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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주방은 같이 장사는 따로…창업 시장의 변화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초기 투자금을 줄여서 문턱도 낮추고 위험성도 줄여주는 그런 새로운 방식으로 자영업을 시작하시는 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먼저 주방 한 곳을 좀 보여드리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뜻 대형식당 한 곳의 주방 같죠? 그런데 여기 나란히 서서 요리하는 두 분을 보면요.

여성은 견과류 버터, 땅콩버터를 만들어서 포장하고 있고요. 남성은 일본식 라멘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전혀 상관이 없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한 사람은 온라인 판매하는 버터 사업을 막 시작했고, 또 한 사람은 다음 달에 본인 가게를 열기 위해서 실습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입니다. 서로 각기 다른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부엌을 같이 쓰는 겁니다.

16개의 조리대가 있는데요, 독서실 회원권 끊어서 자리를 맡는 것처럼 한 시간에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로 시간대별로 끊어서 자리를 빌리고 조리기구, 재료, 창고를 다 같이 씁니다.

<앵커>

일단 판매 같은 경우에 온라인이나 배달 판매밖에는 못 해도, 저렇게 되면 확실히 초기 투자 비용은 아낄 수는 있겠어요.

<기자>

네, 자영업에 들어가는 양대 비용이라고 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있잖아요. 그중에서 임대료 부분에 전에 없던 기회 모델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진선/'공유 주방' 이용자 : (가게 차리려면) 보증금이랑 월세, 인테리어, 장비랑 다 하면 보통 1억 정도? 그럼 아마 못했을 거 같아요. (공유 주방에서) 지금 200만 원 정도 갖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지금 660만 명이 넘는데, 그중의 70%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하죠. 식품업 자영업자만 80만 명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가게를 한 번 열고 닫으려면 거기 들어가는 보증금이나 인테리어비 같은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요.

만약에 잘 안 되면 속된 말로, 망한다고 하죠. 큰돈을 고스란히 잃습니다. '공유 주방'은 이런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사실 점점 더 비중을 확장하는 온라인 식품판매나 배달, 간편 가정식 배송 이런 것은 꼭 독립된 내 가게가 없어도 되거든요.

그리고 이제 갓 열었는데, 잘 되는 맛집처럼 많은 음식을 만들 상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주문이 적을 때는 하루 한 시간만 만들어서 배송할 수도 있잖아요.

프랜차이즈와 이런 공유주방 서비스의 다른 점은 자영업자가 내 고유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먼저고, 영업에서 공간 포함해서 비용이 드는 영역 일부를 그때그때 아웃소싱하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엌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올릴 음식 사진을 찍을 스튜디오나, 음식 맛을 테스트해보는 시식회나 모두 공유합니다.

그리고 예능에 나오는 한시적인 식당처럼 하루, 3개월 이렇게 팝업 식당을 운영해 보는 기회도 비교적 소액으로 만들어서 나눕니다.

[김기훈/'팝업 식당' 경험 예비 창업자 : 피드백도 많이 되고, 경험도 많이 되고, 식자재 관리나 조그마한 매장을 관리해 볼 수 있거든요.]

<앵커>

그런데 이런 방식이 법과 규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있다면서요.

<기자>

현행 규제로는 사실 제한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 곳의 사업장에서 두 명의 사업자가 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한 명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보신 공유주방도 지금은 운영자만 사업자로 등록하고요. 사실상 창업을 한 이용하는 분들은 법적으로는 그냥 회원입니다.

이것은 만약에 A 씨랑 B 씨가 주방을 같이 쓸 경우에 B 씨가 주방을 더럽혔는데 A 씨 음식을 먹은 사람이 배탈이 난다. 그러면 그 책임을 누구한테 물을 것이냐,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식품 산업은 까다롭게 규제해 온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금지하는 게 아니라 위생 관리법을 좀 더 정밀하게 고안하고 전반적 규제를 좀 풀어준다면 만성적인 자영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영세업자들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죠.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4~5년 전부터 이런 공유주방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한시적으로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서비스를 허가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 중의 하나로 밤 8시 이후 영업을 마치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방에서 창업자들이 야간 카페 운영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지난달 말에 결정했습니다.

<앵커>

식품 쪽 자영업자들만 이런 공간 공유가 가능한 걸까요?

<기자>

그렇지 않고, 제가 여기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오프라인 매장 같은 경우에는 손님이 찾아오게 하는 것 자체가 숙제죠.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던 것처럼 문제는 꼭 뭘 안 사도 되니까 놀러 오시라는 분위기의 체험형 매장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세 수공업자 같은 정말 '작은 브랜드'들, 동네 빵집 같은 독립적인 가게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른바 '편집숍' 개념의 공간을 조성하는 시도도 나옵니다.

요즘 익선동 한옥 거리 같은 상권은 오히려 무슨 백화점처럼 어디나 있는 게 아니라 '한옥 거리'는 거기 하나라는 희소성 때문에 인기잖아요.

그런 것처럼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같은 체험형 공간을 작은 규모로 꾸리되 오히려 그 안에 희소한 영세업자들이 모여 있다는 것으로 유인 효과를 노린다는 시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손창현/'공간 공유 매장' 운영자 : 공간을, 플랫폼을 만들게 되면 기본적으로 매출 규모가 커집니다. 더 많은 '(스몰) 브랜드'들이 들어와도 '상권'이 생기는 거죠.]

<앵커>

작은 백화점이 여럿 생긴다. 이렇게 보면 되겠네요.

<기자>

조금 다른 개념으로 가려고 해야 또 손님들이 오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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