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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관측 블랙홀, 지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나?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4월 11일 (목)
■ 대담 : 김홍서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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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 그동안 간접 관측 통해서만 확인
- 우주 중간쯤에 위치…지구는 우주 끝에 있어
- 세계 곳곳 전파망원경 연결해 '지구 크기만한 망원경' 만든 것
- 블랙홀 통해 다른 우주로 들어가는 영화 내용은 소설 같은 이야기


▷ 김성준/진행자:

SF 영화, 소설에서 블랙홀 근처를 지나가면 빨려 들어가서 이상한 다른 우주로 날아가기도 하고, 사라져버리기도 하고요. 또 블랙홀을 타고 먼 우주로 여행 가기도 하죠. 블랙홀은 왠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처럼 느껴지는데요. 사실 알고 보면 우리가 블랙홀이라는 것을 눈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간 어젯밤(10일) 10시, 사상 처음으로 그 블랙홀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촬영할 수 있었고, 또 그 모습은 어땠는지 김홍서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홍서 책임연구원: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천문연구원의 이론천문센터의 책임연구원, 직책 소개 드리는데 굉장히 긴 것으로 봐서는 역시 물리학, 천문학 연구하는 게 복잡하기는 복잡한 것 같아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리 복잡하지는 않습니다.(웃음)

▷ 김성준/진행자:

그래요? 이론천문연구는 뭡니까?

▶ 김홍서 책임연구원:

방금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체물리 천문학은 주로 관측을 하는 학문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수많은 관측천문학자들과 달리 관측된 결과나 아니면 관측을 하려고 하는 대상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을 함으로써 보완하는 업무를 한다고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천체망원경으로 별 바라보는 것 이외의 것들이면 더 어렵겠네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글쎄요. 어렵다기 보다는 설명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설명을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우선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블랙홀'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주시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네. 가장 쉬운 정의는요. 우주에 있는 천체들은 그것을 항상 질량 나누기 체적이라고 하는 밀도로 분류하는 게 가장 직접적인데요. 보통의 행성이나 별들과 달리 블랙홀은 질량 나누기 체적이라고 하는 밀도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밀도가 크다는 말은 중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빛마저도 탈출할 수 없는 초강력 중력 현상을 만들어내는 천체이다 보니까. 인간이 무엇을 관측할 때는 주로 빛을 통하는데. 여기서 빛을 통해서 관측하는 것이 그 동안은 불가능했죠. 이번 관측도 사실은 빛이 아닙니다. 전자기파 중 빛보다 훨씬 파장이 긴 전파를 통해서 관측한 것이기 때문에. 왔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 김성준/진행자:

밀도라는 게 쉽게 말해서. 예를 들면 푸석푸석한 빵은 밀도가 좀 떨어지고 떡 같은 것은 밀도가 높고 그렇잖아요. 빵보다 떡처럼 밀도가 높으면 중력이 더 강해져서 그 주변을 지나가는 것을 빨아들이고 이런 얘기인가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동안에 뒤에서 나는 소리가 블랙홀 소리 같은 것 같은데. 이건 음악 소리인가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예. 여기는 지금 실내인데 건물 전체에 작은 음악을 늘 틀기 때문에 그걸 피할 수가 없네요.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어쨌든 블랙홀이라는 게 그렇게 밀도가 높은 우주의 존재인데, 그것을 이제까지 왜 관측을 못 했던 것이고, 이번에는 어떻게 관측에 성공하게 된 겁니까?

▶ 김홍서 책임연구원:

지금까지도 관측을 했는데요. 광학 망원경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우리 인간이 볼 수 있는 파장의 빛으로 봤을 때. 블랙홀을 직접 본 게 아니라 블랙홀이라고 여겨지는 현상으로부터 간접 관측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간접 관측을 통해서 블랙홀이 있다, 없다만 본 것이고. 이번에는 그보다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긴 전파를 통해서 블랙홀 아주 근처에서의 현상들 중에서 이건 블랙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직접적인 증거들을 봄으로써 가시광선이 아닌 전파를 통해 블랙홀을 확정할 수 있는 관측이 이뤄졌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어제부터 사진이나 동영상에 나오는 약간 빨간 테두리 같은 존재로서의 블랙홀. 그게 실제로 우리가 우주에 날아가다 보면 블랙홀 근처에 가면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빨간 테두리라는 게 사건의 지평선인데요. 그 근처에서는 주변의 가스나 먼지가 빨려 들어가서면서 엑스레이를 내고 굉장히 짧은 파장의 빛을 내기 때문에. 긴 파장의 빛에 비해서는 빨갛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에게 올 적에 도플러 현상이라고 하는 파장이 늘어남에 의해서 붉은색으로 전이가 돼서 보이는 것이니까. 그 빨간 영역이라고 하는 것은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소위 말하는 사건의 지평선을 보는 것이니까 그 안에 블랙홀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지금 관측에 성공했다는 블랙홀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겁니까?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것은 좋은 질문이기는 한데. 외부 은하에 있는 것이어서요. 천문학자들은 보통 수십 메가 파섹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파섹이 1018cm고. 메가는 거기에 106을 곱해야 하니까 1024cm 떨어져 있는, 우주 전체로 보면 우주 반지름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는 것을 우리가 본 겁니다. 우리는 우주의 끝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

▷ 김성준/진행자:

우주 반지름의 중간이면...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지구에서 천왕성까지의 거리, 이런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먼 거리인 거죠?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몇 광년 이런 것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겁니까?

▶ 김홍서 책임연구원:

설명은 됩니다만. 그 거리는 보통 1파섹을 3광년이라고 하는데. 이번 거리는 700메가파섹이니까. 한 108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예. 더 이상 고민 안 하겠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그 근처에 갈 일은.. 아마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그런데 이번에 얘기 들어보니까 지구만한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당연히 지구만한 망원경이 있을 리는 없고요. 그건 어떤 개념이기 때문에 '지구만한 망원경'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가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예. 그런 관측 기술을 초장거리 전파망원경 간섭계라고 부르는데요. 망원경은 크기가 클수록 분해 능력이 커지고, 망원경에 있는 렌즈가 많을수록 감도가 커지는데. 그건 어떻게 만드냐면 지구에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을 곳곳에 위치하게 하면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하나의 동등한 전파망원경의 지름에 해당되고요. 그리고 전파망원경의 개수가 많을수록 감도가 커집니다. 이번에 8개의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분포시켜서, 그 크기는 지구의 반지름과 동등하게 하기 위해서 지구의 양쪽 끝에 전파망원경이 하나씩 있을 것이고. 그리고 모두 8개가 있음으로써 많은 광자를 받아들여서 감도를 높인 인위적인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망원경이군요. 지구 곳곳에 있는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을 가상으로 연결해서 존재하지 않는 지구만한 망원경을 만든 것이로군요. 참 과학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SF 소설 같은 곳에 보면. 원래 악당들은 대개 막 싸우다가 블랙홀로 들어가서 소멸되어 버리고요. 그 다음에 악당에게 쫓기는 착한 우주인들은 도망가다가 악당에게 잡힐 때 쯤 돼서 블랙홀로 들어가 다른 우주로 넘어가고 그래서 피하고 그러잖아요. 실제로 그런 게 가능한 건가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악당은 질량이 음의 값이어야 하고, 분명히 우리의 질량은 양입니다만. 악당의 질량이 음이어야만 그런 현상이 일어나니까 실제 현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매우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요? 그러면 블랙홀이 주변에 있으면 그냥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이 다 빨아들여서 소멸해버리는 게 끝인가요?

▶ 김홍서 책임연구원: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쨌든 지금 당장 우리가 블랙홀을 마주칠 일은 아마도 지금 말씀하신 거리로 봐서는 없겠습니다만 조심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어려운 블랙홀 얘기였는데 좀 더 궁금한 게 많습니다만 시간이 다 돼서 여기서 정리를 하겠습니다.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홍서 책임연구원: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과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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