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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법 만들었지만…'정신질환자' 관리 사각 여전

환자 본인이 반대할 경우 입원 치료 어려워

<앵커>

이번 사건의 피의자처럼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에게 우리는 얼마 전 훌륭한 의사 한 명을 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 임세원 교수입니다. 그 사건 이후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었는데,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제도적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10일 피의자 안 씨가 이웃을 때려 입건됐지만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17년 정신건강 복지법을 개정하면서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부모가 동의하고 전문의 2명까지 인정해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정신질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정작 필요한 강제 입원은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입원은 물론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해도 보호자가 퇴원하기를 원하면 이를 막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故 임세원 교수 때에도 두 번 다 보호 의무자분들이 '자의 퇴원'을 결심한 다음에, 이후 치료가 중단된 다음에 이 사고들이 생겼습니다. 보호 의무자가 동의를 철회하면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안 씨는 지역 정신 보건센터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했는데, 이 역시 본인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상민/동대문구 정신건강복지센터장 :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서에 거부하게 되면 사실상 현장의 센터들은 그분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개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될 수 있거든요.]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의사가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정신건강복지법을 다시 개정해 이른바 '임세원법'을 만들었습니다.

위험한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경우 보건소나 정신건강 복지센터에서 치료한다는, 즉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환자나 보호자가 반대할 경우 입원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유럽은 사법부가, 영국과 호주는 정신건강심판원이 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입원과 지역사회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경찰의 재량권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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