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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식물 쓰레기 먹고 자란 돼지, 어디로 팔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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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우리 정부와 농가도 그것을 막기 위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돼지한테 먹여 키운 농장에서 돼지열병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그래서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란 돼지들이 어디로 유통됐는지 이번에 조사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식당과 마트에 11만 마리 넘게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그것을 먹어도 괜찮은 것인지 오늘(16일) 이슈리포트 깊이있게본다에서 이 내용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김관진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돼지 사육농가. 입구에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담긴 드럼통이 잔뜩 놓여있습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악취가 진동합니다.

종이와 플라스틱 같은 이물질도 잔반과 뒤섞여 있습니다.

또 다른 사육농가는 다리 밑에 울타리만 쳐놓고 돼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무허가 영세 사육농가는 잔반 먹이의 주된 소비처입니다.

잔반을 먹여 사육한 돼지는 도축장을 거쳐 공판장 경매를 통해 팔려나갑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들과 뒤섞인다는 것.

어떤 돼지가 잔반을 먹여 키운 것인지 구분하지 않습니다.

[김성환 경매사/음성축산물공판장 : 사료 돼지하고 좋지 못한 먹이를 급여한 돼지를 아무 정보 없이는 그 두 가지를 구분해 내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잔반 돼지 사육농가는 전국적으로 250여 곳, 돼지는 11만여 두로 파악됩니다.

절반 가까이는 회사 구내식당이나 일반식당으로 납품되고 소규모 정육점이나 대형마트로 풀리는 양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돼지 사육농가 관계자 : 대학가에 있는 저렴한 식당이나 무한 리필 되는 고깃집들 있잖아요. 그런 데로 보통 유통이 되는 걸로….]

잔반을 먹여 키운 돼지는 고기의 산패가 빠르고 냄새가 많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기의 탄력이 부족해 흐물거리는 특성 때문에 생고기 유통은 어렵고 마트에서 주로 양념육으로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더라도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정보가 소비자에게 공유돼야 합니다.

현행 돼지고기 이력제로는 출하 농가와 유통 단계만 확인이 가능하고 잔반으로 키운 돼지인지 소비자가 파악할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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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예전에는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다 돼지 키운 거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입니다. 올해 중국에서만 돼지열병 때문에 100만 마리 넘는 돼지가 사라졌는데 돼지 열병이 돌았던 농가의 44%가 이런 음식물 쓰레기로 돼지를 키우던 곳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장세만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잔반 사육 농가는 사료비가 들기는커녕 수거업체에서 폐기물 처리 대가로 톤당 7만 원가량을 받으니 안 쓸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위생 규정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사료 관리 규정상 젖은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쓸 경우 80℃에서 30분간 끓여야 하지만, 영세한 농가들은 그대로 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가열처리를 하지 않은 잔반 사육 농가 96곳을 적발했고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평입니다.

[양돈농장 관계자 : (음식 쓰레기) 끓인다는 게 시설을 아예 안 갖춘 데도 있고, 갖추고 있는데 실제로 보면 끓이는 흔적은 없고 그런 데도 많습니다.]

위험한 것은 각종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 쓰레기가 한데 뒤섞인 뒤 어떤 오염물질이 유입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 가열처리도 없이 일부 밀집 사육 농장에 쓰인다는 점입니다.

오염된 음식물 쓰레기 사료는 돼지열병의 주된 원인입니다.

실제로 올해 돼지열병 대란으로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사 처리된 중국의 경우 발병 농가의 44%가 잔반 사육 농장이었습니다.

[서정향/건국대 수의과대 교수 : 미가열된 사료를, 잔반을 급여했을 경우에 감염이 된다라고 하면 국내에서 한 마리라도 발생이 되면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광우병과 조류독감 사태를 거치면서 소, 닭, 오리에 대한 잔반 사육이 금지됐지만 돼지와 식용 개는 아직도 허용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전체 음식 쓰레기의 10% 이상을 돼지 농가가 처리해주고 있어 전면 금지에 소극적입니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번 기회에) 양돈 농장에도 잔반을 금지시켜서 가축 질병의 확산 경로 자체를 차단하자, 이것이 목적입니다.]

돼지열병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음식물 쓰레기 대책을 수립하고 잔반 사육을 서둘러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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