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파업전야'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습니다. 노동 영화의 전설로 불려왔지만 실제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영화가 30년 만에 공식 개봉했습니다.
김영아 기자입니다.
<기자>
헬기까지 동원한 대규모 경찰 병력의 대학 캠퍼스 진입.
전국에 내려진 긴급 검거령.
30년 전, 독립영화 한 편이 불러온 파장이었습니다.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처우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은 영화 '파업전야'입니다.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노동 운동의 불꽃이 일던 그 시절.
노태우 정부는 사전심의제도를 악용해 상영 금지 조치를 내렸고, 이에 맞서 전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은/'파업전야' 제작자 : 전투경찰이 차 몰고 들어가서 강의실까지 쫓아가서 영화 보던 노동자들을 잡아서 무릎 꿇리고…]
[장동홍/'파업전야' 감독 : 중간 뒷부분에서 영사기를 쏘잖아요. 그 주변에 7~8명이 '사수대'들이 각목을 들고 삥 둘러 서 있었어요. 영화 상영 내내.]
[1996년 10월 4일, SBS 8뉴스 : 헌법재판소 "영화 사전심의는 위헌"]
이런 파장은 결국 1996년 영화 사전심의제도 철폐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 심의제도가 위헌이라는 것을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상영했던 영화가 바로 '파업전야'였습니다. 굉장히 상징적인 영화였고…]
영상자료원에 보관돼 온 16mm 필름이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만든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에 공개됐습니다.
깨끗해진 영상만큼 현실도 나아졌는지 비교해 보는 것은 관객들의 몫입니다.
(영상취재 : 조정영,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