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

『알쓸中잡』알고 보면 쓸모 있을 수 있는 중국 잡학사전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9.04.26 07:36 수정 2019.04.29 11: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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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중국 난닝에서 태국 방콕으로 가는 여객기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한 중국인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연결 다리 밖으로 동전 6개를 기체 쪽으로 던진 것입니다. 6개의 동전은 다 찾아냈지만, 비행기는 78분 늦게 이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전을 던진 승객은 중국 경찰이 공안에 연행됐는데, 처음 비행기를 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드리포트]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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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에 동전 투척' 이번 달에만 세 번째

중국에서 동전을 비행기에 던지다 문제가 된 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입니다.

지난 16일에는 66세의 승객 한명이 네이멍구 후허호트에서 츠펑시로 가는 항공편에서 엔진에 동전 6개를 던졌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고, 2시간 이후에야 이륙할 수 있었습니다. 공안은 승객을 연행했고, 10일의 행정구류 처벌을 내렸습니다. 앞서 4월 2일에는 우한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비행기 계단을 오르던 한 남성이 동전 3개를 엔진 쪽으로 던졌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편 출발이 30분 지연됐고, 이 남성도 10일의 구류에 처해졌습니다. 동전을 던진 남성은 집을 떠날 때 그의 장모가 손녀가 비행기를 처음 타니 동전 몇 개를 던져 복을 빌어야 순조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월드리포트]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중국 언론에 따르면, 2017년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80세 노인이 복을 빌기 위해 비행기에 동전 9개를 던져 사회적 논란이 된 뒤에도 비행기에 동전을 던지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안후이성 안칭 공항에서 28세 남성이 샹펑항공 여객기 엔진에 동전을 던졌습니다. 이 때문에 엔진 점검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비행기는 다음날에야 운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항공사는 14만 위안, 약 2천3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동전을 던진 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2017년에도 선전항공은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진 이 모 씨에 대해 항공기 정비와 취소 등 7만여 위안, 약 1천2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항공사에 5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월드리포트]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비행기 엔진에 동전이 들어가면 심각한 엔진 고장을 일으켜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 <치안관리처벌법>은 버스나 기차, 항공기 등 공공교통수단의 질서를 침해하는 경우 경고나 2백위안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고,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벌금과 함께 5일 이상 10일 이하의 구류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는 대부분 10일 구류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민사상 배상 책임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 복을 기원하는 中 기복 신앙…"항아리만 보면 돈을 던진다?"

신경보 등 중국 언론은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지는 것의 기원은 불분명하다면서, "항아리(缸)만 보면 동전을 던져서(投幣) 복을 비는 '기복(祈福)' 행위를 일부 사람들이 비행기 '엔진 항아리'에도 하고 있는데, 이런 악습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돈을 내거나 던지며 복을 비는 기복 행위는 중국에서 흔한 광경입니다. 유명 사찰에서는 향을 피우거나 공덕함에 돈을 내기도 하지만, 불상이나 우물, 연못에 동전과 지폐를 던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은행 체크카드를 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물관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불교와 관련된 전시품뿐 아니라 고대 유물이나 공룡 화석 전시물 주변에도 돈이 쌓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동물원에 있는 연못이나 동물 우리에도 돈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유적지 등은 '제발 동전을 던지지 마라'는 표지판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사실 제물(祭物)을 바치고 하늘의 보호와 안전, 소원 등을 비는 행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중국은 고대부터 제물을 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바쳐왔습니다. 중국 전문가와 언론 등에 따르면 소원을 빌기 위해 동전을 던지는 건 당(唐 618~907)나라 소설에도 등장하는데, 당시 빙저우(幷州)에 있는 샘물에 신도들이 동전이나 양의 뼈를 던지면서 복을 빌었다고 써 있습니다. 혹자는 20세기 이후 로마의 트레비 분수처럼 분수나 우물에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비는 서양의 풍속이 중국의 기복 성향과 합쳐지면서 많은 중국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돈을 내고 개인의 안녕과 소원을 빌고, 불안감을 없애는 행위 자체는 개인의 믿음이자 자유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유적을 파괴하고 공공질서를 해친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겠죠. 물론 중국에서도 비행기에까지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중국인들도 "본인의 안녕을 빌기 위한 행동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료 : 중국 웨이보, 신경보, 바이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