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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픔 잊힐까 두려워"…팽목항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

세월호 5주기 앞두고 추모 물결 이어져

<앵커>

이맘때 피는 봄꽃을 보면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봤던 그 날이 떠올라서 마음이 더 힘들다는 희생자 가족들이 많습니다.

가족들의 그리움과 기다림 속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진도 팽목항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또 육지에 올라온 세월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먼저 소환욱 기자의 리포트 보시고 팽목항 현장 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기자>

실종자 가족의 절규와 잠수 구조사들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던 팽목항.

당시 단원고 2학년이던 우재의 아버지 고영환 씨는 고통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던 이 팽목항을 지금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영환/故 고우재 군 아버지 : 근데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안산보다는 편해요. 어찌 보면 도피처죠, 나한테는.]

우재를 보내고 팽목항 앞바다를 지키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생업을 접고 내려올 만큼 고 씨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바뀌었습니다.

[고영환/故 고우재 군 아버지 : '이제 그만하고 일하라'고 하죠.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너도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근데 안 되는 걸 어쩌라고. 돈 버는 의미가 이제 없잖아요.]

바다를 쳐다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더 무서운 것은 당시의 아픔이 서서히 잊힐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고영환/故 고우재 군 아버지 :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비, 공원, 여긴 어차피 사람이 왔다 갔다 하니까 여기는 표시 정도만 해도 되고.]

해마다 이맘때 팽목항을 찾아주는 이들을 보면 아들 우재가 조금은 덜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 찢기는 절규와 고통으로 가득 찼던 진도 체육관.

이곳은 진도 체육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추모식 준비가 한창인데요, 세월호 참사 당시 이곳은 가족 대기소로 사용됐었습니다.

바닥에는 침상과 이불이 깔려있었고요, 단상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수습된 실종자들의 인상착의 같은 기본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었습니다.

대기하던 가족들이 스크린에 뜬 정보를 확인한 다음 '내 가족이다'라는 확신이 들면 유전자 정보를 확인했는데요, 가족으로 확인되면 팽목항으로 수습된 실종자들을 만나러 가는 일이 반복됐었습니다.

팽목항에서 48㎞ 떨어진 목포 신항에는 지난 2017년 4월, 침몰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세워져 있습니다.

붉게 녹슨 거대한 선체는 300명 넘는 희생자를 낸 참사의 증거이면서 뼈아픈 기억입니다.

[이미숙/서울 송파구 : 어른으로서, 어른들이 그런 무모한, 안전 그런 것을 신경 덜 썼던 것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되게 갑자기 밀려오네요.]

세월호 선체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말 이후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론에 따라 처리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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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환욱 기자, 뒤쪽으로 팽목항을 지켜주는 노란 리본이 보이는데 오늘(15일) 그곳에 추모객들이 많이 다녀갔습니까?

<기자>

제가 서 있는 이곳은 팽목항 등대 앞입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수많은 노란 리본으로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담아내고 또 세월호 참사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5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많은 사람들이 이곳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점심 때쯤 전남 영암과 곡성에 있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찾아왔는데요, 세월호가 가려고 했던 제주도의 유채꽃을 바다에 뿌리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이채원/전남 영암 삼호서중학교 : 그냥 TV 속의 일이 아니고 저런 일들이 '진짜 일어났구나'하는 것이 와 닿는 거 같아요.]

[김한유/전남 곡성 한울고등학교 : 모두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그 기억의 힘으로 (진실을) 꼭 밝혀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팽목항에서는 4월 16일을 기리는 뜻에서 오후 4시 16분부터 추모 문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살풀이를 시작으로 굿과 추모 공연이 이어졌고 지금은 팽목항 추모관 건립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사 5주기 당일인 내일도 추모 행사가 이어지는데요, 팽목항 주변으로 조성된 둘레길을 걸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도군 학생 550여 명이 참여한 추모식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됩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장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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