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북한 "단일팀 얘기는 꺼내지 마시라우"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5.23 13: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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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은 물론 체육 교류 전반에 대한 논의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남북 정상이 발표한 <9.19 평양공동선언문>과 지난 2월 15일 남북 체육회담 합의 사항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한체육회 박철근 사무부총장과 대한탁구협회 집행부 일행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북한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대한체육회 국제본부장을 역임한 박철근 부총장은 그동안 남북 체육회담에서 남측 실무를 전담해온 남북 체육교류 분야 전문가입니다.

박철근 부총장과 대한체육회 남북교류 TF팀장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고철호 조선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을 만나 난항에 빠진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문제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철호 서기장은 대한체육회 대표단을 아예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대한탁구협회 집행부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대한탁구협회는 오는 7월 2일부터 7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에 북한의 참가를 추진 중인데 북한의 싸늘한 반응으로 출전 여부에 대한 대답조차 듣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탁구협회에 따르면 북한 측에서는 홍시건 조선평화통일위원회 부장과 주정철 조선탁구협회 서기장이 남측 대표단을 상대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대표단을 정성껏 맞이했지만 단일팀과 남북 체육교류 얘기만 나오면 손을 저으며 "그런 얘기는 하지 마시라우"라며 일축했다고 합니다. 도쿄올림픽 단일팀과 체육교류 문제를 더 이상 논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문> 발표하는 남북 정상 남북 정상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문>을 통해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한다"고 발표했고 그 후속 조치로 지난 2월 1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체육회담을 열고 여자하키, 여자농구, 조정, 유도 혼성 단체전 등 총 4개 종목에 걸쳐 도쿄올림픽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이후 구체적인 선수 선발 계획과 훈련 일정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자 하키 대표팀은 당장 6월 8일부터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향한 시동을 겁니다. 출전 선수 명단 제출 마감 시한은 오늘(23일)입니다. 이에 따라 전원 남측 선수들만 출전하게 돼 사실상 여자 하키의 경우 단일팀이 무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에 보인 북한 측의 태도를 감안하면 우리 측이 거듭 초청한 코리아컵 국제 체조대회(6월, 제주)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7월)에 출전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이 돌변한 것은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특성상 스포츠계가 어떤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없다.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화해 무드가 형성되지 않는 한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단일팀 구성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 체육회가 협조한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단일팀 불발에 대비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