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또 배신당했다"…법무부의 '두 얼굴'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9.05.22 21:15 수정 2019.05.22 22:2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간첩으로 몰려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법원이 국가 배상의 길마저 막아버렸던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의 사연을 저희가 지난해 7월 전해 드린 적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법무부가 예상과 달리 사건을 다시 대법원으로 끌고 갔습니다.

법무부의 두 얼굴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을 권지윤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1981년 이른바 진도 간첩단 사건으로 1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박동운 씨.

재심을 거쳐 사건 2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국가배상 소송 1, 2심도 차례로 이겼는데 지난 2013년, 대법원이 돌연 손해배상 시효를 단축하는 새 판례를 내놔 최종심에서 허망하게 패소하게 됩니다.

사법 농단 문건에서 '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명시된 바로 그 대법원 판례입니다.

[박동운/과거사 사건 피해자 (지난해 7월 6일) : 원래 저, 우리 가족, 친인척이 국가와 싸우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죠. 국가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죠.]

박 씨는 다시 싸움을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과거사 국가 배상 사건에서 소멸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달, 고등법원에서 국가배상 승소 판결을 다시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과거사를 바로잡겠다는 현 정부 법무부가 예상과 달리 사건을 다시 대법원으로 끌고 갔습니다.

[박동운/과거사 사건 피해자 : 믿었더니만 역시 상고를 했더라고요.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죠.]

상고 이유는 한정 위헌이라 대법원에서 부인될 가능성이 있고 유사 사건이 대법원에 있어 통일적 대응도 필요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법무부가 밝혀 온 과거사 처리 원칙에 배치되는 논리입니다.

[박상기/법무장관 후보자 (2017년 7월 13일, 청문회) : (과거사 사건에서) 무조건적인 항소나 상고, 이것에 대해서 평소에 상당히 심각하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상소 자제를 통해 피해를 신속 구제하는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 트랙' 제도 시행으로 인권 보장에 기여했다는 자화자찬까지 했습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와 의미를 살려서 이것은 상고를 안 하고 신속하게 마무리 지었던 것이 오히려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28년을 싸워 억울한 간첩 누명을 벗었는데 최소한의 배상 문제로 10년 가까이 다시 국가와 싸워야 하는 상황.

이런 게 정부가 약속한 과거사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방식인지 박 씨는 되묻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