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소녀상 앞 서성이던 노부부…그들이 남긴 것

SBS 뉴스

작성 2019.04.15 09:59 수정 2019.04.15 10: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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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 노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경남교육청 청사에 있는 소녀상 앞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한참을 머물다가 이 소녀상에 뭔가를 걸어두고 자리를 떠났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만나보시죠.

지난 4일 밤 캄캄한 거리에 택시 한 대가 섭니다. 가방을 메고 쇼핑백을 든 여성과 머리가 희끗한 남성이 내립니다.

구부정한 허리와 느린 걸음으로 보아 나이가 적지 않은 듯해 보이는데요, 두 사람이 찾은 곳은 지난해 경남 교육청이 3·1운동 99주년을 기념해 세운 '기억과 소망'이라는 이름의 소녀상 앞입니다.

얼마 동안 이 앞을 서성이더니 남성은 소녀상이 세워진 화단 안으로 들어가고 가방을 뒤적이던 여성도 무언가를 꺼내 들면서 곧 남성의 뒤를 따라 들어갑니다.

여성이 건넨 물건을 남성이 받아 소녀상의 목에 걸어준 뒤, 두 사람은 잠시 서성이다가 타고 왔던 택시를 다시 타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한 도청 관계자에 의해서 발견된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소녀상에 걸어둔 바로 종이학 목걸이였습니다.

알록달록 색종이를 접은 종이학 50마리를 꼼꼼히 이어 만든 건데요, 그런데 교육청에서 불과 1.3km 떨어진 곳에서도 비슷한 목걸이가 발견됐습니다.

이곳에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있는데요,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간 노동자를 기리기 위한 이 동상도 지난해에 세워졌습니다. 목걸이 모양이 많이 비슷하죠.

[경상남도교육청 관계자 (대역) : 저도 사진을 봤는데 같은 분이 만든 것 같아요.]

[김정광/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건립 경남추진위원회 : 학은 (보내주신 사진이랑) 색상도 그렇고 크기도 그렇고 똑같아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경상남도교육청 관계자 (대역) : 목걸이의 종이학 마릿수가 50마리다… 그 노동자상에 걸린 것도 50마리인 것 같은데 혹시 올해 100주년이라… 합쳐서 100마리로 맞춘 게 아닐까….]

지금 목걸이의 주인을 수소문하고 있다는데요.

[경상남도교육청 관계자 (대역) : 두 분에게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순수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김정광/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건립 경남추진위원회 : 우선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일상생활에 젖어서 과거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데 어른들께서 잊어버리는 역사를 일깨워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소녀상 앞 CCTV에 찍힌 미스터리한 노부부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