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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상무 출신 예비역들이 쓰는 새 역사…다시 쓸 후배는 없나요? ②

마지막 상무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인터뷰(2018년 12월)

[취재파일] 상무 출신 예비역들이 쓰는 새 역사…다시 쓸 후배는 없나요? ②
지난해 12월 단 6명으로 이뤄진 보기 드문 아이스하키팀을 취재했습니다. 안양 실내 빙상장에서 합숙 훈련 중이던 상무 아이스하키 선수단이었습니다. 전속력으로 빙판을 누비며 격렬한 몸싸움도 펼치기 때문에 경기 도중 1분 정도마다 선수들을 교체해야 할 정도로 체력 소모가 심한 아이스하키팀을 단 6명으로 꾸린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당시 이들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된 훈련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스하키는 골리(골키퍼) 1명을 제외하고 스케이터(필드 플레이어) 5명이 1개 라인을 이루며, 한 팀은 보통 4개 라인으로 꾸려집니다. 이 때문에 최소 20명 이상이 한 팀을 이룹니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창단됐지만, 평창 올림픽이 다가오면서부터 새로운 선수들을 받지 않은 이 팀은 계속해서 인원이 줄어든 끝에 마지막에는 (2017년 4월에 입대한) 6명만이 남았고, 결국 이들이 2019년 1월 말 제대하면서 6년 남짓한 짧은 역사를 끝으로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상무 아이스하키팀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한 선수는 2019 세계선수권에서 맹활약을 펼친 신상훈과 안진휘였습니다.
2018년 12월, 상무 제대를 한 달 앞둔 신상훈 선수
Q. 6명이 훈련을 하는데 정상적으로 훈련이 되나요?

[안진휘 : 운동이 끝날 때까지 쉴 시간이 없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훈련의 질도 낮고 할 수 있는 훈련 종류가 너무 적기 때문에 감독님도 (훈련 내용을) 많이 고민하시는데도 어렵고 이런 상황입니다.]

[신상훈 : 1대 1, 2대 2 (훈련) 이런 걸 하고 싶어도 인원이 없으니까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거의 다 개인기(훈련) 많이 하고 그 다음에 각자 스케이팅 타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요. 감독님이 30분 정도 알려주시고 나머지는 거의 다 개인적인 스케줄로 운동하죠.]

Q. 이렇게 훈련을 하면 실전 경험이 많이 떨어질 텐데…

[안진휘 : (2018년 5월) 세계선수권 대회가 끝난 뒤 (상무에서는 인원이 적어서) 5개월 정도 제대로 된 훈련을 못하다가 (2018년 10월 다시 대표팀에) 갔을 때 저희가 정말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도 처음에 적응이 안 되고 빙판에서 스피드나 전환, 눈으로 따라가는 것도 안 됐어요. 그래도 2번째, 3번째 경기 때부터 (감각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저만이 아니라 다른 (상무) 선수들도 확실히 걱정도 커지고 다음 세계 (선수권) 대회도 있고, 2월 달 강릉 유로 챌린지(레거시컵 대회)도 있는데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이런 걱정도 많이 했었습니다.]

[신상훈 : 몸이 안 움직여요. 그러니까 순발력이 되게 떨어졌어요. 예전 같은 경우에는 퍽이 보이면 그냥 바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퍽이 보이면 일단 한 박자 쉬고 그 다음에 몸이 움직여요. 왜냐면 일단 스케이트를 많이 못 타고 아이스(빙판) 훈련 시간이 없다 보니까 순발력이나 아이스 (위)에서 움직이는 게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팀 운동을 하면서 팀 포메이션을 맞출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지금 매우 열악하죠.]

실제로 이들은 제대 후 처음 출전한 지난 2월 강릉 레거시컵에서는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그래도 기형적으로 인원이 줄어든 상무에서나마 꾸준히 운동할 수 있었던 신상훈과 안진휘는 이내 경기 감각을 되찾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헝가리와 슬로베니아, 벨라루스전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신상훈은 헝가리와 슬로베니아전에서 각각 1골, 벨라루스전에서 4골을 몰아쳐 대회 득점왕(6골)에 올랐고, 안진휘는 헝가리전에서 1골 3도움으로 첫 승을 견인하며 대회 포인트 11위(4포인트)에 올랐습니다.)

Q. 상무 아이스하키팀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안진휘 : 저희가 어느 정도 성적도 잘 나오고 '탑 리그'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여서 하는 대회(월드챔피언십)도 출전하고.. 저희 자력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 우리도 이제 점점 더 올라가야 한다'라고 선수들이 준비를 하는 중에 이런 환경이, 다시 강제로 저희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오니까 상무 선수 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다른 팀 선수들이나 하키 하는 사람들 전부 많이 걱정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Q. 상무가 아닌 일반 병사로 입대하더라도 관리를 잘하면 다시 선수로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상훈 :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옛날 선배들 중에는 (그런 경우가) 몇 명 있기는 한데 그때는 워낙 선수층이 얇다보니까 군대에서 최대한 자기 몸 관리를 하고 돌아오면 (가능했어요.) 물론 그 형들도 오래 선수 생활을 하지는 못했어요. 짧게 1년 (정도)하고 몸이 안 따라주니까 은퇴하고 그러셨어요. 2년이라는 시간을 공백기로 갖고 돌아왔을 때는 아무래도 못 따라가죠.]
2018년 12월, 상무 제대를 한 달 앞둔 안진휘 선수
Q. 상무 입대에 대해 아직 미련을 갖고 있는 후배들이 있을 것 같은데…

[안진휘 : (19)93년, 94년, 95년생 이 선수들은 대부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무 공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이제 그 나이 대 선수들이 대표팀에 자리를 잡고 (상무에) 들어와야 하는데, 상무가 없어지면 대부분 (선수들) 다 미래가 없다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신상훈 : 휴가를 나가서 후배들 만나면 계속 그 이야기해요. "형, 언제 (상무에서 선수) 뽑는대? 아 이러다 안 뽑는 것 아냐?" 그러다보면 괜히 저희가 미안해지죠. 일단 저희는 상무에 소속되어 있는 거니까… '아! (상무) 없어지면 진짜 얘들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또 이번에 제 친구들은 군대를 현역으로 갔어요. 지난주랑 지지난 주에 갔어요. 걔네들 보면 조금 안타깝죠. 그래도 (아이스하키를) 잘했던 선수들이고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 애들인데, 어떻게 보면 이런 식으로 기회를 없애는 거니까요. 안타깝죠.]

Q.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정부가 상무의 존속을 약속했다고 하던데…

[신상훈 : 저희도 그 약속 때문에 (상무가 존속)된다고 보고 유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희 하키인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해서 (상무) 그거 하나 바라보고 입대를 늦춘 애들도 많아요. 제 친구들도 늦추다가 (상무 존속이) 안 될 것 같다고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니깐 (일반병으로 군대)간 거거든요. 걔네들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흐지부지 보내고 나서 군대를 갔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 약속이라는 건 지켜야 하는 건데 어떻게 보면 섭섭하고 서운하다고 말해야하나? 좀 안타깝죠.]

Q. 상무 아이스하키팀이 없어진다면 무엇이 가장 문제가 될까요?

[안진휘 : 한국 아이스하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1차적으로 상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상무 덕분에) 뛰어난 형들, 선수들이 나왔고, 저나 대표팀에서 조금 어린 선수들은 그 형들을 보면서 자랐고, 형들이 계속 선수 생활을 유지했기 때문에 그동안 (형들이) 배웠던 것을 우리가 많이 얻었고, 이제 저희가 나이가 더 들어서 다른 (어린) 친구들이 올라오면 저희가 또 전수해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상무가 없으면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한국) 하키의 성적(여부)에는 상무의 유지가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신상훈 : 상무가 없어지면 후배 애들이 바라볼게 없잖아요. (상무를 나온) 형들이랑 갭이 점점 차이가 나고… 현재 대학생 애들이 (상무를) 바라보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잘하는 애들도 계속 (운동을) 그만둘게 될 거고, 그러다보면 대표팀 기량도 점점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대한민국 아이스하키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성장을 했습니다. 1982년 25대 0 참패를 시작으로 34년 동안 단 한 번도 꺾지 못했던 일본에 2016년 첫 승을 거뒀고, 이제는 맞대결에서 4연승을 달리며 완벽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또, 3~4부리그를 전전하던 세계선수권에서도 이제는 '꿈의 1부리그' 월드챔피언십에 나서거나, 최소한 승격을 노릴 자격이 있는 강력한 도전자가 됐습니다. 세계 랭킹 2~30위권에서 단숨에 16위까지 올라온 한국 아이스하키의 발전 배경에는 NHL 출신 지도자 영입 등 협회의 투자와 더불어, 상무의 창단이 큰 몫을 했다는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형 이벤트를 위한 1회성 투자가 아닌 상무의 존속과 같은 꾸준한 지원이 따라준다면, 한국 아이스하키는 아직도 세계를 더 놀라게 할 저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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