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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회장님 고발 면제 시 '1억 2천'…이상한 '성공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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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22일 효성 그룹이 총수 일가와 관련된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서 6년 동안 회삿돈 400억 원을 썼다고 전해드렸습니다. 총수 일가의 개인 비리라면 개인 돈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효성은 회사 일에 회삿돈을 쓴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건지 400억 원이란 회삿돈을 쓴 게 과연 효성 주주들에게는 피해가 없는 것인지 자세히 따져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효성이 한 법무법인과 맺은 계약서입니다. 검찰이 조현준 회장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 2016년에 작성된 것입니다. 착수금이 1억 원인데, 그것보다 조금 더 눈에 띄는 것은 특약 사항입니다. 무혐의, 기소유예, 불구속 기소, 즉 조 회장이 구속되지 않게만 해주면 1억 원을 더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 1억 원 역시 효성의 회삿돈입니다. 저희 끝까지판다팀이 다른 계약서들도 살펴봤는데 회사를 위한 계약인지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조석래 명예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를 보름 정도 앞둔 2013년 11월 26일. 효성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과 자문 계약을 맺습니다. 착수금만 3억 원.

그런데 자문 계약치고는 특이합니다. 자문이 성공적으로 종료되면 별도의 사례금을 지급하겠다는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강신업/대한변호사협회 전 공보이사 : 실제로는 자문료, 또는 자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문이 아니라 형사사건 성공보수라든지 등등의 어떤 성공약정일 가능성이 많이 있다고 봐야죠.]

이후 조 명예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고령과 건강 등을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고 조 명예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렇게 수사가 마무리되고 엿새 뒤 이 법무법인은 효성에게 착수금의 2배가 넘는 6억 5천만 원의 자문료를 추가로 청구해 지급받습니다.

비슷한 시기 법무법인 2곳도 착수금과 별도로 각각 5천만 원과 6천만 원의 성공보수를 받았습니다.

무엇에 대한 대가였을까? 효성 측은 회사를 위한 변론의 대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효성 관계자 : 법인세 포탈 부분에서 회사가 기소유예된 게 중요한 고려점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조계는 총수 부자의 신병 처리, 즉 불구속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김남근/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형사 구속의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이 갖고 있는 극도의 불안한 심리, 이런 것 때문에 전관 변호사들에게 거액의 보수를 주면서 사실상 법원이나 검찰에 로비를 해서 구속을 면하게 해 달라는 형사보수계약 같은 게 체결될 수 있는 거죠.]

검찰 수사가 아니라 공정위 조사 때 맺은 계약서에도 성공 보수가 등장합니다.

공정위가 효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혐의를 조사하던 2017년 8월, 효성이 한 법무법인과 맺은 계약서입니다.

착수 보수와 별도로 회사가 고발되는 걸 면제시켜주면 5천만 원의 성공 보수를, 노 회장님 및 회장님의 고발을 면제시켜주면 1억 2천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서 노 회장님은 조석래 명예회장, 회장님은 장남 조현준 회장입니다.

또 다른 법무법인과 맺은 계약서에도 회사 고발 면제는 5천만 원, 개인 고발이 면제되면 1억 원을 추가로 주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총수 부자 고발이 면제될 경우 성공보수가 2배 이상 많은 것입니다.

[박상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가장 신경을 쓰는 게 뭐냐하면 벌금이 얼마가 아니고, 총수가 구속되는 거예요. 그게 황제경영이라는 거예요.]

효성의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 지급이 회사 이익보다는 총수 일가 방어를 위해서였다는 걸 계약서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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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위한 일이니까 회삿돈을 쓴 것이라는 효성의 해명이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효성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 역시 회삿돈으로 법무법인과 법률 자문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회사 경영을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정말 자문 계약서대로 자문을 받았을지 아니면 진짜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인지, 계속해서 끝까지판다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9월, 효성은 한 법무법인과 7억 원의 자문 계약을 체결합니다.

법무법인의 업무로는 효성의 기업 분할과 관련한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효성 내부 자료를 보면 이 업무 담당 변호사로 검찰 출신 변호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특수 수사로 이름을 날린 검찰 고위직 출신입니다.

이 전관 변호사에게 실제 자문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이 기업 분할과 관련한 자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법인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전관 변호사가 조현준 회장에게 법률 자문과 함께, 연륜이 있는 사람으로서 인생 상담을 해줬다는 것입니다.

효성도 기업 분할만을 위한 계약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효성 관계자 : 고소 고발에서 촉발된 여러 법률문제들에 대해서 회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주된 목적은 그쪽에 있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계약서 따로, 실제 역할 따로인 셈입니다.

[민경한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 : 검사장 출신은 민사 쪽에 약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민사에 대해서 자문계약을 체결할 때는 일반적으로 법원 출신과 하지, 검사장 출신과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자문계약 체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죠.]

똑같은 내용의 계약을 거액을 들여 두 차례 맺은 경우도 있습니다.

효성은 2013년 11월과 12월 검사장 출신 변호사 1명과 두 번의 자문 계약을 맺습니다. 조석래 명예회장 부자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입니다. 각각 17억 원과 10억 원에 달하는 계약입니다.

계약 기간 2년에 기업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법률자문을 해주는 조건인데, 액수와 계약 체결 날짜만 다를 뿐 나머지는 토씨까지 똑같습니다.

거액의 계약이 연거푸 체결된 이유도 석연치 않지만, 2년의 계약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똑같은 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경률/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17억 원을 주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걸 또 똑같이 (체결하고) 돈을 준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건 제 생각에 배임일 것 같은데요, 무조건.]

경찰은 전관 변호사들의 실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꼼수나 편법을 동원해 계약서들이 작성된 것은 아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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