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은행의 잘못된 계산…청약이자 수천억 덜 줬다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19.05.21 20:13 수정 2019.05.23 21: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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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1일) 저희가 준비한 첫 소식은 지금 뉴스를 보고 계시는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주택 청약 저축, 요즘은 이자율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아서 청약 재테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청약 저축에 가입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저희 이슈취재팀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과거 정부가 7년 가까이 원래 줘야 할 이자보다 더 낮은 이자를 준 것인데 그 돈이 수천억 원에 달합니다.

그럼 먼저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부터 정혜경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2006년 2월 관보에 실린 건설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령입니다.

은행이 위탁 운용하는 청약 저축 상품의 이자율을 낮추는 내용입니다.

가입 기간에 따라 이자율을 연 6%에서 4.5%, 연 5%에서 연 3.5%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새 규칙에는 부칙을 달아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새 규칙 시행 전에 이미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이후 가입자와 달리 이자를 종전의 연 6% 또는 5%로 쳐 주기로 한 겁니다.

그러나 개정 이전 가입자들도 예외 없이 바뀐 낮은 이자율을 적용했던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주무 부처인 건교부가 규칙, 즉 법령에서 스스로 정한 이자보다 1.5%P 적게 쳐 준 겁니다.

2012년 12월 규칙을 다시 바꿔 이 부칙 조항을 빼 버리기 전까지 6년 10개월 동안 잘못된 계산은 계속됐습니다.

청약 저축은 계약해지 시 원금과 이자를 일시에 지급받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한 곳에서만 이자가 법령대로 지급되지 않은 계좌는 190만 개. 덜 준 이자 액수는 최대 3천6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은행과 함께 청약 저축을 위탁 판매한 농협과 우리은행까지 고려하면 미지급 이자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1981년 도입된 청약 저축은 공적 기금 조성에 쓰이는 특성상 은행이 아닌 정부가 이자율을 조정해 왔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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