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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죽느냐 사느냐, 펭귄들의 엇갈린 선택

[취재파일] 기후변화…죽느냐 사느냐, 펭귄들의 엇갈린 선택
남극은 기후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992년 이후 25년간 남극에서는 약 3조 톤의 빙하가 녹아내린 것으로 집계됩니다. 남극의 빙하 유실 속도를 연도별로 비교하면 1992년부터 2011년까지 19년간 연평균 760억 톤의 빙하가 녹아내렸습니다. 그런데 2012~2017년 사이에는 이보다 3배가 넘는 연평균 2410억 톤이 녹아내려 빙하 유실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길이 1,200여 km의 남극반도는 남극대륙에서 북쪽으로 뻗어 드레이크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아메리카와 마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온난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美 공영방송 PBS(2019.4.3. News hour)는 35년간 남극을 매년 방문해 펭귄을 연구한 론 나빈(Ron Naveen) 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나빈 씨는 남극 반도에 있는 3종의 펭귄을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 '오시아니티즈'(Oceanites)를 1980년대 설립했습니다.

그동안 지구 온난화는 펭귄에게 극적인 충격을 줬습니다. 실제로 남극 반도에 거주하던 9만 마리에 달하던 한 펭귄 집단은 50마리 이하로 줄었습니다. 나빈 씨의 연구팀은 이 지역의 아델리와 턱끈, 젠투 펭귄 3종을 추적 조사해 왔습니다.
(왼쪽부터) 아델리 펭귄, 턱끈 펭귄, 젠투 펭귄
아델리 펭귄은 몸길이 약 75cm로 눈 둘레는 흰색이고 부리는 짧고 검붉은 색입니다. 9∼10월에는 번식지로 돌아와 돌로 둥지를 만들고 떼 지어 번식하는데, 한배에 2개의 알을 낳고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습니다.

턱끈 펭귄은 턱을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얇은 띠 무늬 끈처럼 보인다는 특징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키는 약 70cm, 몸무게는 3~6kg 정도로 암컷은 두 개의 알을 낳습니다. 한 쪽이 알을 품을 때 다른 쪽은 바다에 나가 먹이를 먹습니다.

젠투 펭귄은 황제펭귄과 킹펭귄에 이어 세 번째로 몸집이 큽니다. 눈 위에 넓은 흰색 무늬가 있으며, 부리는 밝은 오렌지색입니다. 키는 75~95cm쯤 되고, 몸무게는 약 6kg 정도 됩니다.

펭귄들은 6천만 년 동안 혹독한 남극을 지켜왔습니다. 남극 내륙 중심부의 연평균 기온은 -55℃에 달하고 가장 추운 달은 평균-70℃ 정도까지 떨어집니다. 이런 험난한 환경뿐만 아니라 펭귄을 위협하는 포식자들도 즐비합니다. 바다에는 표범물개 등이 있고 하늘에서는 도둑 갈매기가 펭귄의 둥지를 노립니다.

이제 펭귄들은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펭귄의 주요 먹이인 크릴 새우가 줄고 있는 데다가 기후 변화로 펭귄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더 깊이, 더 멀리 헤엄쳐야만 합니다. 또 남극 반도의 기온 상승은 역설적이지만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합니다. 따뜻한 공기가 찬 바닷물에 접촉하게 되면 수증기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눈과 비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펭귄들의 번식은 더 어려지고 있습니다.
펭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제로 1990년 이후 남극 반도의 아델리 펭귄 개체 수는 75%가 감소했고, 턱끈 펭귄은 50%가 줄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남극 반도에서 이들 펭귄이 멸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젠투 펭귄은 오히려 번성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무려 6배나 개체 수가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젠투 펭귄이 단시간 내에 크릴 새우 대신 물고기를 더 먹는 쪽으로 적응한 결과입니다. 또 기존 번식기의 조건이 점점 악화되자 두 번째 산란기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다윈의 이론처럼 변화에 적응한 종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종은 사라질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인간도 펭귄과 같은 상황이라며 기후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막지 못한다면 아델리 펭귄이나 턱끈 펭귄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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