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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나라 곳간 풍년이었지만…돈 쓸 곳 앞으로 더 많다

작년 조세부담률 '역대 최고'…세금 사용처 국민 공감대 필요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지난해 우리나라 총생산, GDP에 대비해서 세금이 역대 최대로 걷혔다는데 누가 이 세금을 낸 겁니까?

<기자>

일단 작년에 늘어난 세금에 얽힌 사실들을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첫 번째는 일단 그렇게 늘어난 작년의 세금은 개인보다는 대부분 기업, 그것도 대기업들이 많이 부담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최근에 반도체 관련된 얘기들을 여러 번 드리기도 했지만, 일단 작년에 워낙 반도체 경기가 좋았던 게 나라가 걷게 된 세금이 늘어난 큰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양대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작년 한 해 영업이익, 매출 아니고 영업이익만 80조 원 가까이 됐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내게 된 작년 기준 국내 법인세가 12조 5천억 원 정도 되고 SK하이닉스의 법인세도 5조 원 정도입니다.

이 두 회사가 내는 세금이 2018년 우리나라 전체 법인세의 4분의 1 가까이 됩니다. 작년에 우리나라 법인세 늘어난 전체 액수가 11조 8천억 원인데, 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두 회사가 차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 이렇게 두 회사의 세금이 늘어난 것은 대기업에 부과하는 세율이 높아진 영향도 있습니다.

작년부터 한 해 소득이 3천억 원이 넘는 큰 기업들은 법인세 부담이 25%까지 올랐습니다. 나라가 이렇게 결정을 하면서 이러면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이 2조 2천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최근에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치를 보면, 실제로는 4조 6천억 원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중에 38개 큰 기업이 세율이 높아지면서 추가로 부담하게 된 금액이 그 정도라는 겁니다.

<앵커>

그럼 이 38개, 40개 기업 말고 나머지 세금은 어디서 늘어난 건가요?

<기자>

소득세도 늘었는데, 소득세는 2017년보다 9조 4천억 원 더 걷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근로소득세보다는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가 늘어난 게 많이 작용했습니다.

작년에 양도소득세 걷힌 게 18조 원입니다. 재작년보다 3조 원 가까이 늘어난 거고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7조 7천억 원이나 더 많이 걷힌 겁니다.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특히 수도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많이 뛰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부동산 거래량 자체가 늘어서 양도세도 늘어난 거라는 얘기도 나오긴 하는데, 사실 거래는 작년 상반기에만 주로 활발했고 2018년 연간 전체로 보면 전체 건축물 매매 건수나 주택 매매 건수나 2017년이랑 비슷합니다. 오히려 약간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뛰다 보니까,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세도 전체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주로 법인세랑 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많이 늘면서 작년에 정부가 예산을 세운 것보다 세금이 25조 4천억 원 더 걷혔습니다. 이렇게 세금이 수십 조 단위로 초과해서 걷힌 게 지금 3년째입니다.

<앵커>

그런데 올해는 부동산 거래 절벽 얘기도 나오고요, 아직 4월이지만 상황이 좀 바뀔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올해는 작년 같은 세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말씀하신 대로 거의 기정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둘 다 작년 같지 않죠.

일단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아서 잘되던 몇 곳에 기대던 세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전체 경기도 작년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래 자체가 많이 줄어서 작년 같은 양도세를 기대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정부가 돈 쓸 곳은 앞으로도 많습니다. 고령화 추세에도 대응해야 하고 복지도 계속 개선하려고 하죠.

그래서 작년에 앞으로 5년간 나라가 쓰는 돈이 늘어나게 될 비율도 재작년에 계획한 것보다 더 높여 잡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세수 사정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증세를 거론하는 건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나빠지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고, 이런 상황에 정부의 세수 계산이 상당한 규모로 몇 년째 어긋나고 있는 것도 국민이 재정 운용을 신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나라가 돈을 써야 할 곳을 정말 정교하게 판단하고 세제 개편도 신중하게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로 보입니다.

OECD 안에서 우리나라가 여전히 조세부담률이 낮은 편이다, 뒤에서 7번째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세목을 더 뜯어보면 재산세랑 법인세는 우리가 OECD 안에서도 GDP 대비 높은 편입니다.

다 경제구조와 상황이 다른 OECD 국가 중에서 우리가 몇 번째다, 이런 단순한 수치들로 설득하는 것은 당장 국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해외와 비교하기보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나라가 돈을 써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용처들에 대한 공감대를 잘 형성하고 신뢰를 쌓아서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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