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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만나다 ②…타이틀보다 음악으로 기억되기를

음악차별 안 돼…좋아하는 가수는 김광석

[취재파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만나다 ②…타이틀보다 음악으로 기억되기를
조성진을 만나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 [취재파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만나다 ①…그가 잘하는 것들

Q. 클래식 음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제 동료나 친구들 중에 '클래식 음악이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 수준이 높다, 우월하다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이런 생각에 반대해요. 누가 그랬더라, 비틀즈 멤버 중에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는데, 음악 차별하는 것은 인종 차별보다 더 나쁘다, 이런 말 들은 적이 있어요. 각자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음악들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장르와 클래식 음악의 차이는 일단, 현대곡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곡은 옛날에 작곡된 곡이고, 길이가 전체적으로 길다는 거예요. 저는 콘서트홀에서 마이크 안 쓰는 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 중 하나라도 생각해요. 그래서 대중음악 공연 보시던 분들이 클래식 음악회를 신선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이크 없고 자연음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요, 그래서 어렵기도 하고요. 작품번호 이런 것 외는 것, 말러나 브루크너 교향곡 같은 경우는 한 시간 넘는 것도 많고. 클래식 음악은 처음 시작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단 공부하고 빠져들게 되면 정말 중독성 있는 장르예요. 아는 만큼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만약에 CD로 음악을 듣는다면, 악보랑 같이 보면서 듣는 걸 추천해요.

Q. 앞으로 연주해 보고 싶은 곡들은?
=제가 안 해본 곡이 참 많아서 어떤 한 곡을 꼽기는 어려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에 한 명이 브람스인데, 브람스를 실내악 몇 곡 빼고는 아직 많이 다뤄보진 않았었어요. 그런데 다음 시즌부터 브람스를 시작할 것 같아요. 또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알려진 좋은 곡이지만 대중들에게는 낯선 곡들이 많은데 그런 곡들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시마노프스키나 야나체크. 이런 곡들도 연주해 보고 싶어요.

Q. 어린 시절 바이올린도 같이 했다고 들었는데 왜 피아노를 선택했는지?
=예전 인터뷰에서 우스갯소리로 바이올린은 서서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얘기했었는데,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요, 어렸을 때 피아노 콩쿠르는 나가서 떨어지고, 바이올린 콩쿠르에서는 3등 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당시에 제가 피아노를 더 잘 친다고 생각했어요. 피아노에 더 자신이 있었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음악가가 되고 싶었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잠깐 있었지만, 피아노가 더 편하고 맞는 것 같아서 피아노를 했죠. 잘 선택한 것 같아요.

Q. 음악 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슬럼프라기보다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시기는 있었어요. 2013년~2014년 정도였던 것 같은데. 파리 유학 가고 1, 2년 후부터요.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취재파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만나다
Q. 뭐가 제일 힘들었나요?
=음악적으로 확신이 안 섰어요. 어떤 게 맞는 해석인지. 그래서 당시엔 음반도 많이 듣고 연주회도 많이 갔거든요. 그래서 남들 연주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게 제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아니면 고민되는 시기였다고 생각을 하고, 그때 개성에 대해서 깨달았던 것 같아요. 항상 개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보고 했는데요, 시도해 봤더니 제가 억지로 한 것은 다 인위적으로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그런 것은 잊어버리려고 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제가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Q. 아까 피아노 음악 잘 안 듣는다고 했는데, 그때는 많이 들었군요?
=물론 지금도 듣기는 하는데, 그때는 '어, 이 사람은 이렇게 치네? 이 사람은 또 이렇게 치네?' 이렇게 따라 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딴 사람들 영향을 많이 받았죠. 지금도 한 사람 연주를 계속 듣는다면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피아노를 안 듣는 그런 경향이 생겼나 봐요. 특히 새로운 곡을 제가 익히기 시작했을 때에는 절대로 안 들어요. 왜냐하면 남들 영향받지 않고 제 해석을 하고 싶기 때문에요.

Q. 나만의 해석, 나만의 개성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만들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설명하기 힘든데, 제 생각에, 개성은 어린 시절에 정해지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고요. 어떤 선생님하고 공부를 했느냐, 그리고 어떤 음반을 자주 들었느냐, 어떤 피아니스트를 좋아했느냐 이렇게 자기 취향이 생기는 나이가 어릴 때라고 생각해요. 테너가 갑자기 베이스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기악 연주자도 마찬가지죠. 갖고 있는 소리를 그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Q. 어떤 선생님한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지?
=저는 신수정 선생님한테 제일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에는. 그리고 많이 들었던 음반은 크리스티안 짐머만, 라두 루푸, 이런 음반 많이 들었고, 두 사람 음악이 너무 다르긴 하지만요. 어렸을 때에 플래티네프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Q. 지휘자 플레티네프와 협연한 적도 있잖아요?
=네. 피아니스트로서 너무 좋아했었는데, 그 사람은 귀를 착 기울이게 되는 그런 음악을 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Q. 베를린 필하모닉 협연, 카네기홀 데뷔가 꿈이라고 얘기한 적 있는데 이뤄졌죠. 현재의 꿈은?
=사실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하거나, 베를린 필과 협연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저한테 기회가 와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것이 꿈이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을 해보면, 다 해서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지만, 그때 제가 어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베를린 필 아니면 미국과 유럽의 좋은 오케스트라, 그런 것 중요하지만, 어디서 연주를 하는가 보다는, 누구와, 아니면 누구를 위해 연주하느냐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실내악이나 협연을 할 때에 저하고 음악적으로, 아니면 인간적으로 잘 맞는 사람들이랑 하는 것이 저는 좋고.

'누구를 위해'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지금은 그냥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다양한 대중, 연주회를 잘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연주를 해보고 싶고, 또 도움이 된다면 제 연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래서 어느 오케스트라하고 연주하고 싶다, 어느 홀에서 하고 싶다, 이런 꿈은 없어진 것 같고.

글쎄요. 일단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렵고 큰 꿈이고. 건강해야 될 것 같고. 그리고 계속 더 잘 치고 싶고. 너무 모범답안 같기도 하고 소소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것이거든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Q. 쇼팽 콩쿠르 우승한 게 4년 전. 항상 조성진을 따라다니는 타이틀이 되었는데?
=4년밖에 안 지났으니까 당연해요. 그걸로 인해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니까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크리스티안 짐머만을 설명할 때 아직도 '쇼팽 콩쿠르 우승자'였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짐머만 연주 들을 때 그런 타이틀을 이제 신경 쓰지 않잖아요. 짐머만은 그냥 짐머만이고. 브로셔나 프로그램 북에 단지 한 줄이 적혀 있을 뿐이거든요. 그런 것처럼, 저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 이런 게 붙더라도 사람들이 그것보다는 제 이름, 제 음악을 먼저 생각해 주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Q. 그걸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꿈이 많아요.

Q. 다른 음악도 많이 듣는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K팝도 들으시나요?
=별로 들어본 적은 없어요. 제가 사는 베를린에서 BTS라는 그룹이 공연했는데 다 매진됐다고 해서 '아 대단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음악을 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Q. 일전에 인터뷰에서 퀸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이밖에 좋아하는 가수는?
=저는 김광석 선생님 음악 좋아하고. 그리고 가수 신승훈 목소리 너무 좋은 것 같고요,
최근에는 이광조 선생님 음악 들었어요.

Q. 이광조요? (순간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 이광조'가 맞나 생각했다) 음악 취향이 우리 세대네요!
=그분(이광조)은 곡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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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비디오머그 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비디오머그 조성진 편에 대부분 담겨 있는데, 1문 1 답의 짧은 퀴즈형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덧붙여본다.

조성진의 취미는 와인 마시기와 모으기. 손 관리법은 손톱 1주일에 한 번씩 깎기. 손톱이 얇아서 잘 깨지니까.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면 의사가 되었을 것 같다. 피아노 연주로 프로포즈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피아노 하는 친구들하고 얘기해 본 적 있어요. 그거 촌스럽다고!'

이렇게 26살 청년, 조성진과 대화를 마쳤다. 인터뷰 내용을 적어놓고 보니, 볼수록 흥미로운 인터뷰였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뷰에서 밝혔던 조성진의 꿈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쇼팽 콩쿠르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조성진이라는 이름과 그의 음악으로 기억되는, 행복한 음악가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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