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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상청 장기예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취재파일] 기상청 장기예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때 이른 폭염이 이어지더니 앞서가는 계절에 제동을 걸기라도 하듯 한차례 비바람이 불었다. 올여름은 폭염이 얼마나 기승을 부릴까? 혹시 홍천 41도, 서울 39.6도까지 올라갔던 지난해(2018)처럼 기록적이고 극단적인 폭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 올여름 전망은?

기상청은 지난 23일 발표한 3개월(6월~8월) 전망에서 올여름 기온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6월과 7월, 8월 기온 모두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수량은 6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고, 7월과 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19년 여름철 3개월 전망은 아래와 같다.
3개월 전망(2019년 6월~8월) 요약
기상청 발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3개월 전망과 1개월 전망 같은 장기예보는 평균에 대한 예측이다. 월평균 기온이나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인지 아니면 높거나(많거나) 낮을(적을) 것인지를 전망한다. 특히 비슷하거나 높고 낮음 각각에 대한 확률을 발표한다. 기상청은 6월과 7월, 8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이 20%, 비슷할 확률이 40%, 높을 확률이 40%로 예상돼 올여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것이다.

● 장기예보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기상청이 발표하는 3개월 전망이나 1개월 전망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기상청의 장기예보를 어느 정도나 믿어야 할까?

기상청은 장기예보 정확도를 ROC(상대조작특성, Relative Operating Characteristics)라는 것을 이용해 산출한다. 2014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기상청의 1개월 전망과 3개월 전망에 대한 정확도 ROC 값은 아래 표와 같다.
기상청 장기예보 정확도(ROC 값, 자료: 기상청)
우선 1개월 전망에 대한 ROC 값이 3개월 전망에 대한 ROC 값보다 작다. 일반적으로 예측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장기예보에서는 1개월 전망에 대한 정확도가 3개월 전망에 대한 정확도보다 떨어진다. 1개월 전망과 3개월 전망 모두 정확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1개월 전망보다는 3개월 전망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잘 맞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ROC 값 0.58, 0.54, 0.61, 0.59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확도는 도대체 얼마나 된다는 것일까?

우선 확률로 표현되는 장기전망에 대한 ROC 값 산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구체적인 기온이나 강수유무를 예측하는 단기예보 정확도를 산출할 때처럼 간단치가 않다. 정의에 따르면 ROC 값은 비슷하거나 높고 낮음 각각의 예측확률에 대해 실제 관측 자료와 비교해 적중률(Hit Rate)과 빗나간 비율(비적중률, False Alarm Rate)을 계산하고 예측확률별로 계산된 적중률과 비적중률을 각각 적중률이 Y축, 비적중률이 X축인 좌표계에 점으로 표시한 뒤 이 점을 연결한 곡선 아래쪽에 있는 면적으로 산출한다.

산출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ROC 값은 언제나 0~1 사이의 값이 된다. 모든 예측확률이 100% 적중했을 경우 ROC 값은 '1'이 되고 예측이 모두 빗나간 경우의 ROC 값은 '0'이 된다. 적중한 경우와 빗나간 경우가 각각 반반이라면 ROC 값은 '0.5'가 된다. 당연히 ROC 값이 0.5 미만이라면 예측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기상청의 장기예보 ROC 값이 0.54~0.61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기상청의 장기예보 적중률은 현재 간신히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예측확률이 적중하는 경우가 빗나가는 경우보다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장기예측이 빗나간다는 뜻이다.

수치를 있는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18년 단기예보의 강수 유무 정확도가 92.8%였던 것과 비교하면 장기예보의 정확도는 단기예보 정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기상청의 장기예보를 이용할 때 반드시 같이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기상청은 장기예보의 정확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ROC 값이 0.5를 넘는 만큼 예보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장기전망은 평균 상태에 대한 전망…기록적인 현상은 예측에서 빠져

장기예보를 이용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낮은 정확도뿐만이 아니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장기예보는 평균 상태에 대한 전망이라는 사실이다. 평균 상태에 대한 전망인 만큼 기록적인 상황에 대한 전망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2018)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전국을 강타했지만 기상청이 발표한 2018년 여름철 3개월 기온 전망을 보면 "6월과 8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7월은 비슷하겠습니다"로만 되어 있다.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지 평균 기온이 평년에 비해 어느 정도나 높을 것인지 또는 기록적이고 극단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기상청의 장기 전망에는 기록적인 현상에 대한 정보가 들어갈 자리가 아예 없다. 기록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아도 현재 예보 체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해 나타나도 현재와 같은 기상청의 장기예보 체계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사전 정보는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장기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적인 상태뿐 아니라 지난해 폭염과 같은 기록적이고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다. 대부분의 기상재해는 평균 상태에서 발생하기보다는 극단적인 상황, 기록적인 현상이 나타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은 월평균 기온이 30도인 5가지 경우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5가지 사례 모두 평균 기온은 30도로 같지만, 기상청이 1개월 전망을 한다면 모두 평년과 비슷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경우지만, 전반과 중반, 또는 후반에 평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거나 20도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만약 이와 같은 폭염이나 저온 현상이 나타난다면 엄청난 폭염 피해 또는 냉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상청 장기예보는 평균만 예상할 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기록적이고 극단적인 현상에 대한 정보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평균기온 30도 1개월 전망(예)
장기예보는 하루 이틀 예보하는 단기예보에 비해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장기예보 정확도만 떨어지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장기예보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렵다 하더라도 정확도 향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장기예보 체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정확도 평가 방법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특히 큰 기상 재앙을 불어올 수 있는 극단적이고 기록적인 현상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전망 또한 예측에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현재 장기예보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최선의 예보가 최고의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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