점골을 도우며 첫 공격포인트를 올렸지만 맨유에 4대 2로 완패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웨인 루니를 막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챔피언스리그 무대가 얼마나 큰 무대인지 제대로 알게 됐어요. 또 지성이 형이 얼마나 대단한지도요. 이런 클럽에서 긴 시간 뛰었다는 그 자체로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맨유 같은 빅클럽에 오려면, 또 챔피언스리그에서 잘하려면 멀었다는 걸 느꼈어요. 아쉬운 데뷔전이었어요."

아쉬운 데뷔전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
날카로운 첫 경기의 추억을 뒤로하고 손흥민은 꾸준히 성장했다. 데뷔 1년 만에 코펜하겐과 플레이오프에서 3골을 몰아넣으며 팀을 본선 무대로 이끌었다. 두 달 뒤 벤피카전에서 본선 첫 골의 기쁨을 맛보았고, 그해 11월엔 제니트를 상대로 첫 멀티골을 기록했다.

2015년 토트넘 입단해서는 9골을 더 뽑아내며 기량을 꽃피웠다. 역대 토트넘 선수 가운데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위해 손흥민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해리 케인(14골) 뿐이다. 특히 지난달 생애 처음 오른 8강 무대에서는 가장 빛난 주인공이었다.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3골을 몰아쳤다. 통산 12골. 손흥민은 아시아선수 최다 골 기록을 새로 썼다. 결승전이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손흥민은 그때를 떠올렸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 4강전 토트넘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시 한번 생각해도 우리는 정말 위대한 일을 해냈다.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토트넘은 강팀이다. 그것이 내가 이번 시즌 배운 사실이다."

이제 정상까지 마지막 1승만 남았다.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운 '제2의 박지성'은 자신의 우상이 이룩한 성과를 대부분 넘어섰다.

"지성이 형이 문을 열었기에 내가 이곳에 있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소중한 경기다. 하지만 지금 결승에 오른 걸 행복해하기보단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챔스 결승전 포스터 메인 장식한 손흥민…역시 '대세'
'꿈의 무대' 데뷔 후 6년 만에 그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꿈이 됐다. 데뷔전 기회를 준 사미의 바람대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은 결과다. 내일(한국시간 2일) 손흥민은 박지성도 이루지 못한 '결승전 득점과 우승'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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