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로 들어와 강제 성매매…악몽이 된 코리안 드림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19.05.10 20:53 수정 2019.05.10 22: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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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기 사진 속의 거리는 경기도 미군 부대 앞에 있는 유흥가입니다. 6·25 전쟁 이후 외국인을 상대로 한 유흥업소들이 자리 잡았고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데 먼저 이들의 사연부터 전해드립니다.

이슈리포트 깊이 있게 본다,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미군 부대가 있는 경기 북부, 이른바 '기지촌' 유흥가. 5년 전 한국 땅을 밟을 당시 두 필리핀 여성에게 이곳은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필리핀 여성 A 씨 : 필리핀에 아들이 하나 있어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밴드에서 노래 부르는 일을 했었어요. (한국에서) 호텔 같은 곳에서 가수로 노래 부를 거라 생각하고 왔어요.]

취업비자를 발급받고 인력 중개업체를 거쳐 온 한 외국인 클럽. 코리안드림은 악몽으로 바뀌었습니다.

[필리핀 여성 B 씨 : 클럽에 도착하니 사장이 저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빼앗았어요.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사장이 항상 우리를 방에 가둬놨어요.]

노래를 부르는 대신 성을 팔도록 강요당했습니다.

[필리핀 여성 A 씨 : '넌 처녀가 아니지 않느냐. (손님들이) 널 그렇게 만져도 된다'고 했어요. 우리가 불평을 해도 사장은 우리더러 손님들에게 잘하라고 했어요.]

저항해봤지만 업주의 강압은 더욱 거세졌다고 합니다.

[필리핀 여성 B 씨 : 사장이 '많은 동두천 경찰관들이 자기 친인척이다'라고 했어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두려웠어요. 우린 외국인이었으니까요.]

업주가 성매매 단속에 검거되면서 악몽 같은 생활이 끝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업주는 성매매 알선과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들에게도 성매매 여성이라는 굴레가 씌워졌습니다.

강제 추방 명령을 받은 뒤 보호소 수감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자신은 성매매 피해자인데 여러 차례 강제조사를 받으며 범죄자 취급받았다고 토로합니다.

가해자 가족과의 원치 않는 만남도 겪어야 했습니다.

[필리핀 여성 A 씨 : (업주의 부인을) 대면해야 했어요. 그들은 우리보고 '경찰 진술을 바꿔줄 수 없느냐'고 이야기했어요.]

이들은 국내 인권변호사단체의 도움으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 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필리핀 여성 A 씨 :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말할 자유가 있잖아요. 그들(클럽 업주)이 잘못한 거라는 걸 증명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를 통해 정의를 찾고 싶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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