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득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Post 평창 시대'를 맞은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4 소치올림픽 8강에 진출했던 슬로베니아와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 4강에 올랐던 벨라루스를 사상 처음으로 꺾는 등 또 한 번 큰일을 내면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 귀화 공격수 없이 펼친 '골 잔치'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첫 경기인 헝가리전부터 화끈한 골 잔치를 펼쳤고, 5경기 동안 16골, 경기당 평균 3.2골을 몰아치며 우려를 씻어냈습니다. 신상훈이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하고, 김상욱이 포인트 2위(4골 3도움), 김기성이 포인트 9위(2골 3도움), 안진휘가 포인트 11위(1골 3도움)에 오르는 등 토종 선수 7명이 골고루 득점포를 가동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7명 중 6명은 상무 출신 예비역 병장이었습니다.
▲ 2015년 NHL 유망주 캠프에 참가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김원준
[앵커 : NHL 댈러스 스타스가 수비수 김원준을 포함한 한국의 하키 선수 3명을 유망주 훈련 캠프에 초청했습니다.]
[김원준 : (NHL 훈련 캠프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고 기술을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원준 : (NHL 훈련 캠프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고 기술을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상무 출신 선수들은 대표팀의 16골 가운데 15골을 합작했습니다. 상무 출신이 아니면서 유일하게 골을 넣은 선수는 김원준 선수 한 명입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지원 속에 핀란드에서 유학하고 NHL 유망주 캠프를 다녀오기도 한 김원준은 대표팀에서 1라인 수비수를 맡고 있는 핵심 전력입니다. 하지만, 1991년생으로 상무 입대 연령 제한을 꽉 채운 그는 올해 안에 상무가 재창단되지 않으면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인기 프로종목과 달리 저변이 열악하고 훈련 장소도 마땅치 않은 아이스하키에서 한창 나이에 병역 의무를 위해 빙판을 떠났다가 재기에 성공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 평창의 진정한 유산은…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상무의 존속을 약속했던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자 이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마지막 상무 선수 6명의 제대와 함께 상무 아이스하키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평창 올림픽의 유산을 계승, 발전하자며 만든 '2018평창 기념재단'이 이달 초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이 기념하고 보존해야 할 Legacy는 비단 개폐회식장이나 경기장뿐 만이 아닙니다. 끝없는 노력과 많은 투자를 통해 끌어올린 선수들의 경기력, 그리고 선수 개개인이 얻은 노하우와 경험도 모두 평창의 유산입니다. 물론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예산 등 실질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하지만, 평창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점과 동계 스포츠의 육성 측면,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발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동계 올림픽 최고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 상무의 존속 여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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